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
로버트 블록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히치콕의 그 유명한 영화 <사이코>를 몇번이나 보았던가.
아마 제대로 본것과 중간중간 지나치면서 대충 본 것까지 합치면 스무번은 족히 되지 않으려나.
요즘은 그렇지 않겠지만, 나 어릴때부터 학생시절까지는 TV에서 매년 히치콕 영화를
한편도 방영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TV가 점점 가벼워져 가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기도 하다.
<사이코>가 신작인 사람들이 세상에는 분명 있을텐데 말이다.)
뜬금없이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사이코>의 소설버전을 보게된 것은 얼마전 읽었던 심리학책 때문이었는데,
영화를 다시 보려다가 원작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않은 명작이 된 <사이코>.
영화가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묻혀져버린 원작 소설 <사이코>가 여기에 있다.

소설 <사이코>는 영화 <사이코>보다 훨씬 음산한 기운을 더한다.
매번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어둡고 음산한 노먼의 모텔처럼.
내용 자체는 거의 같으나, 영화와 소설의 재미가 서로 다르다.
소설속의 샤워실 살해 장면을 보고 영감을 얻은 히치콕은 이 영화를 계획하게 되었고,
1분도 안되는 그 장면을 일주일이나 공들여 찍어 샤워실 살해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중에 하나가 되었고,
많은 후배 감독들이 그 장면을 히치콕의 오마쥬로 사용하게 되었다.

어머니를 사랑한 아들. 너무나 어머니를 사랑해서 같은 운명을 가진 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랬고,
그녀의 배신을 참을 수 없었던 아들.
아들을 너무나 걱정한 어머니. 어머니는 자신이 지나쳐온 더럽고 추악한 세상으로부터 아들을 지켜내려하지만,
그것은 삐뚤어진 애정이 낳은 집착이 되어 두 사람을 아무도 없는 음산한 모텔속에 귀속된
억제된 본능으로 자기자신조차 잃어버리는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용납할수 없는 진실과 고통스러운 스트레스에서 자신을 보고하기 위해 심약한 노먼이 선택한 결정은
모두를 파국으로 몰아간다.

해리성 장애를 다룬 가장 유명한 영화와 그 원작.
인간의 뇌란 참으로 신비로워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해리시켜 버리고,
공상과 기억상실로 자신의 현재를 가공하기도 한다.
실제로 해리성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그저 "소설"일 뿐이라 말할수는 없는 문제같다.
사람이 육체적으로 아주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뇌에서 엔돌핀을 내보낸다는 사실만 보아도,
인체의 미스테리함이란 실로 대단하다.

히치콕의 <사이코>도 무척 좋아하지만, 소설을 읽고나니 소설쪽은 상상외로 더더욱 멋있었다.
이 음산한 분위기와 비장미.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팽팽한 감정선.
이것이 공포소설의 걸작중의 걸작이라 말하지 않을수가 있을까?
서스펜스와 긴장구조를 사랑하는 히치콕이 반하는 것이 당연했던 소설이다.
후반부를 모르고 봤더라면 더 좋았을테지만, 죄다 알고 봤으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눈을 뗄수 없이 재밌었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나면 영화도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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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2-0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영화에 가려 좋은 소설과 작가가 빛을 못봤어요.

Apple 2007-02-0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영화도 영화이지만, 소설도 정말 멋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