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정한 OOO을 위한 추천도서!
멀리서 불어오는 황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들어도, 봄은 여전히 봄입니다. 한해의 시작은 1월이 아니라 3월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뿐만일까요.
인생의 봄이라 할수 있는 청춘(靑春).
바람은 살랑살랑, 마음은 저 하늘 어딘가로 붕떠버리는 이 봄에는 청춘소설이 제격이지요.
그리하야- 여기 조금 특별한 청춘소설들을 모아보았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푸르른 청춘들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 어떻습니까. 애매모호한 몽상을 꿈꾸었던 시절,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고뇌, 범죄에 가까운 은밀한 욕망, 나약한 우유부단함,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할거라는 치기 어린 고독감. 그런 것 역시 청춘의 또다른 이름이 아닐까요?
괴롭기 때문에, 어설프기 때문에, 알수없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청춘은 더 청춘답습니다.

도나 타트-비밀의 계절
이 청춘들은 지금 엄청난 고뇌에 빠져있습니다. 잠도 들지 못하고, 하루종일 넋이 나가있으며, 그동안 친했던 친구들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두렵습니다. 왜냐면 그들은 살인을 했으니까요. 우발적으로 한번, 계획적으로 또 한번. 그것으로 그들은 다시는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지요.
<비밀의 계절>에 등장하는 이 청춘들은 최고의 엘리트 학생들이고 자신들이 지적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애들은 애들일수밖에 없습니다. 청춘을 지나면서 누구나 겪었을 동년배 친구들에 대한 선망과 질투, 달뜬 치기, 비밀모의의 쾌감같은 것- 누구나 겪지는 않았을 "살인"이라는 형태를 빌어서, 이 책은 누구나 겪으며 자라온 것들을 공감하게 합니다. 추리소설과 순소설의 중간쯤의 형태이지만, 이 책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성장하며 상실하는 청춘의 성장통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에단호크-이토록 뜨거운 순간
배우 에단호크의 소설입니다. 에단호크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중 하나이지만, 배우가 소설을 쓴다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건지 사실 조금 우습게 보고 이 소설을 보기 시작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장소설이었습니다.
스무살 청춘만큼이나 설레이는 단어도 흔치 않겠죠.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청춘들은 딱 스무살 답게 열정적이면서, 서툽니다. 사랑해도 표현하지 못하고, 사랑해도 두려워 도망쳐버리고, 결국 자신밖에 모르는 사랑을 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에만 가슴아파합니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잊혀질 것은 잊혀지고 실연에 아파 죽을 것 같아도 우리는 결국 살게됩니다. 이 어설프고 서툰 사랑들이 보여주는 것은 사랑의 실패로 조금 더 커져 진짜 어른이 되는 모습이겠지요.
누구의 연애에나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제법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소설로, 사실은 스무살보다도 스무살을 지나온 사람들이 더 공감할만한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피터 헤지스-길버트 그레이프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인데, 얼마전에 다시 재발간 되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영화보다 재밌는 원작소설은 많지만, 이 책 역시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 소설이 훨씬 재밌었다고 생각합니다. 피터헤지스의 문장에는 청춘이 차고 넘치지요.
소설의 주인공 길버트 그레이프는 한창 청춘에 한 가정을 책임져야할 책임감을 가진 청년이죠. 어머니는 움직일수도 없이 뚱뚱하고, 동생 어니는 정신박약아이고, 이들을 책임질 사람은 길버트 그레이프 뿐입니다. 한창 청춘에 돈벌고 구제불능 가족들을 책임지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겠지요.
길버트는 자유를 꿈꾸죠. 여느 청춘이 그렇듯이. 갑갑하고 도망치고 싶은 현실이 족쇄가 되어 눈앞을 빼곡하게 채워도, 길버트에게는 자유로의 꿈이 있습니다.
누가 이 청춘을 사랑하지 않을수가 있을까요. 상처받을 만큼 상처받고, 쓰러지고 싶어도 안간힘을 써서 일어나고, 갑갑하면서도 꿈을 꾸는- 이 청춘이 전해주는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은 영화 그 이상입니다.
로버트 코마이어-텐더니스
여기에 또 이상한 청춘들이 있습니다.
계부에게 성추행 당하면서도 딱히 싫어하는 기색이 없는 소녀, 그리고 전형적인 미남 모범생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연쇄살인범 소년. 그들은 어쩌면 한없이 영악한 청춘들입니다. 소년도 소녀도, 자신들에게 타고나 갖추어진 외형적인 장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삐뚤어진 행각을 계속해 나가니까요.
제목처럼 부드러움에 취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게 된 연쇄살인범 소년과 우연히 소년을 보고 그에게 키스해야겠다는 강박이 생겨버린 소녀가 만나게 됩니다. 아이의 얼굴에 어른의 몸을 가져서 남자들에게 표적이 되는 소녀와 여자아이가 주는 부드러움에 심취해버린 연쇄살인범 소년의 만남이 어떻게될지는 안봐도 뻔하겠지만, 예상하고 있듯이 이 청춘들의 엔딩은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책을 읽으면서 굳이 그들을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을까...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나의 마음속에는 다 존재할 말못할 상처들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기억나지 않는 꿈같은 찝찝하고 몽롱한 느낌. 그들에게 청춘이란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이언뱅크스-말벌 공장
여기에도 이상한 소년이 하나 등장하네요.
학교는 다니지않지만, 어디서나 볼수 있을법한 아주 평범한 소년. 하지만 이 소년은 끔찍하게 여자를 혐오하고, 작은 동물들을 고문하고 죽이는 이상한 취미마저 있습니다. 아주 나쁜 아이인가 싶으면, 또 그건 아닙니다. 동물 학대를 즐기지만, 남이 사랑하는 애완동물을 죽이지도 않고, 여자를 싫어하지만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는 매너도 갖추고 있고, 저 나름대로 가족들 사랑하기도 합니다.
소설이 긴장감을 가지게 되는 지점은 정신병자인 형이 정신병원을 탈출하면서 부터입니다. 형을 증오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광적인 행동을 두려워하고 있으니까요.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지켜보기"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언뱅크스는 이런 기이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소년을 어떤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그를 평가하거나 단죄하려는 생각도 없어보입니다. 이런 이상한 취미, 이런 이상한 욕망-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아도 누구나에게나 한때 있었던 것들이 아닐까요.
멜빈 버지스-빌리 엘리어트
<길버트 그레이프>에 이어 영화부터 먼저보고 책을 한참후에 보게된 책입니다. 말이 필요없는 반짝반짝 아름다운 성장소설이죠.
남자라면 당연히 권투라고 생각하는 탄광촌 마을에서 권투보다 발레가 더 좋은 소년 빌리 엘리어트와 그를 둘러싼 소동과 가족의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 정말 어쩌면 뻔한 성장드라마입니다만,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뭔가를 간절히 원하며 되기를 바라는 빌리의 모습에 그야말로 꿈꾸는 청춘이라는 설레이는 감정으로 두근거릴수 있는 소설입니다.
에이단 체임버스-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청춘은 그저 반짝이는 것만이 아니라 잃어가기때문에 더 아름답습니다. 행복만 계속된다면 그것이 행복인지 알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죽을만큼 괴로웠기 때문에 아름다웠다는 모순적인 감정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에서는 죽음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소년이 다른 소년을 만납니다. 처음에는 우정을 나누고, 그 다음에는 사랑에 빠지고, 그 다음에는 키스를 하고, 그 다음에는 싸우고, 그 다음에는 한쪽이 죽어버리고 맙니다.
짧지만 열정적이었던 사랑. 이것이 행복이로구나-하고 알수 있을 정도로 유난히 반짝 반짝 빛나던 시절에 만난 사람의 잃어버린다는 것은 다른 어떤 실연보다도 더 힘겨운 것 같습니다. 너를 잃고 나를 잃었다-만큼 가슴아픈 말이 또 있을까요. 수다스럽고, 사랑스러우며 그리고 아름다운 성장소설입니다.
*봄은 청춘의 계절. 무언가 시작하기에 딱 좋은 계절임과 동시에 흘러가면 다시는 안올것같은 계절입니다. 비록, 청춘이라 할만한 나이가 훌쩍 지나가버렸어도 청춘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다는 상투적인 말을 내뱉어야할 순간인가 봅니다.
꿈을 꿀수 있다면, 슬퍼도 다시 한번 웃을수 있다면, 아직도 열정을 믿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청춘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