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엘리베이터 살림 펀픽션 1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가끔 골때리는 소설을 만날때가 있는데, 그럴때는 정말 글자를 읽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즐거워서 미쳐버리겠다. 그래서 그런 소설들은 왠만하면 아껴 읽으려고 하지. 추리적 요소가 가미되면 그 즐거움은 한층 더 음흉해진다.
어쩌면 이 소설도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예상이 빗나가는 것도 반전이라면 반전일 것이다. 책을 처음 펴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동화책을 손에 들고 있는지 알아서.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은 롤러코스터같다."라는 누군가의 평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 그정도로 이 소설은 참으로.............글자가 적다..................정말 신속히 읽을수 있는 책이다.......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깨어난다. 오기와라는 이 남자, 28살의 말끔하게 생긴 유부남. 어쩌일인지 자신은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져 누워있고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
뚱뚱한 아저씨 하나, 메뚜기같이 생겼고 오타쿠로 예상되는 젊은이 하나, 나이를 알수없는 검은옷의 여자 하나.
그리고 오기와까지 네명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갖히고 말았다.
아내의 진통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려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봉변을 당해버렸는데, 자신을 빼고 나머지 사람들은 참 태연하기 그지 없다.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요청을 할 생각도 하지 않고, 태연히 자기소개나 하자고 하고.... 오기와의 속은 타들어가고, 하나는 전직 밤도둑에, 하나는 자신을 초능력자라고 얘기하는 니트족에(직업을 구하려 하지 않는 젊은이), 하나는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하려고 올라가는 길이었다질 않나.
이 이상한 밤은 언제쯤 끝날까?

우선 작가가 극작가 출신이라는 점을 밝혀두어야 겠다.
그래서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연극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폐쇄된 공간에, 제한된 등장인물, 다소 과장스럽다 생각되는 성격들까지 딱 연극 스타일인데,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조금 아쉽다.
큰 기대하지 않고 머리나 식힐 겸 가볍게 본다면 목적에 딱 알맞는 독서를 할수 있을만한 책이다.
추리소설로 보자면, 한없이 모자라고, 사건이 마무리되는 시점의 이야기도 작위적이다. 이 작위적임은 보통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소위 "괴담"이라는 것의 반전과도 비슷한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어떤 부분에서 놀라야하고, 어떤 부분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짜릿함을 느껴야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래. 생각해보니 그냥 재밌는 괴담하나 읽는다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재미를 보장받을 수 있을 책 같다.
중반부 이 사람들이 만드려는 밀실이야기는 추리소설로 치자면 어설프기 짝이 없고,(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어설픈 점을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얘기가 가벼워서 기승전결을 제대로 갖춘 소설이라기보다는, 어느 하룻밤의 소동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것을 마무리 시키는 반전이 아까도 말했듯이 작위적이고 다소 유치하다.

왜일까.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지만 정작 나는 어느 포인트에서 웃어야할지도 모르겠고, 이라부라는 캐릭터에 불쾌감만 느껴졌던 <공중그네>와 이 소설이 겹치는 것은...(물론 이 소설은 불쾌하지 않다.)
나는 유머감각이 없는 사람이었던 걸까?
이 책에 딸린 호평 일색인 서평들을 보면, 나만 이 책이 그저 그랬고, 내가 재밌는 포인트를 잡아내지 못한 건지, 단지 취향일 뿐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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