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전에 교보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친구가 한참 늦어지길래 이 책을 집어들고 대충대충 읽어본다는 것이 3분의 1이나 읽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서 한참후에, 지금에서야 이 책을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세...세일하길래....!!!!)
이런류의 범죄 심리학에 관련된 책은 참 많이 읽은 편이고, 추리소설도 많이 보는 편이기 때문에 더이상 새로울 게 없다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꼼꼼하게 읽고 또 읽어보게 되는 건 왜일까.
인간 마음속에 존재하는 끝을 모르는 어둠을, 나는 그렇게도 알고 싶은 것일까.

이 책은 FBI 심리 분석관이자, 연쇄살인범 (Serial Killer)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로버트 K. 레슬러가 연쇄살인범들의 프로파일링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인터뷰 했던 내용을 근거로 만들어진 책이다. 작가가 당시에 처해 있던 상황, 연쇄 살인범들이 연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가장 큰 이유라던가, 이들의 끔찍한 범죄들, 이 범죄자들을 인터뷰하고 연구함으로써 얻어낸 살인자의 내적, 외적 프로필을 추측하는 기술- 프로파일링에 대한 이야기들을 상세히 바라볼 수 있는 책인데, 이런 류의 책을 많이 읽었음에도 이 책이 그중에 가장 잘 쓰여졌고 자극적인 부분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읽으면서 작가 나름의 자기 자랑에 코웃음나긴 했지만, 그만큼 대단한 인물이고 열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니 자신과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리라 생각하기도 한다.

남의 나라 얘기로만 느껴졌던 연쇄살인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자유롭지 않다.
책에 적혀있듯이, 작가 로버트 K. 레슬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도 70,80년대를 거치면서 눈에 띄게 연쇄살인이 늘어났다니, 연쇄살인이라는 것이 비단 어느 인종이나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연쇄살인범의 부류를 비조직적 살인자, 조직적 살인자로 나누는데, 비조직적 살인자는 이른바 정신병자로, 꽤 오랫동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누군가에게 계시를 받았다는 둥의 허황된 환상을 실제로 여기는 편집형 정신분열증 환자를 뜻한다.  이들의 범죄에는 패턴이 없고, 잔인무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악의는 없다. 이들은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범죄가 무척 우발적이라 범행의 패턴이 존재하지 않고, 범죄를 은폐하려는 노력따위 하지 않고(그럴만한 냉정한 정신이 없는 사람들이 많고), 차를 몰고 살인을 저지르러 나가는 경우도 극히 적으며, 자아가 분열되어 살인을 저지르는 자아와 평범한 인간인 자아가 나뉘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러한 정신병적인 모습이 주위에서도 쉽게 탄로난다고 한다.
작가는 어느 시대에나 일정한 비율로 이런 비조직적 살인자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늑대인간같은 설화속의 존재들이 옛시대에도 있었을 이런 정신병자들에 근거한 것이 아닐까-하고 혼자 추측해보았다.
70-80년대를 지나면서 연쇄살인이 늘어나게 되는 것은 조직적 살인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몇년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사이코패스라는 존재가 바로 이 경우에 속한다.
이들의 범죄에는 이성이 있고,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 아주 똑똑하고 교활한 살인자도 있다.
어디선가 읽기로는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연쇄살인범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이코패스가 존재한다고 하던데, 이들이 범죄로까지 손을 뻗치게 되는 것은 환경적인 요인과 더불어 기묘한 환상을 키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의 어린시절은 대체로 불우한 편인데, 꼭 경제적으로 불우하다는 뜻이 아니라, 지나치게 차가운 부모라던가 자식에게 화풀이하는 부모 역시 이 불우한 환경에 속한다.
이들의 범죄는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키워온 삐뚤어진 환상을 토대로 하나씩 계획해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조직적 범죄의 대부분이 성범죄로 이어지고, 애초에 있었던 기묘한 환상 자체가 삐뚤어진 성욕에 근거해 있단다.

최근에 우리나라에 있었던 여러 끔찍하고 잔학한 성범죄들과 연쇄살인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게 될 수 밖에 없었는데, 미국의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기술들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발전하게 되었나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났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라는 건 너무 무리한 얘기일까.
유아성폭행을 저지르고 만취한 상태라고하면 감형되는 나라. 살인자에게 고작 몇년 형 때려놓고 금새 다시 나와 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로 만드는 나라. 과연 제대로된 정의가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
중간에 살인자도 죽어버려서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우리나라도 종신형 3번 연속으로 선고받기-같은 법은 왜 존재하지 않을까?
왜 범죄자들도 갱생될수 있다는 허황된 꿈에 부풀어 있을까?(연쇄살인범들의 대부분은 아주 오랜시간 삐뚤어진 환상을 되풀이해와서 돌이킬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갱생될 확률은 0에 가깝다고 한다.)

무서운 게 살인범인지, 이 나라의 법인지 모를 나라에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무서운 세상에 어떻게 내 아이를 낳아놓고 건강히 자라주기를 바랄수 있을까.
위혐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벌어지고, 사회 역시 피해자를 지켜줄수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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