죽음의 키스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0
아이라 레빈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첫번째 여자는 갓 19살이 된 소녀같은 여자였다.
이 여자는 냉정한 아버지의 사랑을 못받고 자라나, 파더 컴플렉스가 있었고, 뜻하지않은 임신을 하자 온갖 두려움에 떨다가, 결혼하자는 말에 세상에서 제일 기쁜 신부가 되었다.

두번째 여자는 열정적이었다.
어느 정도 자기 생각도 있었고, 동생의 어이없는 자살 소식에 의아해 하며, 직접 범인을 알아내려고 사건에 휘말리기도했었다.

세번째 여자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에 대한, 아니 사랑에 대한 묘한 두려움이 있었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불편해했다.

세 여자는 대 기업 회장의 세 딸로,
주인공이 작업들어간 여자들이 되겠다.

주인공은 가진건 멋들어진 외모와 회전빠른 두뇌밖에 없는 가난한 남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무능력한 아버지때문에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그리고 자신도 그런 아버지를 겪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잘 사는 방법이란 돈많은 여자를 꿰차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대기업의 막내딸을 꼬시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고,
임신해서 결혼하자고 조르는 여자친구를 죽여버리게 되고,
둘째 딸을 꼬시지만, 그녀가 그 사건의 뒷조사를 해서 사실을 거의 알아버려서,
또 죽이게 되고,
마지막으로 장녀를 꼬셔 결혼 목전까지 가게된다.

아이라 레빈의 처녀작이라는 "죽음의 키스"는 그가 23살때 쓴 소설이라고 한다.
살인자의 정체를 처음부터 밝히고 쓰고 있기 때문에,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범죄소설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머리 좋은 남자의 치밀한 완전 범죄 계획은 잘 만들어진 도자기처럼 정교하며,
사건을 풀어가는 연출력 또한, 내가 보았던 그 어떤 소설보다도 숨막히게 스릴있다.
"로즈메리의 아기"에서 느꼈던 묘하게 빗대어놓은 비판의식이나 풍자로
무언가 생각할 여지를 남겨놓은 것 역시 이 소설에서도 느낄수 있었다.
보고난 후에 정말이지, 더럽게 재밌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라 레빈의 두권의 소설을 보고 나서 느낀건데,
이 사람의 소설의 결말은 참 특이하다.
사건이 완벽하게 다 해결되었는데도 항상 뒷 이야기가 걱정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천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현실에서 저런 남자가 내 주위에 있다면 어떨까.
재력을 가진 여자들만 골라서 상대하는 사람.
여자의 임신을 성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물론 저런 사람이 있다면 분명 개새끼 부류겠지만,
소설이니 극단적으로 범죄까지 몰고가는 데다가 여자를 이용해먹고 버리는 점만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나는 저런 사람, 매력있다.
적어도 식물원의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 식물같은 사람의 아무것도 바랄것 없는 조용한 인생보다는,
타죽을 줄 알면서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같은 사람의 인생이 훨씬 정성들인 인생이 아닐까.

태양을 향해 돌진하는 파에톤에게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말고는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불길에 타 죽을 걱정보다도, 태양 자체가 뿜어내는 화려한 불길에 대한 욕망이 우선이다.
그것은 매우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이다.
파에톤 컴플렉스에 휩싸인 이 남자 버디를 보면서,
이 남자가 밉고 재수없고 죽어야할 쓰레기같은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은 것은,
방식이 잘못되었을 뿐이지, 목숨을 걸고 무언가에 뛰어들줄 아는 인간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무언가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람.
의지라는 것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다.


독자로 하여금 범인의 살인계획에 동참하여 언제쯤 사건이 터지나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면서,
그의 계획이 들키지 않게 범죄에 동행하는 공범자로 만드는,
그야말로 멋진 소설이었다.
비슷한 범죄(?)류의 소설인 빠뜨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만큼이나 재밌었다.

올해의 최고의 수확이라면 나는 단연 아이라 레빈의 두 소설을 읽은 것이라고 하겠다.
정말 한페이지도 버릴 것 없이 정교하며, 치밀하고, 밀도있다.
특히 "죽음의 키스"같은 경우에는 "손에 땀을 쥐는"이라는 말이
이 소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은 기분마저 느끼게 만든다.
어째서 아이라 레빈의 다른 소설은 들어오지 않을까.
스텝포드 와이프라면 영화도 나왔으니 한번쯤 나올만도 한데...
(사실 스텝포드 와이프는 영화를 봐서 내용도 다 알지만 소설로 보면 완전 박진감 넘칠 것 같다.)
다른 소설들은 언제쯤 들어올수 있을까.
내가 죽기 전에는 들어올까.
어째서 출판사에서는 이 작가를 건들지 않는 것일까.
요즘 인기 좋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보다 오천배정도는 재밌고,
댄 브라운의 소설보다 일억배정도 스릴이 넘치는데 말이다.

추리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백두번정도 강추해도 모자르지 않을,
초특급으로 스릴있는 소설이다.
강추, 강추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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