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카인드 리와인드 - Be Kind Rewi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거의 1년을 기다려서 보게된 <비카인드 리와인드>.
미쉘공드리가 <이터널 선샤인>을 찍고나서, 공드리에게 카우프만이 없다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 싶었는데, 비록 독특한 카우프만의 아이디어가 없어도 공드리의 영화는 사랑스럽다. 아마도 영화를 제일 귀엽게 만들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도 당연히 귀여웠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20분짜리 패러디 비디오. 제작기간이 반나절도 안되니까 그 허접함이란 이루 말할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사람들이 자꾸 꼬인다. 그 기분을 왠지 알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련한 애정이 떠올랐다.
아직도 좋아하고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세상은 너무 빠르고 모두 너무나 빨리 사라져 버린다. 붙잡고 싶지만, 그 애정은 무형의 것이니 붙잡을수 없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비디오>라는 것은 그런 애정담긴 옛물건 중 하나이고, 공드리가 이 패러디 비디오 소동으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애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영화속의 마을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영화를 찍어내듯이, 마음속으로 그 애정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려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저작권 관련해서, 시고니 위버아줌마가 뜬금없이 등장해서 패러디 비디오를 니네 맘대로 찍었으니 350억달러를 물거나, 6천년 징역을 살라는 얘기를 했을 때는, 이제 세상이 너무나 차가워진 것 같아서 괜히 슬퍼지더라.
공드리의 환상에서 보여준 것이 저작권따위 신경쓰지 않았으나 은근히 끌리는 허접떼기 비디오였다면, 저작권협회에서 출동한 것이 보여준 것은 어찌됐거나 그것이 법인 차가운 현실뿐이었으니. 재밌는 꿈이 와장창 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당연한 얘기면서도 잔혹하게 느껴져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는 조금 슬펐다.
투박하고 어설프지만, 왠지 나도 그 영화가 좋았다. 당연한 논리에  걷어 차여버려도, 따뜻하고 좋았다.
사라지면 싫을 것들이 많은데, 아무리 붙들어도 사라져버리는 것은 어쩔수 없다.
그래서 영화가 거의 끝나가면서 묘한 감동과 아련한 슬픔이 느껴졌다.

<이터널 선샤인>과 <수면의 과학>, <비카인드 리와인드>까지- 세가지 영화는 여러모로 다르게 느껴지면서도 어떤 면으로는 상당히 닮아있다. 빈티지와 키치에로의 미쉘공드리의 애정이 그것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세 영화다 "잘라서 갖다 붙이는" 퀼트의 미학이 느껴진다.
<이터널 선샤인>에서 조각난 기억을 이어붙였다면, <수면의 과학>에서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한땀한땀 꿰맨듯한 이미지들을 전면적으로 차용했고, <비카인드 리와인드>에서는 주요 장면들만 잘라 이어붙인 패러디 영화가 또 그렇다.
그래서 기승전결이 뚜렷한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 줄기가 있다기보다는, 그 조각 조각들을 이어붙여 하나의 커다란 이불을 만드는 셈이다.
완전한 스토리 전개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이 삐뚤삐뚤한 바느질이 어설프기 짝이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조각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에게는 이만큼 사랑스러운 영화도 없는 것이다.
대량생산되는 공산품이 아닌, 어설픈 솜씨로 하나씩 이어붙인 수제품에 가까운 영화-
미쉘 공드리의 영화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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