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밀리언셀러 클럽 20
로버트 블록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의 거의 모든 단편집이 그렇겠지만, 단편집에 실리 단편들중에서는 재밌는 것도 있고 재미없는 것도 있다.
그런데도 단편집이 재밌는 이유는 그 재밌는 단편들 몇 개는 왠만한 장편 소설보다 훨씬 강렬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참을성이 없어져 가는지, 집중력이 떨어져 가는지, 요즘은 장편보다 단편집에 더 끌리고 있어서
이것저것 재밌는 단편집을 찾아보다가 소스가 떨어질 때쯤, 결국 작년에 읽었던 서스펜스 걸작선 2권을 집어들었다.
개인적으로 1권이 별로 재미없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재밌게 읽었던 몇몇 작품들-
"숨겨갖고 들어가다"나 "원칙의 문제", "주말 여행객"같은 작품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을 보면
재미없게 읽지도 않은 듯.
2권은 1권보다 편수는 많지만, 전체적인 단편들의 임팩트는 조금 부족했다.
재밌었던 작품으로는 "우리 시대의 삶"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 "시적인 정의" "붉은 흙"이었는데,
루스랜들 여사의 "불타는 종말"만 하랴.
 
"불타는 종말"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병수발하는 농부의 아내가 등장한다.
무심한 남편은 어머니 병수발은 커녕 집안일에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제 결혼하려는 시동생 내외에게 병수발을 함께 들어주지 않겠느냐 부탁했다가 거절당하고,
치매걸린 시어머니는 내내 욕하고 부시고, 문제만 일으키고, 한주부의 갑갑한 생활상이 공개된다.
내내 주인공 여자가 미치거나, 시어머니를 살해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단편이 진행되고,
사고로 집이 불이 타버리고, 시어머니가 죽은 후에 뜻밖의 사실이 밝혀진다.
아, 이처럼 재밌는 단편이라니....
루스 랜들의 소설은 <내 눈에는 악마가>밖에 읽어보지 않았고,
다른 작품들이 마구 궁금해질 정도로 임팩트가 큰 소설은 아니었는데,
이 단편을 읽어보니, 루스 랜들의 다른 작품들이 무척 궁금해졌다.
 
<사이코>의 원작자 로버트 블록의 단편 "우리 시대의 삶"에서는 타임캡슐이 등장한다.
연극의 한커트를 보는 듯한 이 단편에는 두 남녀가 등장해 타임캡슐에 담아둘
우리 시대의 삶을 대표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마지막으로 타임캡슐에 담기는 건 과연 무엇이 될까.
단편다운 마무리로 깔끔한 단편이었고, 개인적으로 <사이코>를 좋아하기 때문에
로버트 블록의 다른 이야기를 볼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은 거의 유일하게 트릭이 등장하는 단편인데,
메두사의 탈을 쓰고, 메두사의 연기를 하는 배우가 연극이 끝나고 난후에 정말로 목이 잘려서 발견되고,
세바스찬 블루라는 요상한 이름을 가진 형사가 등장해 범인과 트릭을 밝혀내는 소설인데,
다소 단순하고 평범한 감이 없지 않지만, 묘하게 글이 마음에 들어서 괜찮은 단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적인 정의"는 시와 소설이 번갈아가며 등장해 평생을 남의 등을 처먹고, 남의 능력을 이용하며
살아와 결국은 최고의 자리에까지 올라간 한 남자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용당하는 사람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무리쯤에서는 동정심을 뒤집어 엎는 사건이 발생하고,
마지막 한줄로 단편의 방향을 아주 달리하는 멋진 단편이었다.
만약, 이 단편이 장편이었더라면, 조금 억지였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으나,
단편의 마무리는 확실히 마지막 한페이지의 한방이 역시 중요한 듯 싶다.
 
"붉은 흙"은 "불타는 종말"다음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인데,
추리보다는 기억속의 첫사랑, 오래전에 사랑했던 여인을 추억하는 모습이 꽤 아름답게 그려져서
오히려 묘사력과 분위기 연출에 끌렸던 작품이다.
마을의 누구나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는 유명한 여배우가 되었고,
마을에서 그녀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와 결혼했지만, 남편이 자살해버린다.
사람들은 끝없이 그녀를 뒤에서 살인자라 욕하고, 한때 그녀를 사랑했던 아버지를 둔 한 소년은
여자를 지켜보고, 자신 역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이 단편은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말레나>라는 영화를 많이 떠오르게 하는데,
그 영화를 좋아했듯이, 이 단편도 무척 마음에 들었고,
애매모호하게 다시 한번 이야기를 되짚어볼 여지를 남기는 마무리도 좋았다.
 
 
자, 이제 3권을 읽으면 된다.
2권을 읽고 3권의 작가진을 대충 훑어보았는데, 기대되는 작가도 많고,
단편의 경우에는 페이지가 많은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작품들의 길이도 적당하니 좋아서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