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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지 그레이스 - Savage Gra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글쎄. 이 영화가 진짜 Savge하며 Grace한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시종일관 지독히도 건조하고 지독히도 관조적이다. 그점이 잔혹하다면 잔혹할수도 있겠다.
영화는 합성수지를 개발해 막대한 유산을 가진 배이클랜드 가문의 실화라고 한다.
동성애, 근친상간, 존속살해. 이처럼 충격적일만한 소재들이 영화에 녹아들어있으나 개인적으로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너무 건조해서 일까. 그래서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실화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그저 비현실적이고, 이건 영화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전세계를 여행해도 줄어들지 않는 막대한 부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머물던 호화찬란하고 아름다운 여행지와 잘 세팅된 머리스타일, 고급스러운 옷들.
그안에 숨기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독히도 외롭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고, 그래도 채워지지 않고, 천박한 일탈로 자극을 얻고 싶어했던 걸까.
원래 이런 것이 당연하다는 듯, 애초부터 이랬어야 했다는듯, 어머니의 침대로 알몸으로 들어가는 토니와 그런 토니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바라보는 바바라가 그때 어떤 심정이었고, 왜 그런 행동을 하게되었는지 알수 없다.
흔들리는 정신으로 어머니를 죽이고야 만 토니가 멍하니 쌀국수를 시켜먹으며 어머니의 시체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도, 나는 알수 없다.
그것이 안타까움인지, 죄책감인지, 아니면 알수없는 후련함인지...
재미를 따지기 전에, 여러모로 공감할수 없었음이 당연한 영화였을지도 모르리라.
까놓고 말해서, 그들만큼 부유하지도 않고 우아하지도 않은 내 입장에서는 어머니와 아들의 근친상간이라던지, 아들의 동성애장면을 보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이라던지, 존속살해라던지 하는 점에서 공감하지 못했다는 것보다도,
더 근본적으로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다고. 겨우 외로움 그까짓것 하나 이겨내지 못하나? 남편한테 버림받았다고 정신이 붕괘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단 말이야?" 라는 감정면에서 공감할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은 너무 우아한게 아니라, 외로움과 결핍을 이겨낼수 없을 정도로 너무 나약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온실안의 화초가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죽어버리는 것처럼, 너무 부유하고 내일 당장 해야할 일도 없고 삶은 너무 무기력하고 나른해서, 자생할 에너지를 빼앗겨 버린지도 모른다.
실화라고는 하지만, 실제에서는 어머니와 아들이 근친상간 관계였는지 알수 없다고 한다.
다만 그럴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영화에서는 이렇게 표현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기전에 기다리고 있는데, 먼저 본 사람들 중 다수가 역겹다는 듯한 반응이었던 것 같다.
글쎄. 더 자극적인 영화들을 많이 보다보니 나자신이 너무 건조하고 무감각해져서인지, 역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서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