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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 미 투 헬 - Drag Me to He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목부터 내용, 전개까지 모든 게 너무 솔직한 영화 <드래그 미 투 헬>.
뭔가 있어보이려는 노력따위 하지 않으며, 유행따라 반전이 있을 것 같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다소 조악한 듯 검은바탕에 갈겨놓은 흰글씨로 Drag me to hell이라는 글자가 뜨는 순간, 나는 이것이 B급 공포영화라는 사실을 알았다.
감독은 무려 샘레이미. 그러나 <스파이더맨>의 샘레이미가 아니라 <이블데드>의 다소 조악하고 드럽지만 공포를 웃음으로 탈바꿈시켜버리던 그 샘레이미이다.
자, 내용을 잠시 살펴볼까?
은행 대출담당자 크리스틴은 노심초사 승진을 기다리던 가운데, 대출창구에서 손톱을 두드리는 한 노파를 만나게 된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집이 넘어갈 위기에 처한 노파는 무릎까지 꿇어가며 크리스틴에게 애원하지만,
일개 은행직원이 어쩔수는 없는 일. 그래서 단호하게 거절하게되는데 두고보자라는 식으로 돌아가는 이 할머니, 좀 무섭다.
그리고 그날 퇴근길에 차 시동을 거는 중, 노파의 습격을 받게 되고, 노파는 크리스틴의 옷에 달린 단추를 뜯어 저주를 걸어버리고, 크리스틴은 그날부터 알수없는 그림자의 습격을 받기 시작하는데.....
참으로 뻔뻔스럽게도 B급 스타일이어서, 다소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했다. 정말 뻔할 뻔자로 놀래킬만한 부분에서는 여지없이 예외없이 놀래키고, "나 공포영화 음악이야~"라는 식으로 스물스물 기어올라오는 뻔할 뻔자의 음악들 하며, 공포영화에서 수천번은 등장했을 법한 공포씬들은 다 등장한다.
그럼에도 재밌게 봤던 이유는 그 유치함과 치졸함 사이에 뭔가 섬세한 유머센스들이 번뜩였기 때문이다.
악마를 내쫓는 의식을 행하는데 그 상황에서도 엄청나게 초연한 염소라던가, 매우 유능한 심령술사가 매우 의미심장하게 목숨을 걸고 악마를 내쫓는 댓가로 그저 돈을 요구한다든지, 크리스틴이 울부짖으며 "지점장이 시켰어!!!!"라고 소리지르는 둥, 여기저기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유머들이 등장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무섭기는 커녕 계속 웃었던 것 같다.
뭔가 특별한, 복선도 깔려있고 수준도 있으며, 적당히 무서울줄도 아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실망할지도 모르겠으나, 이 유치 처절한 B급감성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꽤 즐거운 영화가 되겠다.
왠지 무료할 때, 좀 강렬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에는 공포영화가 보고싶어진다.
생각보다 즐겁게 볼수 있는 공포영화(생각하면서 봐야한다던지, 더럽게 무섭던지, 이도저도 아니면 웃기기라도 하던지...)가 사실 그닥 많이 나오지 않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간간히 공포영화를 보는 것은 내게 또다른 삶의 활력소.
공포에서 활력소를 찾는다니 참 이상한 논리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더라.
아무 생각없이 눈을 호강시키는 로맨틱 코미디를 보고 나오면 영화와 너무 다른 현실에 은근히 울적해질때가 있듯이,
극한으로 쫓기고 괴롭힘당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공포영화를 보고나오면 뭔가 기분이 상쾌해질 때가 있다.
내가 꼬여도 너무 꼬인 것 같나? 어쩌면 그럴지도.
p.s 그 할머니, 스킨쉽 쩔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