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고든 핌의 모험 환상문학전집 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성곤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소년의 모험이라 하면 흔히 톰소여나 허클베리 핀과 같은 호기심과 치기어린 객기와 상상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신기한 세상을 탐험하는 발랄만점 얘기라고 생각 될수 있는데,
그런 소년의 모험이야기를 이토록 잔인하게 써댄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구성부터 참 이상한 소설인데, 그 난데없고 충격적인 결말은
독자가 도대체 무엇을 상상해야할지 모르도록 당황스럽게 만들고 보고나서
한참이나 무슨 얘기였을까 궁금함이 밀려오는 소설이었다.

크게 두가지 이야기로 나뉜다.
첫번째는 난파선에서의 이야기, 두번째는 남극대륙에서 만난 야만족의 이야기.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밀도높은 쪽으로 따지자면 첫번재 에피소드쪽이 훨씬 밀도가 높으나,
검은 피부에, 치아까지 검은 원주민의 이야기 역시 전혀 모르는 것을 대할 때의
당혹스러움이나 공포심이 나타나 있어 나쁘지 않다.
결말은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할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시시하다고 이게 뭐냐고 할지도 모르고,
또 어떤 사람은 나처럼 읽고나서 한참 충격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아서고든 핌은 친구 어거스터스의 제안으로 함께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예정되어 있던 사람은 어거스터스뿐이어서, 아서 핌은 처음에는 배에 숨어있다가 3,4일이 지난후
다시 돌아갈수 없을 때쯤에 선원들 앞에 나타난다는게 그들의 계획이었다.
배아래 은밀한 공간에 3,4일 분의 물과 음식을 놓고 어거스터스를 기다리며 감금당한채 있던 아서핌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친구가 자기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지만,
어거스터스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배에서 반란이 일어나 애초에 자기가 믿었던 선장과 선원들이 몰살당한것.
그나마 어린 소년이었던 어거스터스만 겨우 살아남아 아서핌을 구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 가운데,
아서핌은 탁한 공기속에서 먹을 것도 마실것도 없이 기다리고 있는새에,
기력이 쇠해져 가며 죽을 위기까지 가게되다가
결국은 구출을 당했는데,
상황은 점점 악화가 될뿐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거스터스를 아들처럼 아끼던 선원 피터스와 한편이 되어 배를 장악하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바로 그 순간 폭풍이 불어와 4명을 제외한 선원 전원이 몰살당했고,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거대하기만 한 배에서 단 네명이 살아남아
어떻게든 음식을 구해 구조되기까지를 기다린다.

결국 두명이 죽고 살아남은 아서고든핌과 인디언 혼혈인 피터스가 제인호에 의해 구조가 되고
제인호를 따라 항해를 계속하다가 "클락클락" 마을에 이르고,
역시 죽을 위기를 여러번 넘기며 겨우 살아남은
아서고든핌과 피터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카누를 훔쳐 타고 도망치는데....

미국으로 돌아갈 배를 타고 미국에 도달하는 것까지가 소설의 마지막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희한하게도 이 소설은 중간에 뚝 끊겨버린다.
하얗고 거대한 무언가를 맞딱드리고, 그 정체가 무엇인지 설명하지도 않은채 거기서 끝이 나는 것이다.
소설 후반에 이르러서 거기까지만 설명되어 있는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명이
후기로 나온다.
이 소설은 신문에서 연재되던 소설쯤 되었는데, 작가인 아서고든핌이 갑자기 돌연사 해버려서
얘기가 거기까지 밖에 없다는.
완전 미해결로 남겨놓으려고 작가가 단단히 작정한 느낌마저 주는 결말이었다.

이 얼마나 대담한 터치인지.
에드가 엘런 포가 뒷이야기를 상상을 해놨는데 미스테리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거기서 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소스가 떨어져서 그렇게 대충 마무리 지은 것인지는 알수 없다.
그러나, 그 끝이 너무 난대없어서 당황스럽고 오싹했다는 느낌밖에.

이런 음침함은 아무나 만들수 없는 것일 것이다.
음침함의 밀도가 무척이나 남다르다.
아마 에드가 엘런포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모험소설인데, 모험의 낭만은 없고, 단지 생존을 위한 투쟁만이 있다.
오싹한 장면들도 꽤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음침했던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끝없이 굶주려 있고, 가장 기본적인 본능인 식욕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점이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가장 우선인 것은 역시 식욕뿐이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빈속에 술도 마시고, 동물을 잡아 날고기를 먹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람까지 잡아먹어야하는 처절하기 짝이 없는 상황자체가 두려움을 주고 있다.

뒤가 너무 미스테리하게 끝나버려서 쥘베른이 연작소설로 쓴 아서고든핌의 결말 단편이 나오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타당성도 없을 뿐더러 원작의 미스테리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도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데다가
이 소설을 번역한 역자도 억측이라고 써놓을 정도의 잘못된 추론도 있어서
차라리 없는 편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여러 사람이 아서고든핌의 모험 뒷부분을 이어보려고 애썼다고 하던데,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을 소설과 함께 실어놓은 것이니 다른 연작 단편들은 어땠을지 상상이 가기도 하고...

오랜만에 정말 무서운 소설을 보았다.
음침함.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심. 인간의 이기심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알수없는 미스테리함을 깔고 진행되는 이야기라 개인적으로는 인상깊은 소설이었다.
첫번째 난파선의 에피소드는 어쩐지 이벤트 호라이즌의 정서와 비슷하기도 했다.
책 후반부에 출판사의 리뷰 역시 독자가 놓치고 지나갈수 있는 중의적인 표현이나
함축적인 의미를 풀이해놓아서 마음에 들었다.
단, 오타 좀 줄였으면.
오타가 너무 많더라....-_-;

여름엔 역시, 공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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