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안토리오 솔레르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모든 것이 극단적인 여름은 어딘지 젊음을 떠올리게 한다. 덥고 뜨겁고 불쾌지수가 높아 모두들 짜증을 부린다해도, 여름에만 주어지는 격한 감정의 굴곡이 젊음을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느 여름이 있었었다. 매년 여름이 그렇듯, 덥고 짜증났을 것이 분명했을 똑같은 여름이지만,
이제와서 떠올려보면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추억처럼 느껴지는 그런 여름이 있었더랬다.
실제로는 나지 않았을 법한 비에 젖은 풀냄새가 떠오르는 그 해 여름, 뭔가 별다른 일이 일어나서가 아니라, 별다른 일을 찾아 헤매였기 때문에 더더욱 특별했었더랬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아주 좋은 구절을 찾아 줄을 그어놓듯, 기억속의 그 해 여름은줄을 그어 별을 달아놓는 내 인생의 아주 특별한 페이지가 되어버렸다.
이 책의 주인공들 이 여름도 그들의 기억속에 결국 그렇게 남아버리겠지.
아주 격한 감정을 앓았던 시절, 사랑도 슬픔도 아픔도 하나같이 소란스럽고 정열적이던 시절-
그런 시절이 청춘이라고, 그들은 기억하게 될 것이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네명의 청년이 등장한다. 서로 몰려다니며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고, 조금씩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의 좌절을 겪으면서 그들은 성장한다. 그 때 그들이 무슨 짓을 했건, 어떤 상처를 받았건, 평생 살아가면서 수많은 페이지를 덧데어도 결국 이 페이지만큼 재밌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삶 한가운데 그 해 여름이 있었다."

인생의 가장 즐겁고 열정적이던 그 순간, 청춘이 지나가버렸으니까.
조금 더 영리한 자세로, 조금 더 차분하게 무언가를 시작하겠지.
조금 더 늦게 만났더라면, 미겔리토는 룰리를 그렇게 사랑하지도 않았을테고,
사랑의 열병에 빠져 허우적대지도 않았을테지.
조금 더 늦게 만났더라면, 룰리는 능력없는 미겔리토를 만나보려 하지도 않았을지도 모르지.
나이를 하나씩 먹어갈수록 모든 면에서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은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나뿐만일까.
나뭇잎 사이로 비쳐들어오는 강렬한 햇빛같은, 폭풍우속의 파도같은 격렬하고 강렬한 청춘의 여름의 이야기가 지나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리라.
 
작년인가 개봉했던 안토니오 반데라스 감독작인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의 원작소설이라는 것은 책띠지를 보고 뒤늦게 알았다. 볼까 말까 하던 영화였는데 제목이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이미지와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아서인지 눈치채지 못했다.
청춘남녀들의 사랑과 꿈, 배신에 대한 책. 무척 직설적인 표현으로 멈칫 멈칫했고,
지나치게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몰입하기도 힘들었지만, 결국 다 읽고 말았다.
책을 덮으면서 왜 피곤함이 몰려왔는지는 모르겠다. 몰입하기 힘들어서였을까.
아니면 다 지나버린 청춘을 떠올려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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