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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우먼 - The Unknown Wo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폭우를 맞으며 찾아간 극장에서 보고 온 언노운 우먼. 비를 엄청 많이 맞았거니와, 잠도 제대로 못자고 나갔고, 축축하게 젖은 옷은 에어콘바람에 차게 식어가고 온몸이 무척 피곤해서, 잠시 집중하지 못하고 졸아버리긴 했지만, 기대한 만큼 재밌는 영화였다. 아니, 재밌다고 표현하는 건 좀 잔인하지만...
젊고 부유한 아다처 부인의 집으로 가게된 이레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집의 가정부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 그녀의 딸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도 없이 몸을 팔아가며 가진 아이들을 유산하고 유산한 끝에 결국 낳게 된 아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남자의 아이였고, 낳자마자 빼앗겨 버린 아이.
어디엔가 있을 그 딸을 찾아온 이레나는 자신과 꼭 닮은 떼아의 유모로 머물러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어머니로써의 행복을 느끼게 되는데, 누군가 그녀를 뒤쫓고 있는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얼마전에 본 <마더>와 함께 기억될 것 같은 영화인데, 마지막에서는 어째서인지 <체인질링>도 떠올랐다.
모두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이야기이기 때문인지.
<마더>와 <체인질링>과 다른 이 영화만의 독특한 점이라면 여자로써의 슬픔과 어머니로써의 슬픔을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치는 것이 두려워 넘어지면 울며 일어나지 않는 엄살쟁이 떼아를 묶어놓고 계속 넘어뜨린 결과,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에게 지지 않고 일어나 맹렬히 덤비던 떼아를 몰래 훔쳐보며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그녀의 표정.
낳은 아이를 떠나보내며 침대 아래로 꺼져버릴 것 같던 그녀의 초라하고 서글픈 모습.
사랑하는 남자의 옷을 침대위에 눕히고 손을 잡듯 행복하게 미소지으며 누워있던 모습.
여자로써의 여자와, 어머니로써의 여자가 뒤섞여 영화를 보는 내내 산산히 부서질 듯 애처롭고 안타깝더라.
꽤 충격적인 장면들, 꽤 잔인한 장면들, 다소 과하다 싶은 주인공의 행동에도 끄덕이면서 애처로움을 느낄수 있는건
그녀가 여자이고 어머니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네마천국>은 그 영화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의 추억의 명화가 되어버렸다.
엔리오 모리꼬네는 수많은 영화음악을 작곡한 명장이긴 하지만, 쥬세페 토르나토레와 함께 작업할 때만큼 그의 음악이 빛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이 영화에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었다고 하던데, 그 점은 동감한다. 정적 한틈 없이 쉬지도 않고 엔리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이 이어지니까. 그래도 이해할수 있는건 엔리오 모리꼬네이기 때문이다.)
쥬세페 토르나토레 영화는 <말레나>이후로 처음보는 것 같은데, 사실은 더 많은 필모그래피가 있단다. 더 많은 영화가 개봉해주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쥬세페 토르나토레라도, 영미권 영화가 아닌 영화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낯선가보다.
잠시 조느라 놓친 장면들이 몇개 있어서, 필히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