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Cafe De Los Maestros. 마에스트로들의 카페.
오히려 원제목을 그대로 번역해서 개봉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제목이 너무나 비슷하다보니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랑 제목조차도 헷갈리니까.
과연, 감히, 이런 캐스팅으로 영화를 거지같이 찍을 감독이 세상에 존재할까 싶었다.
영화를 발로 찍더라도 이 마에스트로들의 존재감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빛나게 될테니까.
탱고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다시 뭉친 아르헨티나 탱고의 거장들이 모여 들어 공연을 하기까지의 에피소드들과 그들의 탱고인생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마지막 공연실황까지,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대감동의 탱고 거장들의 모습을 1시간 반동안 담아놓았다.
우하하고도 격정적인 음악 탱고와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내려앉은 거장들의 모습이 어찌나 그리 잘 어울리던지.
우리나라에서는 젊음이 완전히 죽어버린 나이에 그들의 얼굴에는 노련함과 열정이 뒤섞여있었다.
마지막 그들이 선사하는 공연에 감동받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커튼콜이 채 젖히기도 전에 바이올린 줄이 뜯어지도록, 반도네온과 피아노가 부숴지도록 연주하는 걸 듣고 보다보니 소름이 절로 끼쳤다.
힘이라던가, 열정과는 멀어보였던 노인들이 그토록 격정적인 음악을 연주할수 있다니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단지 천재라고 해서 젊은 사람에게 아무렇게나 "마에스트로"라는 붙이지 않는 것처럼, 이 세상 모든 것들에는 나이 들어감의 관록과 경험이 있어야함을 생각해보면, 한살 한살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게 탱고는 밤언저리에 피어난 쓸쓸함이고, 격정이며 지나간 청춘의 향수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음악도 세상에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쁨과 슬픔, 아련함이 모두 담겨있는 희노에락의 음악이 아닐까.
또 젊은이보다는 중년을 넘어선 나이에 잘 어울리는 그 노숙한 격정과 퇴폐가 내게는 그리도 멋질수 없다.
그 감동과 흥분의 공연을 내 눈앞에서 단 한번만이라도 볼수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ㅠ ㅠ
영화로 만족해야한다니 정말 너무너무 아쉬운 일이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에서나마 탱고 마에스트로의 존재를 확인할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었다.
아르헨티나에 가면 작은 카페들에서 직접 연주하는 탱고음악을 들을수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아르헨티나에 가고싶은 이유는 딱하나 인데, 그게 바로 탱고 음악 때문이고, 앞으로 이루어지지 않을수도 있지만,
눈앞에서 반도네온소리를 한번이라도 들어볼수 있다면...하고 꿈꾸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즐거워질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