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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질링 - Changel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타이틀이 뜨면서, A True Story라는 말이 뜬다. 보통 다른 영화에서는 Based On True Story라고 쓰는데, 왜 이영화에서는 유독 A True Story라는 말만 썼을까.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게 아니라 실화이기 때문이다.
줏어듣기로는 이 이야기는 기자였던 각본가가 시청에서 일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폐기되려는 자료를 얻게 되었고, 그 자료에서 얻어낸 이야기로, 각본을 다 쓰는데 걸린 시간이 한달반 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토록 짧은 기간에 시나리오를 뚝딱 집필해 낼수 있는 것은 그가 천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서류에 적힌 사실 그대로를 옮겨적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실화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의 차이. 그래서 이 기가 막히는 얘기는 영화적 장치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솔직하게 진실만을 털어놓는 <체인질링>은 처음부터 끝까지 꼼수부리지 않고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적인 긴박감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다행히도 지루하지 않게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을 그대로 감상할수 있는 영화이다.
5개월동안 사라졌던 아이가 엄마의 품으로 돌아왔는데, 그 아이는 이 엄마의 아이가 아니다.
그런데 세상은 어머니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이를 진짜 아이라고 하면서, 자식도 못알아보는 미친 어머니 취급을 해버린다. 그 시간 진짜 아이가 저 멀리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어머니도, 사람들도, 살인자도 알지 못했다.
나는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영화 외적인 것들이라던가 간단한 시놉시스 말고는 아무것도 참조하지 않고 가는 편이라, (그래서 보기도 전에 다 알려주며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취해야할 입장을 정해주는 듯한 영화 프로그램이나 잡지가 싫다.) 아이가 뒤바뀌었고, 엄마는 정신병원으로 보내진다-정도의 이야기 밖에 알지 못하고 간 상태에서 중반부쯤에 소아연쇄살인이 등장하자 무척 놀랐다. (이런 얘기일줄은...)
이런 기가 막힌 기만과 기가 막힌 우연이 세상에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이 정말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적어도, 의지가 강한 개인이 나라를 바꿀수 있었던 판례라도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조금 부럽기도 했다. 마지막에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아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머니는 자신안에 "희망"이 있다고 하는데, 불합리함을 바꿀수 있다는 꿈 자체가 우리 실정에서는 "희망"이 아니라 어느 날 잠깐 기분좋게 꾸었던 돼지꿈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래도 여전히 "희망"을 부르짖을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 고깝지만 부럽다.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고 어머니의 모습으로 나타난 안젤리나 졸리는 약간 어색하지만, 연기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간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런지, "어머니" 역활 보다는 정신병원에 수감되어있을 때가 제일 어울리더라;;;;(게다가 영화내내 욕같은 거 못하는 요조숙녀처럼 베베 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욕을 내뱉는 씬에서는 욕이 어쩌면 그렇게 입에 착착 붙으시는지.......)
이미 거장이라고 부를수 있는 감독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으로써의 역량이 "거장"급인지 나는 긴가민가 한 편이라서, 이 영화에 걸작이나 거장의 손길같은 거창한 문구를 붙이고 싶지는 않다.
물흐르는 듯한 진행과 꼼꼼함, 감정적 오버가 없는 점때문에 그럭저럭 재밌게 볼수 있긴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간의 영화를 놓고 볼때는 평작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실화에 많이 기대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
요즘은 왠일인지, 연쇄살인같은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무척 찝찝하다. (게다가 <체인질링>에 등장하는 연쇄살인은 그중에서도 가장 기분나쁜 소아연쇄살인이다.) 그간 책이나 영화나, 연쇄살인에 대한 이야기는 귀가 닳도록 들었는데도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살인자체의 잔인함 보다도, 살인범의 공허한 암흑을 보는 것이 두려워졌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