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본격추리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을 몇번 반복하다보면 이 이름을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익숙한 느낌을 받을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접했을 때, 나는 "에드거 앨런 포"를 말장난처럼 꼬아놓은 이 필명부터가 무척 유쾌하다고 생각했고, 기괴한 범죄추리물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에서는 기괴하고 암울한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루든, 변태성욕자의 이야기를 다루든, 내게는 어느 정도는 유쾌한 느낌이 드는 것이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이다.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일본 추리소설 몇권만 읽으면 바로 기억되는 에도가와 란포의 전단편집이 출간되었는데, 막상 손이 가지 않아 미뤄두었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지금에 와서 이 작품을 똑같은 잣대에 놓고 평가한다는 것은 어쩌면 바보같은 행동인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에도가와 란포는 전설급인것이다.
거의 한세기전에 출간된 작품이고, 추리소설중에서도 장르를 또다시 나눌수 있을 정도로 여러가지 소재를 다루게 된 지금의 추리소설의 기준에서 보기에는 이 단편들이 틀에 얽매인 탐정소설로 보일수도 있다. 또, 외국 추리소설의 애수에 물든 사람들에게는 이 소설이 더 없이 가볍게만 느껴질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일본 추리소설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읽어야하는 이유는, 이것이 일본 추리소설의 바이블이 되었고, 같은 탐정소설이라고는 해도 여러가지를 다뤄보려 노력한 흔적, 그가 후대 추리소설가들에게 미친 영향들이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들에서 여실히 보이기 때문이다.
 
핸드폰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대한 시대적인 향수 역시 이 소설을 재밌게 읽을수 있는 포인트이다. 물론,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가 살았던 20세기 초반의 모습을 기억할리 없겠지만, 한때 정형화된 추리소설이라던가 수수께끼, 트릭에 열광해본적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향수를 간직하고 이 작품을 즐길수 있을 것이다.
대단히 감명적이거나, 대단히 획기적이거나, 대단히 재밌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계속 읽을수 있을 정도의 재미는 쏠쏠하다. 그 "쏠쏠하다"라는 표현이 이 단편집에게 딱 잘어울릴 것이다.

몇몇 단편들은 이전에 동서미스테리 북스에서 나왔던 "음울한 짐승"에서 보았던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 나올 단편들 중에서도 몇몇개는 또 그렇겠지만, 다시 읽어도 꽤 재밌다.
개인적으로는 탐정소설로써의 에도가와 란포보다는 음울한 변태적 욕망을 다룬 에도가와 란포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 아무래도 1편보다는 <기괴환상>이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는 3편이 더더욱 기다려진다.
에도가와 란포의 "기괴환상"적인 작품들을 더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어딘지 퇴폐적이고도 기괴하고도 어딘지 변태스러우면서도 완전히 어둡지는 않은 기묘한 기분에 들게 만드는데, 아마도 여러 일본 추리소설에서 느껴지는 그 요기라던가 기괴한 퇴폐미같은 것이 이 에도가와 란포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하나 하나 읽어야 하기 때문에 단편집을 읽는 것은 장편소설을 읽는 것보다 조금 더 집중력과 시간할애를 요하는 독서같다. 또 그만큼 매작품이 완벽히 재밌는 작품으로 채워져있는 단편집도 흔치 않다.
그래도 단편집을 읽는 재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두꺼운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집도 참을성 있게, 소박하지만 쏠쏠한 재미를 느끼며 읽을수 있을 것 같다.
자, 이제 3편으로 넘어가보자.
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변태적 환상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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