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주술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참 재밌는 이름이라고 생각한 것도 올해 초,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악의 주술>이 시간끌지 않고 빨리 나와주었다. 전작 <악의 심연>을 읽고 난생 처음으로 내 동생이 추리소설에 반해버렸고, 이 작품은 그래서 동생이 먼저 읽고 일명 '샤타미스트'라고 칭해지는 막심 샤탕의 팬이 되어버렸다.
정신을 차릴수 없을 정도로 현란하게 매력적이었던 <악의 심연>을 읽고 기대를 해서 그런지, <악의 주술>은 이상하게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 아마도 <악의 심연>에서 시종일관 등장하던 끔찍하기 그지 없고 이상야릇하던 살인행각이나 한 단락 단락을 자극적으로 끝내버리는 바람에 뒤가 궁금해 못참게 만드는 스킬이 <악의 주술>에서는 좀 덜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막심 샤탕의 소설을 즐겁게 읽는 사람이라면 또다시 즐겁게 읽을수 있는 책이 <악의 주술>이 아닐까 싶다. 잔재주는 좀 덜하지만, 다 읽고 나니 사건자체의 치밀함은 더 좋아졌다는 느낌이다.

이번에는 포틀랜드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 법의학자가 시체를 해부하던 도중, 시체가 살아나는 바람에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고, 포틀랜드 한 마을에서는 거미와 관련된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신혼부부만 노리는 정체불명의 살인마는 남편이 잠든 사이에 새색시를 잡아가버리고, 몇일 후 폭포수에 온몸이 텅텅 빈 상태로 거미줄로 고치를 만들어 보란듯이 전시해놓는다. 미궁에 빠진 이 사건에 당연한 듯이 우리의 주인공 죠수아 브롤린이 끼어들게 되고, 뉴욕에서 브롤린을 만나러 왔던 애너벨 역시 사건과 얽히게 된다.

<악의 주술>에서는 참으로 기이한 살인마가 등장한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런 살인마는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 살인마의 사연이라면 사연이랄 것은 (적어도 추리소설에서는) 그다지 독특하달 것은 없지만, 그 사람의 마인드자체가 독특하고, 또 소설의 끝 또한 독특하다. (더이상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테니 자제하겠다.)
법의학이라던가 프로파일에 대한 지식은 이전작과 마찬가지로 풍부하게 섞여들어가 있어 막심 샤탕이 이 악의 삼부작을 끝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하고 고심했을지 안봐도 뻔하다. 또, 중반부까지는 다소 심심하게 읽어갔는데, 후반부에 몰아치는 엄청나게 현란한 반전들 또한 책을 놓을수가 없게 만드는 점인지라 이 젊은 작가의 재능을 의심치 않게 만든다. 그리고 글을 이끌어나가는 재주들만 있었더라면 그저 흔한 범죄소설중 하나였을 텐데, 이 작가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뚜렷한 메시지가 있다. 독자는 그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수 있게 된다.
 
소설을 마치면서 막심 샤탕의 후기를 읽어보니, 이 작가가 작가치고는 젊은 나이에 이런 소설을 완성시킬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겠더라.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자신이 만들어내는 소설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이 사람을 더더욱 용감하게, 더더욱 자유롭게 만드는 것 같다. 그 자신감과 패기가 몹시 부러웠다.
소설들은 무시무시하지만, 정작 본인은 꽤 유머러스한 사람같은데, 결국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여주인공 애너벨의 사라진 남편의 행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언젠가 다른 소설에서 만나볼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며 그의 다음 작품들을 기다리게 만든다. (사실 나도 이번 소설에서는 사라진 남편의 행방을 알수 있게 될거라고 예감했건만, 뒤통수를...)
아직 악의 삼부작 1편인 <악의 영혼>은 읽어보지 않았는데, 시간나는대로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읽으면서 막심 샤탕의 또다른 소설을 기다려본다.
아무리봐도, 이 작가 참 재밌는 사람이란 말이야...

p.s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은 역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탐정역활의 남녀주인공이 눈이 맞는다는 사실이다;;; 으아...나는 왜 이렇게 그런 것들이 싫던지... 특히나 이번은 시리즈의 마지막권이라 그런지 그런 씬들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아서 좀 견디기 힘들었다.
남녀주인공의 관계도가 비슷해서인지 내가 지금 제프리 디버의 링컨라임 시리즈를 읽고 있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뭔가.... 한걸음 피하는 남자주인공과 찝적대는 여자주인공같은 이미지랄까...;;;;) 또 자신이 만든 주인공들이 얼마나 잘난 인간들인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짜증이다;;;
뭐 이런 것도 내 취향의 문제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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