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학자가 네팔 북서부의 티베트 마을을 방문했어."
 
다지가 갑자기 엉뚱한 화제를 꺼낸 것은 강의 종료 시간이 오분 정도 남았을 때였다.
그때까지 들고 있던 강의 노트와 펜을 집어넣고 다지는 교단에 가볍게 손을 올리고
강의실에 모인 고등학생들의 얼굴을 한 사람 한 사람 확이하듯이 천천히 시선을 옮기면서 말했다.
"그곳은 모든 사람들이 불교에 대한 깊은 신앙심을 갖고 있어서
성적인 금기를 범한 사람에게는 정말 가혹한 형벌이 부과되지.
예를 들면 수간을 저지른 사람은 머리 껍질이 벗겨진 채 마을에서 추방당하게 돼."
이야기를 하면서 다지는 버터롤같이 반질반질한 자신의 이마를 뒤로 쓰윽 문질러 보였다.
몇명이 웃었지만 요이치로는 너무 끔찍해서 웃을 수가 없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야크나 산양과 함께 생활을 해.
가축을 관리하는 일은 그들의 생활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자, 여기서 질문! 가축을 관리하자면 아주 중요한 일을 반드시 해야만 해. 분뇨 청소 같은 건 아냐.
오히려 그것보다 훨씬중요한 일이지. 그러나 그 일은 불교의 교리에 반하는 행위야. 자, 그게 어떤 일인지 말해봐."
하지만 대답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애매하게 고개를 가로젓거나 시선을 돌렸다.
"수컷의 거세야."
다지는 스스로 정답을 말했다.
 
"많은 가축을 관리하려면 아무래도 수컷의 거세가 필요하게 되지. 하지만 거세라니?
경건한 불교도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터무니 없는 행위야. 인간의 손으로 동물의 성 기능을 조작하는 거니까.
그러나 말했듯이 가축을 관리하자면 누군가는 반드시 거세를 담당해야 해.
그렇다면 이 거세를 담당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여기서 다지는 다시 말을 끊고 일동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이는 누군가로부터 대답을 요구하기보다는 잘 들어두라는 듯한 몸짓이었다.
"'뇬파'라 불리는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 일을 담당해.
그 광경을 눈으로 본 학자가 마을 장로에게 물었지. 왜 저들에게 가축의 거세를 맡기는 겁니까?
그러자 장로가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어."
다지는 잠시 뜸을 들이고 나서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저들에게는 지옥이 없으니까요."
 
-미치오 슈스케의  <섀도우>중에서...
 


지하철에서 읽던 도중에 갑자기 사고가 멈춘듯한 느낌이 들었던 한 부분.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괜히 설득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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