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세계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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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우선주의의 어느 방송사에서 집단수용소 시스템을 돌리기 시작하고,
무작위로 사람들을 잡아가두고 그들을 학대, 착취하기 시작한다.
식물원을 산책하다가 무작정 잡혀들어간 숭고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 파노니크,
비열한 성품을 인정받아 포로들을 수용, 관리하는 "카포"가 된 즈데나는 포로 파노니크를 보고 반해버리고, 그 관심의 표현으로 파노니크를 더더욱 학대하다가,
CKZ114로 불뤼는 파노니크의 이름을 알기 위해서는, 그녀의 목소리를 단 한번만이라도 듣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파노니크에게 몰래 초콜렛을 찔러주기 시작하는 카포 즈데나, 함께 수용된 포로들에게 그 초콜렛을 나누어주며 포로들 사이에서 성녀가 되어버리는 파노니크,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카메라.
매번 최고 시청률을 갱신해가는 방송사는 드디어 절대 시청률 100%를 꿈꾸고, 이 고통의 쇼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드디어 리모콘 하나로 그들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아멜리 노통브 소설답게 자극적인 소재로 시작되는 <황산>.
충분히 흥미로울수 있고, 생각의 여지를 둘수 있는 소재를 늘어놓고도
이야기를 제대로 수습하기도 전에 지루한 결론을 내려버린다.
(물론 비현실적인 소재이기는 하지만) 방송사의 시청률 우선주의를 좀더 신랄하게 꼬집어 주었다거나,
집단 생활에서 올수 있는 동포(?)들 사이의 감정적 대결을 좀더 부곽시키거나,
카포 즈데나와 포로 파노니크 사이에 흐르는 동성애적 무드를 좀더 활용하여,
파노니크가 일방적으로 즈데나의 애정을 이용하는 비열함을 보여준다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두 여자 사이의 뜨거운 애정행각이라도 보여 주었더라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의 작가의 무성의함은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초반부, 아멜리 노통브의 책이 두 라이벌간의 피튀기는 설전이 주를 이루었다면,
<황산>, <머큐리>, <공격>은 "미녀와 야수"의 각색판 암흑동화같은 느낌이 풍기는 소설들이다.
(왠지 이것도 시즌제인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인지...)
1년에 한번은 꼭 책을 낸다는 아멜리 노통브, 그럭저럭 읽기는 재밌지만 몇가지 소설에서 비슷한 소재를 사골처럼 울겨먹는 것을 보면, 상상력의 부재라던가 프로다운 마인드가 살짝 부족한 건 아닐까 싶다.
좀더 신선한 이야기, 새로운 표현방식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미녀와 야수 설화를 버전만 살짝 바꾸어서 내놓는 이 이야기들이 언젠가는 지겨워지기 마련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최대 장점인, 자극적인 감정선을 제대로 살리면서 좀더 성의있게 이야기를 꾸려나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작가로 남을수 있을텐데....
 
더불어 제목이 <황산>인 이유를 도무지 알수 없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소설 내에서 황산이라는 말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얘기 자체와는 별로 관계없기 때문에
이건 뭐... 소설속에서 아무 단어나 집어서 제목을 만들어도 이것과 마찬가지 느낌일 것 같기도 하다. (아예  "그리고"나 "하물며"같은 제목을 지어도 무관!!!)
이제 또다시 왠만큼 아멜리 노통브 소설을 읽었으니, 당분간은 아멜리 노통브여 안녕...
다음에 볼때는 더더욱 신선한 이야기로 만날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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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1-0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이 이상했어요. 황산보다 다른 근사한 소재가 있는데 말에요^^
<공격>이나 <머큐리>는 정말 재밌었는데, 이 작품은 설정에 공감이 전혀 안갔더라는ㅋㅋ

Apple 2008-01-06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좀 억지스럽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