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그의 이야기 - 역사.전설.영화.소설로 보는 드라큘라와 뱀파이어 히스토리
레이몬드 맥널리.라두 플로레스쿠 지음, 하연희 옮김 / 루비박스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흡혈귀 영화나 소설은 더이상 호러장르가 되지 못한다.
공포라고 하기엔, 흡혈귀 이야기는 너무나 로맨틱하고 탐미적으로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양 귀신(?)인 흡혈귀의 이야기가 달콤하고 에로틱한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은
역시 가장 유명한 흡혈귀 영화중 하나인 <노스페라투>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1992년 작 <드라큘라>나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가 한몫했겠다.
드라큘라의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사실은 영화에서 보여진 이미지로 왜곡되어 알고 있다.
<노스페라투>나 <드라큘라>는 브람 스토커의 소설을 바탕으로 깔고 있으나,
브람 스토커의 소설속에서는 악마로만 묘사되는 드라큘라 백작의 이미지를
'이룰수 없는 사랑에 집착하는 가련한 남자'의 이미지를 덧씌웠고,
뱀파이어를 통해 영생의 쓸쓸함과 에로틱한 탐미를 구축해낸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에서
결정적으로 뱀파이어를 악마나 괴물이 아닌,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영생체의 이미지로 그려내어 흡혈귀는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500년전 실존했다는 드라큘라 백작의 실존 이야기는 어떨까.
어떤 경로로 그는 전설적인 흡혈귀로 둔갑해버렸을까.
이 책은 실존했던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와 그의 이야기가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흡혈귀 전설이 되고,
다시 한번 브람 스토커를 거쳐 100년이 넘도록 단한번도 절판된 적이 없고,
단 한번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친적이 없는 고전 <드라큘라>의 탄생과 그 후의 작품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였던 블라드 드라큘라는 "블라드 체페슈"-꼬챙이로 찌르는 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 블라드 드라큘의 둘째아들로 태어난 블라드 2세 드라큘라는 실제로는
오스만 투르크에 대항해 왈라키아를 수호해낸 영웅이다.
(드라큘-Dracul은 '용'이라는 뜻이란다.)
루마니아 지역에서는 이 드라큘라를 전설의 영웅이자 두려워해야할 존재로 인식한다.
나라를 지켜낸 영웅을 사람들은 왜 두려워 했으며, 그는 어째서 전설의 흡혈귀로 둔갑하게 된 것일까.
드라큘라를 둘러싼 흡혈귀 전설은 그의 어린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드라큘라는 오스만 투르크족의 잦은 침략으로 영주였던 아버지와 큰형을 잃었다.
아버지는 살해당하고, 큰형은 산채로 매장을 당하고, 둘째아들이었던 드라큘라와 막내동생이었던 라두는
끊임없이 투르크족의 협박을 받으며 어린시절을 보내온다.
소심하고 약한 성격이었던 동생과는 달리 본래부터 강인하고 반항적이었던 드라큘라가
성인이 되어 왈라키아 영주의 자리를 되찾고 난후, 적개심과 복수심을 갖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드라큘라는 오스만 투르크에 대항하여 왈라키아를 수호하며, 포로들을 말뚝에 박아 사형시켰다.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을 사람들이 두려워하게 된 것은,
처음에는 복수심으로 적국 포로를 말뚝에 꽂아 죽였던 드라큘라가 나라의 귀족들을 그런 식으로 처형하고,
그의 국민들도 말뚝에 박아 처형하면서부터이다.
그는 용맹했으나 자비롭지는 못했다.
그는 어쩌면 처음에는 복수심으로 적군을 공격했으나 그 폭력성에 너무 길들여져버렸는지도 모른다.
전 유럽이 그의 말뚝처형을 두려워했고, 그가 피를 들이킨다는 헛소문은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적군에게 목이 잘려 죽은 드라큘라 백작의 시신을 시간이 오래 지난후 파해쳐보니,
드라큘라의 뼈가 들어있어야할 자리에, 인간의 뼈는 없고
온갖 동물의 뼈가 산산히 부숴진채 매장되어있었다고 하니,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드라큘라의 이미지가 어디서 다 나왔는지 알수 있다.
피, 말뚝, 빈무덤, 잘려진 목- 드라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들이다.
흡혈귀의 가슴에 말뚝을 박고 머리를 잘라야 죽는다는 전설과,
매장되었지만, 무덤에서 다시 일어나 피를 찾아 돌아다닌다는 전설-
이 모든 것이 드라큘라의 실제 생애를 바탕으로 한 설화가 된 것이다.
트란실바니아 농민들은 마늘을 약용식물로 생각하여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즐겨먹었다고 한다.
병을 없애주는 것은 무엇이든 선한 "흰" 마술이었으므로 마늘이 흡혈귀를 퇴치한다는 전설이 생겨났다. 

흡혈귀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루마니아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설화였다.
실제로 흡혈귀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은 나라는 드라큘라가 살았던 루마니아지역이 아니라 그리스라고 한다.
수많은 흡혈귀의 이야기와 드라큘라의 피비린내나는 생애에 대한 소문들이 오랜 시간동안 합쳐져
흡혈귀 신화가 탄생하게 되고, 빅토리아 시대로 건너오게 되어서는
당시 서서히 떠오르고 있던 고딕 호러 소설 붐을 타고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설화를 바탕으로 해 진화해나가 아직도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허구의 한존재의 과거를 타고 올라가 실제의 드라큘라를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흡혈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진실과 허구를 구별해낼수 있게된 데 대한 희열까지 느껴지는 책이었다.
적절히 삽입된 사진들과 흥미로운 설명이 재밌었던 책으로,
흡혈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느 소설보다 재밌고 흥미로운 책이 되겠다.
책 후반부에는 뱀파이어와 드라큘라를 소재로한 영화와 소설을 소개하고,
당시 동유럽의 지도와 간략한 역사까지 친절히 설명해주고 그를 둘러싼
루마니아, 독일, 러시아 등지의 소문들을 모아놓았다.
요즘 보는 책들은 이런 책들이 많은데,
이 책 후반부에 적어놓은 뱀파이어 작품들을 볼수 있는대로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수많다고 밖에 말할수 없이 너무나 많은 영화들이 있어서 다 보기엔 어렵겠지만 말이다.

꼼꼼한 구성과 재밌는 소재의 책.
진실과 허구 사이에 있는 드라큘라를 이 책 안에서 찾을수 있다.
드라큘라와 뱀파이어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할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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