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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ㅣ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1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만약 우리가 길에서 이들을 마주쳤더라면, 우리는 그들을 동네 양아치라 불렀을지도 모른다.
혹은 의욕없고 할일없는 백수 조무래기라고 불렀을지도.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것이 자랑이 되는 동네- 졸업하기도 어렵지만, 학교를 나온 아이들 거의가
양아치 내지는 조폭이 되는 도쿄의 무서운 이케부쿠로.
열 네살짜리가 동네 깡패의 수하가 되어있고,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핸드백이나 구두를 사기위해 아저씨와 러브호텔에 들어가고,
어떤 아이들은 등교 거부를 하며 히키코모리가 되는 동네에 사는
자랑할 것이라고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것밖에 없는 열아홉살짜리 어수룩한 백수,
대학을 갈생각도 없을 뿐더러 취직할 생각은 더더욱 없고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는,
용돈이 필요하면 엄마의 작은 과일가게에서 일을 하는 마코토가 이 소설의 메인 주인공이다.
어느날 길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진 여고생 리카가 러브호텔에서 살해되고,
경찰에서 그렇고 그런 살인사건으로 넘기기 전에,
리카와의 우정을 생각해 친구들을 이케부쿠로에 쫙 깔아두고 범인을 잡은 것을 계기로
마코토는 비공식적인 이케부쿠로의 해결사가 된다.
해결사라고 꼭 이런 심각한 범죄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동네에서 얻어터지고 다니는 동네 꼬마애들의 복수도 간혹 해주는 해결사 마코토.
거리의 해결사라고 해서 꼭 정의감 넘치는 히어로 일리는 없지 않나.
마코토는 스트리트 라이프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어리석은 영혼을 바라보며
어디선가 당하고 있을지도 모를 자기 자신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사건에 뛰어든다.
소설은 마코토가 네가지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낸다.
시리즈로 나온 소설인듯 싶은데, 계속 이런 방향일듯 싶다.
청춘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둡고, 그렇다고 범죄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가벼운 이 책은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딱 그 정도의 이야기이다.
그닥 마음에 담아둘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지도 않으나,
소설속의 등장인물들은 일본의 10대와 20대 초반의 청소년들의 대략적인 형태를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아서
마냥 가볍게만도 볼수 없게 만든다.
마코토를 보면서 생각한다.
어느 학교에서나 꼭 이런 애들은 있게 마련이다.
공부 잘하는 애들 틈에 섞여있는 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는 애들 틈에 섞여있는 것도 아닌,
마이페이스로 살아가는 애들-.
학교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아이도 건드리기 힘든 존재들이 바로 이런 존재들이다.
남에게 피해되지 않는 정도에서 자기 좋을대로 살아가는 아이.
누구와도 친하지 않으나, 누구에게도 미움받지도 않는 아이.
설령 미움 받는다고 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아이.
마코토가 거리의 해결사로 이름을 날릴수 있게 된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인간관계에 있어서 적당한 무관심과 나름의 차가움으로 일관하는 사람에게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왜일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자주 그렇다.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충격받지 않을 그 차가움이 마음에 드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이야기도 적당히 무관심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퍼트리지않을 것 같아서 일까.
인간의 마음이란 참 신비롭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