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메리의 아기 밀리언셀러 클럽 57
아이라 레빈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새로 나온 책으로 다시 읽는 로즈메리의 아기.
인터넷으로 보면 검은색으로 보이지만, 보라색에서 검은 파란색 사이의 오묘한색깔의 바탕에,
핑크색으로 실루엣만 표시된 그림이 무척 예쁘다.
소설은 몇년전에 보았고,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 "악마의 씨"는 훨씬 그 전에 보아서
다 알만한 내용인데도, 다시 보는 로즈메리의 아기는 여전히 흥미진진 스릴 만점인데다가,
모르고 볼 때보다 훨씬 자세하게 감상하게 된다.
예전에 읽을때는 구조를 따라가느라 놓치고 지나갔던 세심한 부분들이 다시 보여서
오랜만에 익숙하면서도 즐거운 독서를 하게 되었다.
 
알려진대로, 이 소설은 오컬트 소설이다.
저 유명한 "오멘"의 데미안이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같은.
그러나 "악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 보다는 인간사이에 친절이나 신뢰에 대한 배신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사람은 어느 순간 나이를 먹으면서 무조건적인 친절을 기피하게 된다.
세상에 부모가 아닌 이상, 남에게 무조건적으로 친절을 배푸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알게되기 때문이다.
남에게 헌신이나 무조건적인 믿음을 기대하지 말 것- 이 소설이 독자에게 던지는 경고이다.
 
고풍스러운 브램포드 아파트에 새로 이사오게된 신혼부부 로즈메리와 가이가
지나치게 친절한 노부부를 알게되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공포로 접어들어간다.
브램포드 아파트를 떠도는 항간의 소문들, 인육을 즐겨먹던 자매가 살았다거나,
지하실에서 영아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등의 소문들-이웃집 로만과 미니가 키우는 불쾌한 냄새가 나는 태니스라는 약초,
강간당하는 악몽과 로즈메리의 불안한 임신, 세상이 나만 빼고는 모두 같이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
이 소설은 오컬트가 보여줄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도,
현실의 인간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공포심을 자극한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에 대한 공포, 지나치게 친절한 이웃에 대한 불안감과 귀찮음, 남자의 출세욕,
믿었던 것에 대한 처절한 배신감.
만약 악마주의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훌륭한 소재 아닐까.
 
아이라 레빈의 소설은 재밌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말하고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한다.
이렇게 군말없이 긴장감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작가는 이 세상에 흔치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라 레빈의 소설이라고 해봤자 "로즈메리의 아기"와 "죽음의 키스"뿐이지만,
두 소설 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부를수 있을만한 멋진 소설들이다.
이렇게 훌륭한 작가가 어째서 우리나라에 이렇게도 소개되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스텝포드 와이프"나 "슬리버"같은 유명한 영화들의 원작도 아이라 레빈인데 말이다.
좀더 많은 작품을 볼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스텝포드와이프 같은 경우에는 나올만도 한데....
 
임신에 대한 공포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소설로는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라는 소설도 있는데,
이 소설과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을 찾는 사람들은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다섯째 아이"는 오컬트 소설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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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7-03-0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멘말고 동명의 제목 영화도 있었지요? 아마.
보관함에 담습니다.
임신에 관련된 소설로는 <임신 캘린더>도 기억에 남습니다.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도 메모.^^

Apple 2007-03-04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명의 제목이요? 악마의씨 말이신가...ㅇ.,ㅇ; 로즈메리의 아기라는 영화가 또 있었나요?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