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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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상궂은 외모에 사기, 절도등의 전과도 만만치 않은 야가미,
그가 병원에 전화하고 두근거리는 이유는 얼마후 그가 골수이식수술을 하려고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평생 단 한번 누군가와 자신을 위한 선행을 하기로 한 친절한 야가미씨,
이 일로 지난 죄값을 치룰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하루하루 수술날만을 기다리는데,
수술을 앞두고 돈을 빌리러 찾아간 친구집에서 욕조에 몸이 끓여진 채로 죽어있는 친구의 시신을 발견하고,
불현듯 이 선행이 제대로 이루어질수 없다는 예감에 사로잡힌다.
 
곧이어 뛰어들어온 세 남자에게 쫓기며 야가미는 자신의 골수를 병원에 전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같은 시간 도쿄에서는 비슷한 형식의 정체모를 연쇄살인이 벌어져,
야가미는 졸지에 용의자로 몰린다.
경찰과 자신을 뒤쫓는 남자들, 이중으로 쫓기는 야가미- 과연 골수를 안전하게 운반할수 있을것인가.
야가미는 골수이식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이중으로 쫓기게 되고,
밤새 헤엄쳐 강을 건너고, 버려진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철로 위를 달리고, 뛰고 뛰어내리면서
책에도 나와있듯이 "철인 3종경기" 저리가라의 험난한 모험을 강행한다.
야가미는 왜 이렇게 힘든 여정까지 해가면서 자신의 골수를 전달하려 하는것일까.
선행이 이 정도로 귀찮은 일이라면, 뛰고 달리고 쫓기면서 이미 의미가 상실될 법도 한데 말이다.
그는 세상에 속죄하고 싶은 것이다.
한때 가짜 연예기획사를 차려 꿈에 가득찼던 어린 소녀들의 마음을 짓밟았던 자신의 사기 행위가
죽어가는 백혈병 소녀를 살림으로써 속죄가 되기를, 그는 바랬던 것이다.
 


<13계단>이라는 싱숭생숭한 추리소설로 평단과 독자를 함께 사로잡았던 다카노 가즈아키의 <그레이브 디거>는
<13계단>과는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면서도 작가 특유의 의식은 살아있는 소설이다.
쫓고 쫓기는 숨박히는 추격전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릴러 소설이라는 점에서
추격전 보다는 반전으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무겁고 애달픈 분위기를 자아내는 <13계단>과 다소 다르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에게 한없이 애정과 동정을 느끼게 하는 면이 <13계단>과 무척 닮아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세 소설, <13계단>과 <유령인명 구조대>, 그리고 <그레이브 디거>에서는 공통적으로
무언가에 대한 속죄 의식이 줄곧 흐른다.
 
<13계단>에서 교도관으로써 두번의 살인을 저지른 자신의 죄값을 무고한 사람의 누명을 벗기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점,
<유령인명 구조대>에서 자살자들이 100명의 자살자를 구해야 천국행 티켓을 얻을수 있는 점,
그리고 <그레이브 디거>에서 자신이 저질렀던 과거의 범죄에 대한 속죄 의식으로써
골수 이식이라는 선행을 택해 끝없이 들고 뛰는 점,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속 사람들은 무언가를 속죄 받아야 발뻗고 잘수 있는 인생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을 편히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것, 조용히 앉아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땀이 뒤범벅 되어 들고 뛰고 고생시키고, 그제서야 속죄행위를 할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
두번째 공통점이 되겠다.
 
이 소설들에서 어떤 성격, 어떤 직업, 어떤 죄를 저지른 주인공이라도 필사적으로 속죄를 하려는 의식만으로도
독자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주인공들을 매력적으로 빛나게 한다.
근본적으로는 착한 사람들-<그레이브 디거>의 주인공 야가미 역시 한 때 누군가를 등처먹고
도둑질을 하고살아온 험상궂은 전과자이지만, 미워하거나 냉정히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야가미의 험난한 골수이식 여정을 보며  "힘내, 야가미씨!"하고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근본적으로 착하고 정많은 사람, 환경이 그렇지만 않았더라도
훨씬 다정하고 정의바른 사람이 되었을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지는 착한 마음이 든다.
 
숨막히는 속도감, 후반부로 치닿을수록 명확해져가는 범인과 여러 이해관계들,
그리고 또하나의 매력적인 주인공-더할나위 없이 박진감 넘치는 재밌고 짜임새좋은 소설이다.
불쾌지수높은 여름에 시원시원하게 볼수 있는 웰메이드 스릴러 소설,
올 여름 휴가는 <그레이브 디거>와 함께 하는 건 어떨까!!!아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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