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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 애장판
하기오 모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 아는 사람들, 연인. 뿌리깊은 고목처럼 나이가 들수록 얼기설기 가지를 치고, 그동안 쳐내려가는 가지도 있을 것이고 더 커지는 가지도 있을 것이고,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내 존재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딸이거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친구였으며, 누구가의 연인이었던 사람. 그러면서도 혼자서 존재하는 사람.
나이가 한살씩 먹어갈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혼자 존재하지만, 타인이 있기에 혼자 존재할수도 있다는 생각.
살아가면서 겪었던 존재감의 하찮음이나 무거움, 그 어느쪽이든 그리 호락호락한 감상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왜 존재하고, 무엇때문에 존재하는가, 누구를 위해 살아가고 있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다분히 관념적이고 철학적이지만, 누구나 하는 결론도 나지 않을 고민들.
존재감의 휘청거림을 가장 많이 느꼈던 시절은 어쩌면 사춘기였을지도 모르지....
하기오 모토의 <방문자>에 등장하는 사춘기 역시 그랬다.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모두 "무엇때문에" 살아있음에 대한 존재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 한없이 바람처럼 떠돌기만 하는 아버지의 죄를 덮으려 거짓말을 하는 오스카가 그랬고,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일수 있는 죽음에서 멈추어버린 소년 라울이 그랬다.
그들은 무엇때문에 살아가고 있는가, 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한없이 방황한다.
<방문자>를 읽으면서 가슴 한켠이 아리면서 존재감의 하찮음과 무거움에 서글퍼진 것도,
괴로워하며 피를 흘리는 세계가 너무나 사랑스럽다던 라울의 마지막 말에 마음이 어둠속에 내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언젠가 그런 생각으로, 그런 고민으로, 그런 허무함으로 세상을 바라본 적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기오 모토의 글은 송곳같아서, 찌르고, 피를 흘리게 만들고, 그러고는 그냥 내버려둔다.
상처가 그렇듯, 세상이 그렇듯, 무책임하고 허무하고 아름다워.
그래서 이 아이들은 너무나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