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초판 한정 결말 봉인본!!!!
추리소설에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혹할만한 낚시질 아닌가?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런 방식-결말부분을 검은 종이로 덧대어 뜯어야 볼수 있는 봉인방식으로 출판되었다고 하고, 우리나라 번역본을 출간한 북스피어에서는 한정본으로 그런 방식을 빌려왔다. 나 역시 혹하지 않을수 없기에, 부랴부랴 주문을 했는데, 일단은 특별한 옵션에서부터 마음에 들었달까.
(하지만, 막상 봉인해제 하고나니 이거 상당히 지저분해진다.
책은 깔끔히 보전하고는 싶은데, 그렇다고 세세히 신경써써 뜯을 만한 섬세한 정신구조를 가지지 않은 나같은 독자를 위해 절취선을 좀 만들어주는게 그렇게 힘들었을까?????????????????????)

어쨌거나 당시에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는 "이와 손톱"을 보게 되었는데,
지금으로 오면 이 얘기가 그렇게 충격적일 건 없고, 게다가 어떤 (꽤 중요한) 부분들에서는 독자를 공감하게 하거나 이해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상당히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나온지 꽤 오래 된 소설이다보니 어느 정도 촌스러움에 대한 애정으로 극복했다.
"이와 손톱" Tooth and nail-영어에서는 이빨로 물어뜯고 손톱으로 긁어서라도 필사적으로-하는 느낌으로 쓰여지는 단어를 말그대로 차용해 와 제목으로 넣었고, 이야기는 어느 지하실에서 발견된 이와 손가락으로 시작된다.

마술사인 루 마운틴은 어느 날 핸드백을 도둑맞아 택시비가 없어 쩔쩔매고 있는 여자를 만난다.
갓 상경한 듯한 이 여자를 도와주다보니, 어느새 여자를 더 돕고 있고, 어느새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에 빠져 결혼한 두 남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숨기는 비밀스러운 아내는 어느날 협박전화를 받게 되고, 자신의 비밀-유일한 혈육인 삼촌과 순진한 삼촌을 이용해먹은 위조지폐사기꾼에 대해-을 남편에게 털어놓게 된다.
불안에 떠는 아내는 어느날 루가 외출하던 날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옷장안에 숨겨두었던 아내의 비밀의 물건이 사라진 것을 알게된 루는 아내가 살해당했다고 확신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치열한 공방전과 더불어 진행이 되고,
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합쳐지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이 된다.
 
지금에서는 그다지 특별하거나 충격적인 반전은 아니지만, 이 소설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옛날 추리소설에서만 느낄수 있는 흑백영화같은 이미지같은 느낌이 간직되어있어서 일것이다.
어딘지 아련하고, 낭만적인, 희뿌연 안개속의 이야기같은 그리운 분위기.
호텔을 전전하는 생활, 택시, 친한 사람은 별로 없는 쓸쓸한 대도시에서의 생활.
어디서 나타난지 모르겠는 비밀스러운 여자와의 조우와 사랑, 그리고 이별.
이런 것들은 언제 읽어도 왜 이리 쓸쓸하고 아련하던지....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윌리엄 아이리쉬 소설을 생각해버렸는데, <환상의 여인>과 비견된다는 광고문구 때문은 아니었고, 실제로 윌리엄 아이리쉬의 소설에서 풍겨져 나오는 아련하고 우울한 낭만이 이 소설에서도 느껴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만족스럽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어느새 나 자신의 수준이 꽤 영악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내가 바라는 것은 완벽한 플롯이나, 대단히 충격적인 반전이라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분위기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온 소설이라면 상당히 미숙할 법한 이야기인데도 꽤 마음에 들었던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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