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 Nine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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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뮤지컬 영화들 왜 이러나?
그래도 <시카고>까지는 볼만했는데, 롭 마샬, <나인>에서 너무 큰 실망을 안겨준다.
영화는 영화감독이자 여자들이 너무 잘 꼬이는 바람에 어쩌다 보니 바람둥이가 되어버리는 귀도의 여자탐방기라고 볼수 있다.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의 아내, 열정적이고 낯뜨거울 정도로 섹시한 내연녀,
평소 흠모하고 있었다며 수작 걸어오는 보그지 기자, 영감의 원천이 되는 자신의 페르소나 여배우,
처음으로 욕망을 깨닫게 해준 동네 누나, 죽었어도 언제나 곁에서 지켜봐주는 엄마.
이 여자들을 둘러싸고, 슬럼프에 빠진 영화감독 귀도 콘티니는 열정과 스트레스와 혼란속에 남겨지게 되는데,
뭐 여찌저찌해서 갑작스럽게 아내의 사랑을 깨달으면서 영화를 마무리 된다.

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정리해보자.

첫째,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슬럼프에 빠져서 여자로 스트레스를 잊고, 또 여자로 스트레스를 얻는다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대체 어쩌란 말인가.
아내가 그렇게 소중했으면 내연녀는 왜 존재하고, 유혹하는 여자에게 손바닥 뒤집듯 쉽게 넘어가는 것은 무엇일지.
그래서 이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1. 구관이 명관. 현모양처만큼 좋은게 없더라-인지, 2. 여러여자 거느리고 살기는 참 힘들어-인지,
3. 작품에 대한 욕심과 대감독으로써의 정체성에 혼란을 얻는다-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어진다.
엄청나게 정신없이 산만한, 그리고 곁가지가 많은 영화였다.
사실 내용만 따지고 들어간다면, 아내와 내연녀 이외의 여자들은 다 필요없는 배역인데,
대스타급 여배우들이 한장면씩 등장해서 자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과시하는데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많은 나머지
필요없는 곁가지가 지나치게 많이 끼어들어버렸다.
그리고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조차 구태의연하고 지루하다.

둘째, 그래. 귀도 콘티니의 매력이 뭔데?
여자들이 귀도귀도귀도하며 울부짖고 유혹하지 못해 안달인 이 감독의 매력을 도무지 찾을수가 없다.
저마다 포스가 너무 강한 여자들 덕택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찌그러져버린 남자주인공.
자기가 저지른 짓에 변명하기 급급한 우유부단 한 남자주인공.
고뇌에 찬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퀭해진 이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대체 무엇인지 왜 영화에서는 설명하지 않는 것일까.
서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설득력 또한 떨어진다.
뮤지컬 영화이기 때문에 정극처럼 줄줄히 스토리와 캐릭터를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서도,
다 보고 났는데도, 이 남자의 무엇에 여자들이 빠져드는지 알수가 없다.
어쩌면 이 영화의 존재이유는 단지 "여배우들" 뿐인지도 모르겠다.

셋째, 인상적인 음악이 없다.
뮤지컬 영화인 이상, 어느 정도 귀에 꽂히는 음악이 있을 법도 한데,
전체적으로 노래가 별로다.
노래라기보다는 억지로 음을지어 대사를 읽는듯한 느낌은 나만 받은 것일까.
지나치게 화려하기만 한 효과들 역시 별로.
<시카고>에서는 조명의 매력을 충분히 살렸던 것 같은데, 세트 역시 화려하기만 할뿐, 그저그렇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퍼기의 탬버린 춤만 남더라.
모두 악을 쓰고 노래를 하는 와중에도, 잠만 솔솔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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