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영혼 1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막심 샤탕의 악의 삼부작중에 가장 늦게 읽게 된 <악의 영혼>. 악의 3부작중에 초반부를 가장 늦게 읽게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강렬한 인상과 헐리우드식의 진행, 프랑스식의 철학적 사유까지 곁들여져서 프랑스 장르문학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구나 라는 것을 알게된 작가가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와 바로 이 막심 샤탕인데, 만약에 "악의 삼부작"중의 제일 첫편인 이 <악의 영혼>을 가장 먼저 보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막심 샤탕의 소설을 다시는 안보게 되었을지도 모를 터이다. 그렇다면 이 작가의 재능을 알게해준 <악의 심연>또한 만나지 못했을 터.
그래서 결과적으로 거꾸로 읽게되어 다행이었다. 적어도 나는 막심샤탕의 재능을 보았다.

"악의 삼부작"의 시작이면서, 막심샤탕의 데뷔작인 <악의 영혼>은 일명 포틀랜드 인간백정이라 불뤼우는 연쇄살인범을 잡아들이면서 시작된다. 1년후, 분명히 범인은 그자리에서 죽었는데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되고, 범죄후에 발견되는 여러가지 증거물들은 그때 죽었던 인간백정이 아니면 저지를수 없다는 결론을 말해줄 뿐이다.
형사면서도 미식축구선수처럼 잘생겼기 때문에 쿼터백이라는 별명으로 불뤼우는 브롤린은 포틀랜드 인간백정 사건의 최후 생존자인 줄리에트를 만나 마음의 끌림을 느끼게 되고, 하나씩 터지는 사건으로 줄리에트를 보호해야할 지경에 이르른다.

자, 여기까지만 들어보아도 이 책이 뻔할 뻔자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무수히 많은 헐리우드 스릴러에서 보여졌던 방식을 그대로 되풀이 한다.
연쇄살인범의 등장, 단하나뿐인 미모와 지성과 몸매를 모두 갖춘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탐정격의 형사(또는 경찰), 지적이면서도 고독하고 동시에 잘생기기까지한 형사, 여주인공을 연쇄살인범이 노리고 있고, 여주인공에게 겁주기위해 여주인공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 살해당함, 정확히 사건을 추정할 단서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마치 계획이라도 한듯 후반부가 되면 수많은 단서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함, 이 연쇄살인범은 보통 똑똑한 놈이 아니고 심지어는 남의 머릿속을 헤집어 정신교육까지 시킬줄 암, 범죄동기의 사이코틱함.....
헐리우드 스릴러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를 간직했다. 그리고 심지어는 그다지 독창적이거나 획기적인 것도 없다.
(게다가 단테의 신곡은 대체 얼마나 많은 소설에서 울겨먹어야 되는건지....)
이 책을 읽다가, 200페이지쯤 읽다보면 뒤에 어떻게 될지 모두 예상할수 있는데, 정말 놀랍게도 그 예상은 하나도 빗겨나가지 않는다. 나는 천재인 걸까? 아니, 그보다도 이 책은 너무 많은 뻔할 뻔자의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참 잘 읽히고 재밌다. 다만, 다 보고 나서 이 책이 스릴러의 명작이라는 둥 하는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 같고 책을 읽고 난 후 후폭풍따위도 전혀 없는 소설이다. 그저 잘읽히는 페이지터너정도랄까.
그래서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었더라면 막심샤탕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 이 작가의 이미 성숙된 작품을 먼저 읽어서 그런지, 그런 뻔한 점들이 단점으로 작용한다기 보다는, 이 작가의 시작은 이랬군...그리고 이렇게 많이 성장했군...하는 정도로 생각된다.
읽기 나쁜 작품도, 읽고 시간이 아까웠다 후회하는 소설도 아니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그저 너무 뻔한 레파토리의 반복이 신인작가의 미숙함이라면 미숙함이다. 오히려 글을 이끌어나가는 힘이나 안정적인 구도, 연결력은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을 보여준다.

이 책으로 악의 삼부작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잠시 참고 <악의 심연>부터 보라고 말하고 싶다.
후에, 이 재능있는 작가가 어떻게 자신의 재능을 펼쳐보인지 알게된 후에 그의 조금 미숙한 작품을 확인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다분히 미국적인 소설, 프랑스 스릴러의 느낌은 거의 받을수 없었던 <악의 영혼>이었지만, 악의 삼부작의 다른 작품들부터는 분명 그런 느낌이 존재했으니까.

자, 이제 내게 남겨진 막심샤탕의 소설은 단 하나이다.
설령 이 작품이 조금 실망적이었다고 할지라도, 데뷔작의 미숙함은 애정으로 극복하자. 나는 아직도 막심샤탕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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