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인기있는 일본 미스테리 작가중에서 "아, 이 사람이라면 인기있을만 하군!"하고 생각하는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이다. 글에 어느 정도 안정성이 있고, 어떤 책을 골라도 크게(아주 크게) 실망하는 법도 없고, 읽기도 쉬우며, 그들만의 필력이랄까, 소재를 다루는 노련함같은 것은 인기작가가 될 만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그들이 소설 말미에 내놓는 훈훈한 결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어쨌든간에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는 크게 싫어하지는 않고 뭘 읽어도 어느 정도 읽을만도 하지만, 확 끌리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들의 소설을 다 읽어본 것도 아니지만, 읽어본 몇개의 소설들로는 그럭저럭 읽을만은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이 아직도 깨지지 않는다.)

미래의 아들이, 과거의 아버지를 만난다.
이 얼마나 뻔한 설정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키오>는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하는 소설이다.
소설 말미까지 미래의 아들 도키오가 어떤 방법으로 과거로 타임슬립을 하게된 건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지만, 미래의 아들 도키오는 어머니와 만나기도 전의 아버지를 만나러 아사쿠사 놀이공원으로 가게 된다.
분명 심성은 착하지만, 성격이 불같고 한량기질이 있던 아버지의 젊은 나날들을 만나게 되면서, 되려 아들이 아버지를 키우는 꼴이 되어버린다. 복잡한 사정으로 헤어진 생모와의 만남을 어렵사리 주선하고,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의 여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면서, 아버지 다쿠미는 아들에 의해 성장하게 된다.
철난 아들과 철없는 아버지의 만남, 과거로의 여행 같은 것 자체는 뻔하고 식상하지만, 그것을 재밌게 풀어낼수 있는 재주가 바로 노련함이 아닐까 싶다.

뻔하디 뻔하게 소설은 흘러가고, 소설의 결말 역시 상상한 바대로이다.
그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어서 읽어갈수록 훨씬 더 재밌겠다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럭저럭 읽을만한 소설이었던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을 때는 어딘지 뒷심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아마도 너무 안정적이어서 그렇거나, 또는 내가 이 소설가에게 매료될 만한 뭔가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을 때면 늘 느껴지듯이 정체성이 모호한 여자캐릭터들은 여전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여자등장인물 두명 다, 어쩐지 참아주고 기다려보는 전형성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나마 자신의 의지로 일가를 꾸려낸 생모의 캐릭터는 오히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서는 참신하달까. 그나마도 여전히 순종적이긴 하지만...)
꺼리는 작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찾아읽을 생각은 들지 않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 빠지게 될 일이 앞으로 있을까. 그의 대표작이라는 소설을 읽게 된다면 그렇게 될까.
여전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감성은 내게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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