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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 The Read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같이 보러갔던 친구는, 이 책을 순수하게 책을 읽어주는 내용인줄 알았나보다.
책읽고 응응 하는건지 몰랐는지, 베드씬나올라고 하니까 옆에서 이런 영화였냐며 놀라고 있더라. (이런 영화라 더 좋아했을지도!!!)
간단히 말하자면, 책 읽어주는 남자와 남자가 읽어주는 책을 감명깊게 들어주는 여자의 이야기 되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단순히 간단히 책읽어주는 이야기가 아닌 것은, 일단 여자가 문맹이라는 사실 때문이고, 그 사실을 극복하려고 하기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글자를 모른다는 것은 그녀에게 치명적인 비밀이다. 살을 맞댄 연인에게도 말하지 못할....
일거리 있는 곳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던 여자, 다소 투박할지도 모르지만, 배운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어느 아픈 날 자신을 도와준 여자, 엄마뻘은 되는 그 여자에게 빠져버렸던 10대 소년.
여자는 소년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소년이 읽어주는 소설에서 웃다가 운다.
세월이 지나고, 생활력이 전부인 여자는 직장 때문에 소년과 헤어지게 되고, 몇년이 흘러 법대생이 된 소년 앞에 여자가 나타난다. 범죄자의 모습으로....
단순히 한가지 사실,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만 말해버린다면 큰 죄를 뒤집어쓰지 않을 상황에서, 여자는 굳이 묵묵하게 입을 다물어버리고, 뒤늦게나마 어른이 된 소년은 그녀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리게 된다.
거의 종신형을 받은 여자. 그여자의 컴플렉스를 존중하기 때문에 같이 입을 다물어버린 남자.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여자 앞에서, 남자는 무슨 얘기를 했을까.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 추억들이 여전히 마음속에 있다고...그렇게 말했더라면, 어쩌면 그녀는 조금은 더 이 세상을 견뎠을지도 모를 터.
아련하게 간직한 어린 시절의 사랑의 불치병같은 향수같은 거-처음으로 부딪힌 강렬한 사랑의 느낌 같은 거-
모두 잊고 살고 있지만, 로망처럼 간직하고 있던 것들을 건드리는 영화이다.
결국 슬프지만, 우리 모두 인간인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버림받아지는 것에 초연해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케이트윈슬렛이 연기한 한나의 묘한 캐릭터. 무식하고 투박하지만 그만큼 순수한 백치.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침부터 성묘후에 영화를 보느라 문득문득 10초씩 졸아버리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지만,=_=;
그럼에도 모두 이해할수 있었던 것이 신기하다;;
나는 유독 어린시절의 사랑이 나이 들어서까지 향수처럼 지속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첫사랑의 아련한 느낌. 아프지만 달콤하고 강렬한 충돌같은, 그런 느낌을 나 역시 지금 이 나이에도 로망처럼 간직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시네마 천국+타인의 삶 같은 느낌의 영화이고, 두 영화를 좋아한다면 즐겁게 볼수 있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