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201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옛날에는 재난 영화도 참 재밌게 봤었던 기억이 난다.
저 아주 오랜 옛날처럼 기억되는 포세이돈 어드벤처라던가 타워링같은 영화도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을 정도로 기억에 생생한데, 나이가 들수록 재난 영화를 보고나면 머리에 남는 게 없다.
뭔가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 순간만 즐거우면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내 대중예술 감상의 모토이긴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기본도 못건지는 영화들이 수두룩해져버렸고, 그 중에 하나가 헐리우드 재난 영화이다.
이런 영화에서 스토리 운운하는 나부터가 바보같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백 수천번은 써먹은 것 같은 얘기는 이 엄청난 CG의 파도속에서도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못 봐주겠을 정도로 재미없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익숙함이 주는 긴장감없는 편안함 때문이리라.
펑펑 우르르 쾅쾅 하다가 가족이 최고!하고 끝나는 영화.
2시간 반동안 온갖 방법으로 지구를 들었다 놨다 한다. 어떻게 하면 각종 재해를 이용하여 지구를 효과적으로 무너뜨려볼까 하는 상상력이 대단하고 그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력 또한 대단하다.
이 영화는 딱 거기까지-.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영화들은 헐리우드 기술력의 진보를 보여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게 아닐까 하고.
거기서 거기인 스토리, 뻔할 뻔자의 메시지를 모두 뒤덮는 장대하고 화려한 스펙터클. 그뿐인 영화들.
그냥 영상을 보러가기 위함이라면 그럭저럭 볼 만했지만, 역시 나는 그래도 이야기가 중요하더라.
가족이 있는 곳이 바로 집인게야.....따위의 교훈은 헐리우드에서 대충 얼마나 울겨먹었을까나?
결국 부자들이 살아남는다는 결론이 전혀 씁쓸하지 않게 당연한 듯 얼버무려지는 건 그렇다치고,
5분전까지만해도 죽일 놈의 민폐쟁이들이었던 사람들을 5분후에 영웅대접하는 엄청난 단순함이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인 걸까?
이 와중에도 지들 대통령은 지구와 함께 장대한 최후를 맞는다는 유치한 영웅주의 또한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엄청나게 순진하고도 멍청한 로망이리라.

p.s 그래도 옐로우스톤 지진씬은 꽤 괜찮았다.
어떤 평론가의 말처럼 2012년에 종말이 와도 별로 무섭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온갖 재해를 다 발견했다.
보다보니 진짜를 봐도 영화가 더 진짜같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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