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비슷한 소재를 가진 두 영화가 개봉했다.
비슷한 소재라고 해봤자 납치, 복수, 비밀을 가지고 있는 남자 이정도가 되겠지만....
<악마를 보았다>를 본 것이 8월 초, 그리고 <아저씨>를 본 것이 방금.
<아저씨>를 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면서 보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비슷한 소재들이 등장하니 비교해서 보게되더라.
네이버 영화평을 보고 있노라면, <아저씨>의 평이 훨씬 높은 편이고, 흥행률도 <아저씨>가 더 높은 편.
영화를 보면서 이런 결과를 어느 정도는 납득하게 되는데, 이는 영화를 찍는 사람이 더 집중했던 것, 관객에게 보이고자 어필했던 것이 <아저씨>쪽이 훨씬 대중적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영화를 비교하면서 보자면-.
두 영화의 주인공 다 신분에 비밀을 가지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초중반까지 직업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주인공의 정체를 극히 제한하는가 하면, <아저씨>에서는 주인공의 정체를 전당포 주인이라 한정시켜놓았지만, 누구도 이 "아저씨"가 그저 전당포 주인일거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초반부의 원빈의 모습은 레옹을 닮기도 했는데, 아마도 어린 소녀와의 조우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두 인물 다 보통사람이 행하기는 어려운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것을 표현해나가는 방식부터가 두 영화가 달랐다.
이토록 냉정한 두 남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또는 납치)"라는 (영화로써는) 다소 진부한 발단으로 끓어오르게 된다.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과 그녀를 죽인 연쇄살인범의 정체로 인해 모든 것을 버리고 복수에 집중하게 되는가 하면, <아저씨>의 주인공은 단지 자신에게 정을 주었던 소녀의 실종과 그녀의 실종으로 어쩔수 없이 알게되는 범죄의 뒷모습을 추잡함 모든 것에 복수심과 분노를 불사르게 된다.
이처럼 <악마를 보았다>의 주인공이 무척 개인적인 복수심으로 똘똘 뭉쳐있고, 관객 역시 그것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과 달리,
<아저씨>의 복수심은 처음에는 소녀의 납치로 시작되었다가 점점 더 큰 분노, 사회 시스템의 분노로까지 번지는 것이 다르다.
또한 똑같은 복수극을 그리면서도,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인간의 악마성에 초점을 맞추는 가 하면, <아저씨>는 더 감성적이고 드라마틱하다.
이런 점 부터가 대중성의 차이이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틱한 <아저씨>와는 달리, 좀더 난폭한 <악마를 보았다>는 표현 수위부터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똑같은 범죄스릴러라고는 해도, 살인하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기 보다는 살해당해 있는 사람을 보여주는 쪽을 택하는 <아저씨>쪽이 훨씬 보기 부드러울지 모른다.
또한 특별한 목적없이 무작정 잔인하고 악마적인 <악마를 보았다>의 연쇄살인범의 모습보다는, 돈과 욕망으로 똘똘 뭉친 나쁜놈들이 등장하는 <아저씨>쪽이 조금은 더 낯익고 이성적으로 이해할수 있는 모습일런지도 모르고.
(물론 두 영화에 나오는 악한들은 현실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짐승같은 놈들인 것은 마찬가지이나, 잔학한 행위에 이유가 있고 없음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공포심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것 같다.)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여자의 죽음부터가 발단이고, 영화속의 많은 여자들이 별 특별한 이유없이 난도질당하며 도구처럼 다뤄지는가 하면, <아저씨>에서 여자(이 경우에는 주인공인 소녀)는 마치 말탄 기사가 결국 구해야할 공주님이나 보물같은 존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악마를 보았다>쪽이 훨씬 바라보고 있기 불편하기도 하다.
공주님 구하기같은 <아저씨>와는 달리, 악마를 벌주려다보니 어느새 자기자신이 악마가 되어가는 <악마를 보았다>가 훨씬 잔혹하긴 하니까.
결국, 두 영화 다 주인공의 목적을 이루고 끝이 나긴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죽고 나서 해결이 되는 <아저씨>와는 달리, 수많은 사람이 죽었으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악마를 보았다>같은 경우는 관객의 스트레스와 분노가 해소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진다.
완전히 해결되는 것과 분노가 해소되지 못하고 불편하게 마음에 남는 것의 차이가 이 두 영화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결국 대중성과 그렇지 않음은 보고 있는 사람들의 기대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라 갈리는 것이 아닐까.
나 개인적으로는 <악마를 보았다>쪽에 더 많은 가치와 감성을 느꼈지만, 이것 역시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
복수 후, 홀로 길을 걸어가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를 오열을 쏟아내는 <악마를 보았다>의 이병헌의 엔딩,
지키고 싶었던 소녀를 지켜내고 평소 해주고 싶었던 것을 하고 사과를 하며 포옹을 하고 끝내는 <아저씨> 원빈의 엔딩.
엔딩만 보더라도 두 영화의 감상 초점은 무척 다른 것 같다.
남겨진 자의 죄책감과 무력감의 유무.
<악마...>의 원초적일 정도로 응축된 에너지와 끊어질듯한 팽팽한 불안감, 반대로 <아저씨>의 큰 틀을 짜고 있는 드라마의 유무.
살이 베일 듯한 냉혹함을 바라느냐, 그래도 희망이 남아있는 달큰한 드라마를 원하느냐,
어떤 쪽이 더 흥미로운 가는 보는 사람이 택하는 것.
취향이란 그런거니까.
p.s 아무리 그래도 이병헌의 액션과 원빈의 액션은 에너지의 응축부터가 다른 느낌이다.
그래도 원빈의 연기가 참 많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이병헌같은 절제된 느낌은 받기 힘들었다.
어쩌면 원빈의 아직 젊고 아름다운 외향때문에 조금 더 마이너스 되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병헌의 굳은 결의가 비장해보이는 한편, 원빈의 굳은 결의는 그냥 화보 내지는 광고 스틸컷처럼 변해버리는 느낌이랄까.
잘생겨서 손해보는 남자가 있다면 원빈이리라. (좀더 평범하게 생겼더라면 왠지 연기에 현실성이 더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_-;)
<아저씨>의 원빈의 호연이 돋보이긴 했지만, 확실히 최민식+이병헌의 폭풍 내공에는 역시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민식은 연기를 너무 잘한 나머지, 진짜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
어쩌다 길에서 최민식씨를 마주치면 흠칫 하게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
p.s 2. 몰입감은 두 영화 다 훌륭한 편이나 <악마를 보았다>가 더 악마적으로 끌어들이는 몰입감이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