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일상 토크쇼 <책 10문 10답>



1) 당신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을 알려 주세요.

먹어보고싶었던 이라기보다는 종종 책을 보면서 먹게 되는 것들이 있다. 주로 자기전에 책을 보기 때문에 먹기 좀 그런 시간이지만,=_=; 초콜렛이나 과자종류를 보통 먹고, 가끔은 바나나나 참외같은 과일도 먹는다. 그래도 책 볼때는 왠만하면 먹지 않으려고 한다.(책을 보다 자는 경우가 많아서...=_=;)

2) 책 속에서 만난, 최고의 술친구가 되어줄 것 같은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책속에서 말고, 작가인 아사다지로 아저씨를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다. 그 사람이 보는 인간은 어떤 동물일지. 책을 보다보면 책쓴이에게 "아, 이사람 현자다!"하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소박한 의미에서 아사다지로는 내게 그런 종류의 소설가이다. 사람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몹시 매력적이고, 닮고 싶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에서의 현자라고 생각하는 후루야 미노루도 만나 보고싶은 사람. 이 사람은 아주 거칠면서 은근히 소심한 사랑스러움이 있을 것 같다.


3) 읽는 동안 당신을 가장 울화통 터지게 했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하기오 모토의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울화통을 터지게 만들었다. 새아들에게 찝적대는 악마같은 그레그도, 그레그에게 끊임없이 성적 폭행을 당하고 자신이 갈갈이 쪼개어지면서도, 엄마에 대한 사랑때문에 참기만 하는 제르미, 바보같이 남편이 아들에게 가혹한 짓을 저지르는데도 눈치채지 못하고(또는 수수방관하고)만 있는 바보같은 어머니-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마음 졸이고, 속상하고, 정신이 아득해지던지 말도 못하게 고심하면서 보았던 만화이다. 물론 내가 제르미같은 상황에 빠지게 되면, 나 역시 어떻게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 하게 될것같기는 하지만......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동굴속에 갖힌 것 같은 책. 이렇게 갑갑한 만화책은 흔치 않은데, 그래도 읽게되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책이다.


4) 표지를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표지는 책의 얼굴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표지/최악의 표지는 어떤 책이었는지 알려 주세요.
최고의 표지도, 최악의 표지도 너무너무 많다. 그중에서 뽑아보자면-

뭐랄까. 일러스트 표지인 책들은 자칫하면 책 자체를 저렴하게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선호하게 되는 표지디자인은 아니지만, 노블마인에서 나온 쓰네가와 고타로 책 표지는 너무너무 좋다. 작가 색과 무척 잘 어울리는 그림체이기도 하고, 같은 작가의 책이 같은 포맷을 갖추고 나오는  일관성도 갖추고 있어서, 특히 쓰네가와 고타로를 좋아해서 책을 모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감사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꽂힌 펭귄클래식의 아름다운 표지들. 표지만으로도 사질러버리고 싶은 유혹이 솟구친다.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아름답고 깔끔한지, 이런 표지를 가진 책들로 가득찬 책장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ㅠ ㅠ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기담문학 고딕총서의 책들도 무척 어여쁜 장정을 하고 있으나, 이상하게 책은 읽히지 않는다. 먼저 읽어본적 있는 책들인데도, 읽히지 않으니 왠일? 그래서 앞으로는 안보게 될것같다;;;;

 

최악의 표지라고 생각되는 비채의 블랙앤 화이트 시리즈. 어쩌면 이렇게 센스가 없는지 너무나 궁금하다. 특히 <럭키걸>의 표지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런 표지의 책은 읽고싶지가 않아서 책을 사지도 않았다. <다크>와 <유지니아>는 보았는데, <유지니아>는 다 보고나서 책을 찢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만들었던 첫번째 책이었고, <다크>는 좋아하는 기리노 나쓰오의 책임에도 도무지 재밌게 읽을수가 없었다.  아아, 제발 이런 가혹한 표지들은 제발....ㅠ ㅠ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은 안다. 표지는 별로지만, 내용은 의외로 재밌는 책이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심각한 넌센스의 표지들이 책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맞는 말인 것 같다.


5) 책에 등장하는 것들 중 가장 가지고 싶었던 물건은? (제 친구는 도라에몽이라더군요.)

물건이라기 보다는 한번쯤 보고싶은 장면.

<빙글 빙글 도는 미끄럼틀>은 가볍게 읽으려고 읽었다가 생각보다 꽤 짠한 기분이 들었던 소설인데, 그중 한 장면은 상상만 해도 정말 아름다울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한번쯤 그런 장면을 내 눈속에 기억시키고 싶었다.

등장인물은 20대 초중반의 학원 선생님과 초등학생. 장소는 옥상. 시간은 해질 무렵. 선생님이 아이의 머리를 잘라주면서 했던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무척 세심한 말들. 다정하고 눈부신 기억처럼 한번쯤은 사진처럼 머릿속에 담아두고 싶은 장면이다.



6) 헌책방이나 도서관의 책에서 발견한, 전에 읽은 사람이 남긴 메모나 흔적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정확히 이 앨범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엠플로 앨범이니까...)

책은 아니지만,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한 CD이야기. 일본에 여행갔을때, 북오프에서 여러 앨범을 사온 적이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CD를 무척 깨끗하게 듣는지 CD들 상태가 무척 좋더라. 중고CD임에도 CD가 깨끗한건 물론이요, 띠지부터 CD속 광고지까지 껴있다. 그중에 M-flo의 CD가 한장 껴있었는데, CD안에 이벤트 응모 엽서가 껴있는 것 아닌가? 더 웃기는 것은 그 CD의 본 주인은 그이벤트에 응모하려고 했는지, 이벤트 설문지를 다 쓴 것도 아니고, 쓰다 말았더라. 내가 알아볼수 있는 것은 이름과 이메일 주소였는데, 왠지 그 이벤트 엽서를 보고 있으니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메일로 편지보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흐흐..

7) 좋아하는 책이 영화화되는 것은 기쁘면서도 섭섭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화하지 않고 나만의 세계로 남겨둘 수 있었으면 하는 책이 있나요?

코넬 울리치의 <상복의 랑데부>. 너무 사랑하는 책이라 사놓고 몇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책을 사자마자 일단 두번을 읽었다.;;; 평소 나는 책을 두번이상은 잘읽게 되지 않는다.)

내게는 "환상의 여인"같은 책이랄까. 코넬울리치의 소설은 항상 어딘지 전위적인 슬픔이 도사리고 있어서, 머릿속에 담아놓은 코넬울리치 소설의 이미지들이 구체적인 현실화 되어서 환상을 깨뜨리고 싶지는 않다. 그저 안개같은 꿈처럼 남겨두고 싶다.

다른 의미에서 영화화되면 안될만한 책들은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나 <살육에 이르는 병>같은 텍스트형 반전이 있는 소설들이 아닐까? 이 소설들이 영화화 된다는 것은 정말 아무 의미없다.-_-;



8) 10년이 지난 뒤 다시 보아도 반가운, 당신의 친구같은 책을 가르쳐 주세요.
어린시절의 내게는 가장 친구같았던 책. 어릴때 너무 할일이 없어서 책을 읽을수 밖에 없었던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사랑하게 된 책이 <제인에어>였던 것 같다.  이 소설로 나는 빅토리아풍 고전들을 무척 사랑하게 되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내게 <제인에어>같은 명작은 두번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너무 많이 읽어서 대사를 외울 지경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마저도 희미해져서 스물 두살땐가 다시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니 왠걸? 내 기억속의 소설과 무척 다른 것이 아닌가? 까칠한 미남처럼 기억되던 로체스터씨의 기억은 "그의 커다란 머리" 한구절에서 산산조각났고, 예쁘지도 않고 나약해보이지만, 자기 의지가 강한 여인이라 생각했던 제인에어의 따박따박 따지는 말투는 조금 재수 없었다.ㅠ ㅠ

그래도 내게는 내 인생의 첫번째 친구같은 책. 나이가 들어서 읽어도 너무 재밌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있을수가 없었다.


9) 나는 이 캐릭터에게 인생을 배웠다!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고 싶은 인물이 등장하는 책이 있었나요?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고 싶은 책은 없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책에 영향받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아주 간단한 말로 사람에게 감동을 줄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책들은 코맥 매카시의 <로드>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이다. 내용이 주는 감동 이전에, 캐릭터들이 읊어대는 대사들이 주는 짠한 느낌들이 좋아서 나는 이 책들을 좋아한다. 언제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말들은 어렵고 복잡한 말들이 아니라, 사소하고 간단하고, 흔한 말들이더라.


10) 여러 모로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 가서 살고픈, 혹은 별장을 짓고픈 당신의 낙원을 발견하신 적이 있나요?

거의 서울에서만 살아와서 나는 서울을 떠날수 없을 것 같다. 서울에서만 20년 넘게 살아오다보니 서울의 나쁜 면과 좋은 면, 모두 알고 있지만, 대도시가 주는 쓸쓸함 또한 이제 나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시골같은데 내려가서 살고싶다는 생각은 해본적 없다. 가고싶은 곳이 있다면, 반드시 여행이 될 것이다. 나는 서울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서울에서 살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마도 평생 이루어지지 않을 꿈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_=; 이 세상 어딘가에 별장을 하나 지을수 있다면, 지중해같은데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빨간 구두>를 보면서 주인공 남자가 살던 지중해의 집을 보면서 저렇게 바다를 마주보는 집에서 일주일만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영화 <고래와 창녀>를 보면서는 그 황량한 파타고니아라는 섬에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곳에서라면 평생은 아니더라도 한달쯤은 살아보고 싶다. 푸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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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수없게가까운 2008-10-2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에 머리카락 잘라주는 장면은 저도 참 인상깊었어요^^

까칠마녀 2008-10-23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펭귄클래식이나,기담문학을 향하여 같은 생각을 했던지라...나말고 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반갑네요.코드맥카시와 주제 사라마구는 저도 많이 좋아하고,'상복의 랑데부'는 완~전~죽음이죠^^

Apple 2008-10-2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군요..^^
이제 외롭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