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달
얀 코스틴 바그너 지음, 유혜자 옮김 / 들녘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야간여행>으로 나를 매료시킨 작가 얀 코스틴 바그너의 <차가운 달>이 발간되었다.
책소개에 나온대로 치밀한 구성과 메스로 해부한듯한 섬뜩한 심리묘사를 기대할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이 책은 추리, 스릴러의 외형을 띄고 있지만, 추리, 스릴러로 분류하기보다는 순소설에 가까워 보인다.

사랑하는 아내를 병으로 잃은 형사 킴모. 상처에서 헤어나오기도전에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잠자는 듯 여인은 죽어있고, 아내를 잃은 슬픔을 조금이라도 잊기 위해 킴모는 자진해서 이 사건을 맡게 된다.
배게로 여인의 숨통을 막아버려 죽게하는 살인범. 이 비슷한 사건이 두건이 일어날 때까지 범인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
킴모는 어쩐지 이 살인범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살인자를 잡으러 다니는 사람이, 살인자가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모순된 모습을 보게주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수 있는 것은 주인공 킴모의 공황상태에 가까운 상실감이었다.
소설 내내 마음이 싸하게 식어나가는 문장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아득한 상실감을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우울하고, 구슬프다. 살인범도, 킴모도 그렇다.
이 남자는 어째서 이런 살인을 저지르고 다녔을까.
킴모와 살인범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길래, 만나지도 못한채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참으로 비밀스러운 소설이라 독자는 그 감정의 정체를 완전히 이해할수는 없다. 그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고, 한편으로는 이 소설을 참 신비롭게 보이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소설 내내 죽음이 맴돌고 있다.
형사 킴모에게 일어난 소중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것이 색체를 잃어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어있고, 죽음의 아득한 심연에 매료되고 집착하는 살인범의 주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죽음의 불안과 안식이 맴도는 듯한 감성도 몽환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두 사람 모두 죽음의 그림자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붙들려있다.
이 소설에서 매력적이었던 것은 치밀한 구성과 섬뜩한 심리묘사라기보다는 죽음의 상실감과 불안과 묘하게 안락한 느낌, 그것뿐이었다.
냉정하게 아주 재밌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뭔가 문장에 매료되는 소설이기는 했던 것 같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최근 얀 코스틴 바그너의 소설이 이 책을 포함해 세권째 나왔는데, 다른 소설도 기회가 닿는다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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