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2 - 두 명의 목격자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3
최혁곤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포소설은 여름에, 추리소설은 가을에 보는게 좋다. 그냥 나는 느낌상 그렇더라.
가을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읽은 <한국 추리스릴러 단편선 2>. 1편과 비슷한 컨셉으로 가고 있는 책표지가 일단 마음에 들고 계속 이런 컨셉으로 나와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살짝 해본다. (표지만으로 따지면 공포단편선보다 추리 스릴러 단편선이 훨씬 예쁘다고 생각한다.)
1편처럼 10개의 단편이 있고, 단편집의 특성상 재밌는 것도 있었고, 재미없는 것도 있었으며, 단순히 취향에 맞지 않는 것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아쉬웠던 점이 더 많았던 단편집이었다. 전편에 비해서 조금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으련만, 시리즈 2권만에 정체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는 1편과 비슷한 느낌이다.
재밌었던 단편을 몇가지 소개해보자.

박지혁 <두명의 목격자>
<나는 지갑이다>라던가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고백>처럼, 인간이 아닌 사물이 화자로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이런 식의 작품들은 어느 정도 귀여움을 느낄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사건 현장을 모두 지켜보았던 택시 미터기와 미키마우스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중고 핸드폰의 입으로 들어보는 두 남녀의 기이한 만남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아주 재밌다고 말하기에는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심심해지는 면이 있긴 하지만 단편집을 시작하면서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작품이었다.

강지영 <살인자의 쇼핑 목록>
읽다보니, 전 단편집에서 엄청나게 사랑했던 단편을 지은 작가분의 단편이었다. 딱 마음에 드는 문체, 적당한 속도감, 개성이라고 하면 개성이라고 할수 있을 다소 칙칙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까지 모두 마음에 드는 작가이다.
이번 <살인자의 쇼핑목록>역시 소재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탁월하다. 할인마트의 캐셔로 일하면서 남의 일상을 훔쳐보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는 캐셔 아줌마가 어느 날 뉴스에 나오는 살인사건 소식을 듣고 마트에서 종종 보았던 어떤 소설가를 떠올리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이 얽혀있는 과거라던가, 이렇게 오지랖을 부릴수 밖에 없는 이유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와서 남 일에 관심많은 관음증 아줌마의 무모한 모험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마무리가 아쉬운 단편이었다. 초반 중반 까지 이 단편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는데 반전 부분의 이야기들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런 이유였더라면 좀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추리 스릴러 단편선에서 가장 빛나는 발견이다 싶은 작가라서, 이 작가의 작품은 계속 챙겨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작품집을 준비중이라던데, 그것도 꼭 보고싶다.

최혁곤 <순결한 순례자>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
최혁곤 작가는 내 취향에 잘 들어맞는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단편은 느낌이 무척 좋다.
이야기 자체는 기자출신의 한 남자가 요양차 절간에 들어가 머물게 되면서 살인사건을 맞딱뜨리게 된다는 이야기로 그다지 정교하다거나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을수는 없는데, 조용한 산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방식과 어떤 형식의 추억이든 추억이 남기는 아련함을 남겨놓은 마무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영화와는 별 게의 느낌으로 "살인의 추억이로구나..."하는 느낌이 드는 단편이었고, 마지막 단락에서는 왠지 쓸쓸함마저 묻어나왔다. 전작들에 비해 글솜씨가 많이 세련되어진 느낌이라 그 점도 마음에 든다.

독특하게 배경이 외국인 단편도 2개 있으나, 팩션물이 취향에 맞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즐겁게 읽기에는 부족했고, <보물섬 스트라이크! 볼링게임>은 지난번 1편에서도 보았던 이대환 작가의 단편인데, 가독성만 조금 좋아졌을뿐 산만한 구성과 이해할수 없는 이야기 구조에 여전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단순히 내 추리력이 딸리는 것 뿐일까. 아니 그보다는 이야기 자체의 방향성과 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
<노멀맨>이나 <대리자>같은 작품은 본격적으로 스릴러를 도입한 작품인데, 스릴감은 느낄수 있으나 내용성에서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어쩐지 미드가 떠오르는 <미스 클리너>같은 경우는 묘하게 결말에서 상쾌한 유머같은 것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역시 이야기자체의 매력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빛의 살인>같은 경우는 전 단편집의 단편과 연작단편이었는데, 초반부의 몰입도에 비해 중반부가 조금 박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무난하게 읽을수 있는 작품이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이해나가는 것은 좋은데, 남성적인 박력이 좀더 가미된다면 훨씬 좋은 작품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느낌이 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디까지나 개인취향에 기댄 평가라서, 읽는 사람에 따라서 이 단편들의 느낌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래도 계속 지켜보고 싶은 시리즈이고, 꾸준히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해를 거듭할수록 어떤 작가든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한국 공포단편선>에서도 절실히 느꼈어서,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보니 황금가지에서 내놓는 한국 단편선 시리즈들은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매년 계속 기다리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