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는 죽어야 한다 밀리언셀러 클럽 10
니콜라스 블레이크 지음, 이순영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야수는 죽어야할 운명에 있고, 인간 또한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야수도 사람도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니콜러스 블레이크 <야수는 죽어야한다>


소설을 시작하면서부터 한 남자가 살해를 결심한다.
그의 아내는 아이를 낳다가 죽었고, 얼마 전에 유일한 혈육인 아들도 뺑소니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는 누가 아들을 죽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아들을 죽인 뺑소니범을 찾아내서 죽이기로 결심한다.
정말 다행인 것은 그가 현재 추리 소설가로, 남들보다 조금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찾아나서고,
결국은 범인을 찾아내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복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게 소설의 서두부분이다.
서두라고 하기엔 너무 빠른 전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건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게 하지 않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중반정도까지 읽을때만해도, 어쩐지 주인공 펠릭스의 살해 계획이 너무 허술하다 싶을 정도로
추리소설 답지 않은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게 표현하자면 인간적이고, 굳이 나쁘게 표현하자면 어설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중반부부터 내 예상이 전혀 틀렸다는 것을 알게되면서부터 쉬지 않고 읽어내려갔다.

아들을 뺑소니로 죽이고 달아난 범인을 찾아내 복수를 하려는 것.
이게 끝이 아니었다.
펠릭스의 계획이 너무나 어이없게도 살인범에게 들켜버리고 복수를 접고 돌아서는 순간,
그날 저녁에 뺑소니친 조지가 독살된다.
이제부터가 진짜 소설이었다.
쉬지않고 빨리 읽어내려갈수 있을 정도로 전개도 빠르고, 경감과 탐정의 수사도 수려하며,
쉽고 재밌는 소설이었다.

소설 막바지에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소설이 끝날 때에는,
이성적으로는 끝은 약간 허무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동시에 감정적으로는 씁쓸했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역시 숨막히게 옭아매는 완전 범죄에 있지만,
현실에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할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한번도 살인을 꿈꿔본적도 없는 사람이, 누군가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계획을 짠다고 생각해보자.
남들보다 약간 잔머리가 잘 돌아가고 생각도 독창적이라고도 생각해보자.
살인에 아무 감정을 가지지 않고 계획대로 완벽하게 잘 해 낼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죽여도 마땅한 인간이라지만, 마음깊은 곳에서 솟구쳐오는 양심과 살인에 대한 두려움은
여러번 기회를 놓치게 할 것이다.
이 소설이 인간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은 그런 장면이었을 것이다.
분명히 죽여도 시원치 않을 인간을 두고도 끊임없이 망설이는 살인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
사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점은 그런 점이었다.
물론 중반부부터는 추리소설답게 완전범죄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에 대한 끈 역시 놓치 않고 있어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반부 살인을 결심할 때의 절박한 증오심이 좀더 적나라했더라면,
좀더 와닿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동기는 분명 완전히 제공되었기 때문에 불만은 갖지 않겠다.
이 소설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이고 피해자는 가해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p.s 1. 작가 프로필을 읽으면서 놀란 점은 이 소설을 쓴 사람이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아버지라는 사실이었다.
띠용~ㅇ.,ㅇ
얼핏 생각하기에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면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이 소설에 등장한다고 해도
꽤 어울릴듯한 느낌을 받았다.
p.s 2. 사실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될 부분이지만,
소설속의 블라운트 경감과 탐정 나이절 스트레인지웨이스의 서로의 정보를 떠보는 대화 방식이
너무 우아하고 신사적이어서 멋있게 느껴졌다.후후..
영국소설이어서인지, 미국 추리소설(베스트셀러라고 할수 있을..)에 등장하는
비교적 직설적이고 통속적인 대화방식과는 많이 다른데,
좀더 귀족적이면서 상대를 깔보지 않고도 무시할수 있는 이런 대화방식이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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