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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자들 - The Pit and The Pendulum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오늘이 개봉일. 대학로에서 혼자 보고온 <약탈자들>은 기대와는 조금 다른 영화였던 것 같다.
<약탈자들>은 상태와 병태를 둘러싼 다른 친구들의 뒷담화로 두 친구의 관계를 재구성해나가는 이야기를 가진 영화다.
물론 기본적으로 '스릴러'이기 때문에, 모든 사실을 적당히 선을 유지한 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사실 상태와 병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주목하게 만든다.
뒷담화라는 것의 특성상, 사실과 완전히 같을수는 없고, 저마다 자기들 나름대로의 오해를 가지고 그 얘기는 입을 통해 다시 재생산되고, 그 얘기를 들은 다른 친구의 머릿속에서 또다른 재생산을 통해 기억된다.
한마디로, 소문치고 정확한거 없다는 얘기.
조금 독특한 구조와 소재를 가진 영화인데도,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영화속에는 너무 많은 에피소드가 존재해서, 어떤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주요 줄거리와 따로 놀고, 그것이 이 영화에서 가지는 의미를 전혀 알수 없었다. 예를 들어, 영화속에 등장하는 택시기사의 이야기가 그랬다.
여자를 납치해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폭력을 쏟아내는 택시기사. 영화 초반부 쓰러진 여자의 사연에 숨겨져있던 그 택시기사는 막판에 여러번 등장하는데, 주인공들 상태와 병태, 그리고 그 친구들과 뭔가 연관성을 가지는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도무지 이유를 알수 없다.
이 이야기들의 공통점이라면 세상은 이렇게나 각박하고(친하다는 친구들도 속내는 알지 못하고 자기들 멋대로 까는 것처럼.) 누구를 믿을수도 없는 곳이다-하는 것 쯤이랄까. 그것이 영화의 주제라면 어쩔수 없지만, 서사구조를 망치는 쓸데없는 에피소드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사부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등장은 더더욱 그렇다. 사춘기시절 상태가 만났던 그 남자가 이 영화에 존재해야할 이유와 의미가 무엇인지 영화가 다 끝나고나서도 알수가 없었다.
게다가 산소근처에 쓰러져 있던 여자의 의미-뭔가 의미심장한듯 보였으면서도 그저 상태를 까기 위해 등장한 엑스트라에 불과했던 것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지하철 갈아타 듯, 여러인물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형식은 독특했던 것 같다. (현재에서 과거의 이야기로 뒷담화가 이어지기도 하고, 그 과거의 뒷담화 안에서 또 다른 과거의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무척 불친절한 영화였고, 극장을 나서면서 나 나름대로 얘기를 재구성 해보았지만, 상태와 병태의 이야기, 그리고 뒷담화 까는 친구들의 오해같은 주요 줄거리를 이해할수는 있겠으나, 곳곳에 펼쳐져 있는 여러 에피소드의 의미를 알기까지는 힘을어서, 전체적으로 깔끔하다는 인상은 받을수 없었던 영화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