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섬 밀리언셀러 클럽 119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기리노 나쓰오 소설이 풍년이 나서 기쁘다. 이번에 발간된 <도쿄섬>과 더불어 미로 시리즈가 두편이나 발간되고. 팬으로써 이렇게 기쁠수가!!!!
 
도쿄는 당연히 섬인데, (아니 그나라 자체가 섬인데...) 이책을 <도쿄섬>이라고 이름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기리노 나쓰오 판 LOST라고도  볼수 있는 이 책 <도쿄섬>에는 이름모를 섬에 조난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남편과 크루즈 여행중 배가 좌초되어 이름 모를 섬에 정착하게 된 가즈코. 이상하게도 척박한 상황에서 서바이벌 본능을 일깨워 강해지며 심지어 살까지 찐 그녀와는 다르게 남편은 식중독으로 시름시름 앓으며 약해져만 간다.
그러던 중, 힘든 아르바이트를 못견디고 탈출해온 27명의 젊은 남자들이 그들과 똑같이 좌초되어 이 섬에 갖히게 된다. 구조되기를 기다리지만, 구조에의 희망은 점점 사라져가고, 그러던 중 버림받은 중국인들 열명까지 합세하면서 이 섬은 남자들이 들끓게 되어버린다.
이들은 이 섬을 도쿄섬이라 부르고, 지역마다 <시부야><쥬크.><기타센쥬>등등의 이름을 붙이며 도쿄처럼 대하려고 노력하고, 후에 등장한 중국인들을 <홍콩>이라고 부르게 된다.
 
30여명의 남자와 단 한명의 여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뻔하지 않은가?
마흔도 넘은 중년의 아줌마이지만, 섬의 남자들은 앞다투어 가즈코에게 잘보이려 노력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견디지못하고 식중독으로 점점 죽어가는 남편과 섬의 여왕벌이 된 가즈코.
남편이 죽자, 급기야 사람들은 제비뽑기를 해서 가즈코의 남편을 가리는 일까지 해버린다.
그런데 왜인지, 가즈코는 흡족스럽다. 이렇게 많은 남자에게 관심받아본 적도 처음일 뿐더러, 모두 자기보다 훨씬 어린 남자들 아닌가. 자기가 손 하나만 까딱하면 남자들이 몰려드는 이 여왕벌같은 생활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퇴색되어 간다.
 
<도쿄섬>은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답게도 모든 등장인물들이 참 정떨어지고, 저마다 진상짓을 해대며,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고 의심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똘똘 뭉치지는 못할 망정, 여기서도 그놈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을 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이것은 어쩌면 현재의 일본인(특히 남자)에 대한 풍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만적일 지언정, 척박한 땅에서도 생존을 위해 머리를 굴리는 강인한 생존력을 가진 <홍콩>들과 달리, <도쿄섬>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무기력하고, 나약한데다가 자기중심적이라, 온실속의 화초를 산에 풀어놓았을 때 어떻게 될지를 상상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홍콩>들이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사냥을 하고, 심지어 맛을 내기 위해 양파나 마늘 비슷한 것도 찾는 마당에, <도쿄섬>의 남자들은 감나무 아래 누워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구하기 쉬운 음식을 섭취하고, 이 섬에서 벗어나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누군가는 정신을 놓고, 누군가는 포기하고, 이 섬에 좌초하게 된 것에 대해서 남탓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 와중에 본래의 자신은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허세까지 부린다.
섬의 단 한명의 여자, 가즈코 역시 긍정적인 인물이라 보기에는 힘들게, 모든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는 이상한 여자이긴 하지만, 적어도 생존력은 강하기 때문에, 가즈코는 내내 도쿄섬의 남자들을 비웃으며 이용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
함께 살아남으려 노력하기보다는, 서로 이용해먹을 대로 이용해먹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증오를 선택해버리는 도쿄섬 사람들. 얼핏 그 이유가 이해가 가기도 하면서도, 참 인정사정없다 싶다. 정말 이렇게 짜증나는 인물들만으로 소설을 쓰는 것도 재주이다. 내가 기리노 나쓰오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그들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된다.
어느 쪽이 더 행복하고, 덜 행복하고는 없어보인다. 다만, 그들의 삶은 어디에 있든 비슷한 느낌으로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리더쉽있지만, 실은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는 리더 GM이나, 남 이용해먹고 거짓말 하는데든 일각연 있는 가즈코나, 둘다 어디에 있든 인생의 본질 자체는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제 2차대전 당시, 실제로 30여명의 남자들과 단한명의 여자가 표류되어 살다가 구조되었던 일을 바탕으로 씌여졌다고 하는데, 기리노 나쓰오는 그 옛날 사건을 빌어서 현재를 말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녀가 말하고 싶은 지금의 "일본"은 바로 여기 있지 않을까. <도쿄> 그리고 <도쿄섬> 양쪽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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