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의 썸머 - 아웃케이스 없음
마크 웹 감독, 조셉 고든 레빗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보려고 벼르고 있던 <500일의 썸머>를 이제서야 보았다. (내 생전 그럴 일은 별로 생기지 않을 것 같았는데, 요즘 너무너무 바쁜 관계로....)
어느날, 회사에서 만난 썸머라는 여자에게 한눈에 반하고 그녀의 취향이 맘에 들기 시작하고, 그녀의 사소한 버릇들이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남자는 썸머와 사랑에 빠진다. 남들 다 하는 만큼 연애하고 그리고 헤어지고, 이별후에 망가지고, 다시 일어서고.... 이 영화는 너무나 평범해서 다시 얘기하면 구차해지는 그런 모든 연애를 보여준다.
따라서 무척 심심할 수 있다. 간간히 코믹한 장면들이 나오긴 하지만, 전체의 줄거리가 딱히 별거 없기 때문에 나도 보면서 나쁘진 않지만 밍숭맹숭하다고 생각하면서 보았다.

그런데 영화의 마지막. 헤어진 후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중, 느닷없이 이 영화가 좋아져버렸다.
운명이라고 믿었던 그녀 썸머. 그러나 운명을 믿지 않는다던 썸머.
매몰차게 떠나가고 쿨하게 친구로 남자며 염장을 질러놓는 얄미운 그녀 썸머.
썸머를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여겼었던 남자주인공을 운명따위 믿지 않는 시니컬한 남자로 만든 그녀 썸머가
운명이 있다고 말한다.
어느 날 커피를 마시던 중 갑자기 운명이 찾아왔다고- 그렇게 말한다.
기가 막히다는 듯 코웃음치는 남자에게 매정하게 네 말이 맞았다고, 운명은 있었다고 말한다.

이 장면이 왜 그렇게 씁쓸하면서도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누구나 누구가를 사귀면서 겪어봤던 감정의 무게에 관한 이야기여서 공감이 되었을런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과 네 마음의 무게가 다르고, 내 마음과 네 마음이 엇갈리는 건 너무 당연해서 쓰라리지 않은가...
아무리 사랑해도, 결코 속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은 참 서글프지 않은가.
그렇게 서글프고 쓰라린 사실을 자꾸만 확인하려고 하는 것 또한 바보같지 않은가.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죽어있지 않은 것이리라.

계절처럼 사랑이 왔다가는 것처럼, 남자가 만나는 여자들의 이름이 계절에 빗대어 진 것도 마음에 들었고, 씁쓸하게 끝나는 마지막도 마음에 들었던 영화. 현실적이라면 아주 현실적일 수 있겠다.
두근거리고, 사랑스럽고, 지겹고, 징글맞게 절망적이고, 배신감넘치고 씁쓸해지는 500일이 지난 후에, 새로운 1일이 찾아온다.
살아잇는 모든 것이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듯이.

p.s 마성의 주이 드샤넬. 딱히 미인형이라기보다는 헐리우드배우로써는 독특한 스타일의 배우인데, 아주 예쁘지는 않은데 영화에서 볼 때마다 참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내가 남자라면 이런 여자를 좋아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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