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 - My Beautiful Girl, Indigo
아람샘과 인디고 아이들 지음 / 궁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때 한학년이 끝나고 종업식날 친구들과 아쉬워며 교실에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하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다가오시더니 이것좀 버리라며 종이 뭉치를 두고 가셨다
중고등학교때 성적표나오기전부터 미리 괴롭혔던 소위,칼국수라 불렀던것, 각과목 점수만 적혀있다
그것도 반친구들번호 나와있는 그대로였다. 기가막히기도 하고 화가나기도 했다.
그냥버리기엔 너무 찝찝해서 소각장에서 태우면서 왜이런걸 우리보러 버리라고 하나..
"뭐저런 선생님이 다있지."생각했었다
고등학교때 , 수업시간에 짝꿍과 속닥속닥 하다가 선생님께 들켰다
평소처럼 한소리 듣거나 꿀밤이나 한대 맞겠지 했었다. 그런데 내짝꿍을 불러서 일으켜세운
선생님은 다리를 발로차서 넘어뜨리고 정말 팔다리 다이용해서 때렸다. 내짝은 콧대가 부러졌다
여고 , 철학시간이었다.
그뒤로 매일수업끝나고나면 짝꿍을 병원에 데려다주면서 많이 울었다.
한학년이 끝날때까지 우리반은  그수업시간에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졸지도 않았다.
무서운 침묵속에서 숨죽여 울었다. 마지막 비굴했던 그선생님의 얼굴을 보면서
"이제부터 선생따위.."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기 아람샘이 있다.
거짓말 처럼 정말 선생님이 있다.
고통도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있어서 아람샘은 인디고 아이들이 아플것 고민할것
을 대신해준다. 그래서 아이들의 고통을 아는 그런 아람샘이다.
이책은 "인디고 서원" 이라는 곳에 대한 글들의 모음인데
인디고 서원이라는곳은..뭐라 딱 말하기가 힘들다 . 스무살 이윤정양은
"획일적이고 답답한 현 교육체제에서 내꿈은 "아람샘"에서 발아했고 아직도 이곳에서 나의꿈은
자라고 있다
."라고 인디고 서원에서의 자신을 말했다.
인디고 서원은 이런곳인가 보다.아...정말 부럽다. 스무살때 나는 나의 꿈에대해 어떤 생각을
키우고 있었던가. 꿈과 발아 라는 단어를 연결시켜 문장을 쓰는 스무살이 너무 대견하고 부럽다.
여기서 글쓰고 생각하며 꿈을 키운 다른 학생은 김기택의 멸치라는 시를 읽고
"나는 지금 건어물 집의 딱딱하게 굳혀져 있는 멸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혀져 있을지도 모르는
나의 존재에는 '두껍고 뻣뻣한' 벽을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19년 된 내 삶의 한부분을 잘라 이글을 적었다. 이것이 나의 모든것을 표현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언제 나의 '몸통을 뒤틀고 있는' 내의지가 또 나를 바꾸고, 내주위를 바꾸고 , 세상을 바꿀지 모르거든
"
이라며 자신의 앞날을 바라본다.
인디고 아이들은 꿈을 보는 연습을 하는것같다. 요즘들어 내가 가장 후회하는점이 바로 이것이다.
나를 볼수 있는 시간을 꿈을 기획할 시간들을 가장중요했던 시기에 이런저런 이유, 변명들로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난 또 인디고 아이들이 부러워진다.
그리고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인디고 서원 대장 아람샘을 부러워한다.
이제 늦지않게 더 맹렬하게 꿈을 꿀것을 다짐한다.
유독, 아름다운글과 음악이 많았던 책이다. 

이승하의시 젊은 별에게 를 읽고 가슴이 많이 설레고 떨렸다.

절은 별에게

                                                                   이승하

시야에 출렁이는 겨울 별자리 어디
자전과 공전의 질서를 깨뜨릴 수 없어 고뇌하는
젊은 별이 있다면, 지금 나에게 신호하라
내 짙푸른 꿈 하나 쏘아 올릴 터이니

 광년의 거리 밖 너의 괴로움과
내 바람의 외투를 걸치고 길 나서던 날들의 절망감이
만나서 녹아 내릴 수 있다면
내 아무런 확신 없이 떠돌던 삶이
네 울분으로 들끓는 코로나
백만 도가 넘는 뜨거움을
만나서 녹아 내릴 수 있다면

 고생대, 중생대, 참 얼마나 많은 화석된 시간을 지나
겨울 별자리와 나는 이 밤에
이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대좌하고 있는가, 밤마다
내 참 얼마나 많은 별에다
旣成에 대한 증오의 화살을 쏘아 올렸던가
어디를 가도 안주할 곳은 없었으니

 멀고 먼 시간의 바다인 황도
12궁이 가리키는 세상을 향해 떠났었다, 그날 이후
내 죄악의 유혹에 얼마나 자주 굴복했던가
소리내어 울면서 버린 동정을
얼마나 오래 저주했던가
나보다 더 오래 질서이신 신을 저주한 사람이 있으면
만나고 싶다, 그를 힘껏 포옹하리

 지금은 밤이다, 끝 모를 어둠
몸부림치는 서로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밤이지, 시작 모를 어둠이
지상에 가득 찰 종말의 날이
내 생애의 어느 날이 될지라도
어둠 속에서 표류하는 젊은 별이여
너를 축복하리, 환하게 웃으며 반기리, 환히
환희의 날이 너와 나의 사후에 올지라도

 왜 이리 두려울까, 두렵지만 지금은 밤이니
질서에 길들기를 거부하는 젊은 별이여
희뿌연 새벽이 오기 전에
내게 신호하라, 내 온몸으로 뜨겁게
뜨겁게 너와 결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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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 그사나이 라는 드라마 보고 정말 많이 웃었는데
어제 끝났다
그리고 그들은 그후로도 행복했습니다
라는 결말이 좋더라..영화든 드라마든 뭐든..
현실성 없더라도 좋더라

나도 언젠가 현실성없이 순수하기만 했던 사랑 이야기를 잘알고
있었던것 같은데,
이제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옛날이되었다
그냥 그자체로 소중했던 사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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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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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이후에 처음읽는 유시민 책.
정말 정말 재미 있게 읽는 중이다.
사실 유시민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모른다
전에 정외과 친구들이 모여서 프락치 어쩌고 하는말속에 유시민 이있긴했지만
난 케찹성분이나 살펴보고 있었더랬지..
사실 이런사람인줄 몰랐다
이렇게 재미있는사람인줄 몰랐다는것

요즘 미국이랑 FTA로 찬성, 반대쪽 입장이 첨예하다.
찬성쪽은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도 모르는 바보들 이라고 (진짜로 바보 라고 쓴 기사를 본적이 있다)
하길래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뭔가 살펴보니 정말 설득력있는 이론이었다
각 나라의 생산가능곡선 외부의 점에서 소비가 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국민전체적으로는 이득이라는것
특별히 살펴보지 않은탓인지 비교우위론에 절대우위가 있는 이론을 어느 경제지나 일간지에서도
보질못했었다.
그런데 이책에서 리스트를 알게되었다.
그는
" 공업은 국내외 상업, 해운과 개량된 농업의 기초이며 문명과 정치적 세력의 기초이다. 지구상의
모든 공업력을 독점하여 다른 나라의 경제발전을 억누르는데 성공하여, 그들이 단지 농산물과 원료만을 생산하든지 필요불가결한 지방 공업만을 운명하도록 억제하는 국민은 반드시 세계를 지배하게 될것이다
"
라고 미국주도(이전엔 영국주도 ) 경제를 예견했다.
미국이 돈이되는 그리고 앞으로도 돈이 될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계속 확보할것
임을 경고했던 것. 미국은 여러 국제기구를 동해 이미 다른나라들이 이러한 미래지향적 전략산업을
국제경쟁에서 보호하거나 인위적으로 육성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290p)
그리고 비교열위로 판단된 분야의 해고된 노동력에 자유무역을 통해 얻은 이익을 돌리면 된다! 것도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닐터.

사실 도하개발어젠더 역시 미국이 농업보조금 문제를 양보하지 않는 까닭에 깨진것,
찬성론자들은 이제 더이상 다자간 국제관계는 불가능 하게 될것이고 양자간 (FTA)협상에 주력해야
만 한다고 크게 동요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자신들의 경제적(and정치적) 이익에 조금이라도 반하면
얼굴을 바꾸는 미국을 발견할수 있기에 미국과의 FTA가 더욱조심스러운것이다. 

바로 이런점이다,  어느쪽에도 손을 드는것은 아니지만
이런쪽으로도 생각해 볼수 있습니다 라고 다른길을 보여주는것
그것만으로도 이책을 읽어볼 가치가 있다. 게다가 재미있다
특히 나처럼 신문에서 떠드는 경제용어나 지표등에담긴 숨긴의미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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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팁 브로그 슈즈 Wingtip Brogue Shoes
1997년이면...거의 10년전에 그린 그림이다.헉
리바이스 카탈로그의 구두사진이 너무 이뻐서
쓱싹쓱싹.
저 모든 먹칠을 다 손으로 하던 시절.
그때는 얼룩지고 지저분해서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이런 손맛 나는 그림이 소중하다.

리바이스 진을 딱 한번 접어 입고,
다이아몬드 양말에 블랙화이트 윙팁 브로그 슈즈를 신어 주고,
빠닥빠닥 다림질 된 반소매 셔츠 걸치고,
그리스 바른 앞머리를 뒷주머니 빗으로 스윽 빗어 올리면
멋쟁이 남자 완성!

--------------------------------------------------------------퍼옴 :http://www.bobazip.com-----------------------------

김나경선생님 (?)이 이런느낌의 그림도 그리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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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매지 > <괴물>박해일-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매력남

<괴물>박해일-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매력남
박해일은 어느 날 갑자기 익숙해진 배우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데뷔했고 미묘한 분위기를 지닌 용의자 박현규로 등장한 <살인의 추억>으로 대중에게 잊을 수 없는 얼굴로 각인됐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미소를 지닌 왕자님 같은 모습과 혀를 날름거리며 우악스럽게 키스를 요구하는 13살 마음을 지닌 33살의 청년 네모의 모습, 능청스럽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교사 유림을 거쳐 모든 일이 불평불만투성이인 고학력 백수 박남일로 나타난 배우. 어느 것이 진짜 박해일의 모습인지는 대중도 모르고, 박해일 자신도 모른다.
<괴물>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말해 달라.
작년 초 무렵 봉준호 감독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변희봉, 송강호 선배님, 배두나, 그리고 너 이렇게 넷이 한 가족으로 나올 건데, 할래?”라고. 일단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다들 감독님과 한 작품 이상 해본 사람들이고, 워낙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사람들이지 않나. 과연 이 인물들이 한 가족을 구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면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박남일이란 캐릭터에 대해 든 생각은?
우선 얘는 말이 많은 캐릭터였다.(웃음) 기존에 내가 했던 캐릭터와 다른 그 무엇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친구라고. 감독님은 나랑 닮은 구석이 있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크게 매치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다 찍고 나서 ‘아, 나한테도 저런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남일이란 친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럼 박남일이 되기 위해 따로 준비한 부분은 없나?
특별히 준비한 건 없고 평소 하듯이 했다. 이를테면 <질투는 나의 힘>의 이원상 캐릭터를 구축한다고 하자. 그럼 그 인물을 머리에 담은 채로 일상생활을 한다. 문득 주변 인물들과 사소하게 나누는 대화에서 ‘이런 부분은 원상이와 같을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을 축적해 놓는 편이다. 감독님과 캐릭터 의논을 할 때도 딱 부러지는 설명을 하진 않으셨다. 감독님이 말하는 남일이는 기타의 1번 줄과 같은 인물이었다. 기타에 줄이 여섯 줄 있는데 기타 줄은 위에서부터 얇다. 그러니까 1번 줄은 가장 고음을 내는 줄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나온 거 보니까 얘가 많이 시끄럽더라.

원래 연기에 임할 때 미리 치밀히 계산을 하는 편인가, 아니면 본능적으로 다가가는 편인가?
일단 나는 계산이 안 된다.(웃음) 계산을 하고 촬영한 적도 있는데 감독님이 “컷”하더라. 그러면서 느꼈다. 연기란 게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것이구나.

봉준호 감독이 워낙 디테일에 꼼꼼해서 별명이 ‘봉테일’이라고 들었다. 연기 지도도 그런 식으로 할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워낙 준비를 많이 하시긴 한다. 그러나 사전 준비를 많이 하시는 거지, 배우의 연기에 대해 치밀하게 정해 놓는 편은 아니다. 감독님과 두 번째 작업이라 굉장히 편했다. 우선 감독님은 배우의 예민한 감수성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이다. 때문에 충돌될 수 있는 상황을 안 만드신다. 물론 ‘봉테일’답게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내고자 하니까 쉬운 작업만은 아니었다.

박남일은 어느 가족에나 흔히 있을 법한 골칫덩어리다. 그런데 송강호가 맡은 캐릭터 역시 또 다른 골칫덩어리로 등장한다. 그렇게 빚어지는 모습이 재미있더라.
그렇지. 둘 다 잘난 것 하나 없는데, 구박하고.

합동분향소 장면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혹시, 그 장면에서 진짜 술 먹고 연기하지 않았나?
솔직히 소주 반 병 정도 마시고 촬영했다. 일부러 마신 건 아니고, 그 장면이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보는 이들도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지 않나. 테이크는 많이 안 갔지만 상대방을 때리기도 하고, 지르는 부분도 있어서 상황에 맞추기 위해 마셨다. 아, 그렇다고 항상 음주를 하고 촬영하는 건 아니다.(웃음)

임필성 감독과의 촬영은 어땠나?(<남극일기>를 연출한 임필성 감독이 <괴물>에서 박해일의 대학 선배로 등장한다.)
어우, 이건 뭐. 감독 둘을 데리고 하려니까. 한 명은 모니터 앞에 있지, 또 한 명은 내 앞에 있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웃음) 농담이고, 솔직히 흔치 않은 경험이긴 하다. 임필성 감독님과는 단편 <쇼우 미> <모빌>에서 작업을 한 경험이 있어서 편했다. 연기도 굉장히 잘하시지 않았나? 당당히 오디션 보고 참여하신 거다. 테이크는 많이 갔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과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다.
시선 처리 같은 게 어렵지 않았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감정 잡기가 더 힘들었다. 상대 배우가 있을 땐 중간에 카메라 보면서 촬영해도 상대 배우의 표정이라든가 감정선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얘는 그런 걸 알 수 없으니까. 나중에 후반으로 가면서 괴물의 위치랑 연기(?)하는 걸 보면서 느꼈지. ‘아, 얘가 연기 굉장히 잘하네’하고.(웃음) 감독님 말대로 17~18세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는 녀석이라 흔히 생각하는 괴수가 아니라 장난기가 있다.

워낙 독특한 캐릭터들을 맡아왔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인어공주>의 순박한 우편배달부로 나왔다가 <연애의 목적>의 유림으로 나온 걸 보고 놀랐다. 갑자기 급선회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배도 아니고 무슨 급선회를….(웃음) 시나리오가 흥미롭게 읽혀지는 것을 먼저 선택하는 편이다. 그 중 이것이 내가 해볼 만한 것인가, 할 수 있는 것인가를 고려한다. 예를 들어 내가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이 50~60퍼센트 정도 되고, 나머지는 도전할 만한 숙제 같은 부분이라면 도전한다. 내가 해보고는 싶지만 도전의 부분이 80~90퍼센트를 차지한다면 쉽게 선택하진 못하지.
처음에는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가. 예전에 고수희 씨 인터뷰하면서 아동극단에서 서로 만났다는 얘기는 들었다.(박해일과 고수희는 연극 <청춘예찬>에 함께 출연했다.)
처음부터 연기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로 아동극단에 들어가게 된 거지. 수희는 원래 전공도 연기였고, 굉장히 연기를 잘하는 친구지만. 아무튼 아이들 앞에서 연기를 하는데, 와, 이게 의외로 떨리데. 생각지도 못했던 긴장감이 막 몰려오면서 끝나고 나니까 희열감이 느껴지더라. 물론 애들은 다 잤지. 한참 자다가 갑자기 무대 올라와서 ‘이거 가짜 칼이다!’이러고. 그래도 나름대로 한 번 끝날 때마다 비장함이 생기더라. 다음엔 더 잘해야지, 하면서. 무대의 매력을 처음 맛본 거지.

그런데, 무슨 연극이었나?
<백설공주>였다.

<백설공주>? 혹시 왕자 역할이었나?
에, 그게 워낙 영세한 극단이라 능력 있어서 한 건 아니고. 왕자랑 난쟁이 1인 2역을 했었다.(웃음)

그리고 연극하다 쭉 영화로 왔다. 혹 TV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나?
<청춘예찬>으로 연극 데뷔해서 운 좋게 그걸 보러 오신 임순례 감독님에 의해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하게 됐다. 연극 선배들에게 물어봤지. 이걸 해도 되겠느냐. 모두들 좋은 기회라고 하라고 하더라. 다만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을 했었다. 최근 영화하면서도 송강호 선배님이나 다른 선배들도 다 같은 말을 하신다. 그때의 풋풋했던 열정을 잃지 말라는 요지인 거지. 사실 난 TV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생각은 하지만 아직은 하나라도 잘하자는 주의다. 이를테면 고두심 선배님 봐라. TV에서 중견 여배우로서의 존재감이 확실하신 분 아닌가. 그런 분이 <인어공주>에 딱 나왔을 때 그 존재감이랄까, 숙련미랄까, 그런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아직은 한 우물이라도 잘 파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체는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장이 펼쳐지면 그것이 TV든, 영화든, 연극이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하고 싶다.

대중에게 당신을 각인시킨 <살인의 추억>이나 이번 <괴물>은 규모 면에서 대작에 속한다. 그러나 그 외에는 흥행과는 조금 거리가 먼 영화들이 많았다.
작가주의 영화도 있었고, 상업영화인데 흥행이 안 된 영화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영화를 좋아한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정말 내 주변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질투는 나의 힘> <연애의 목적> <인어공주> 같은 방식의 영화들이 그랬다.

사실 <인어공주>에서 당신의 캐릭터는 사실적이기보다는 너무 왕자님 느낌이었는데?
(순간 발끈)아니, 나는 그런 역할 하면 안 되나?(웃음)

나중에 나이가 들면 <괴물>의 송강호 역할도 할 수 있을까?
난 못할 것 같다. 배우는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색깔을 변주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내가 송강호 선배 캐릭터를 맡으면 전혀 다른 캐릭터가 나올 거다. 굉장히 매력 있는 역할이긴 하지만.

그럼, 박해일이 생각하는 자신의 색깔은 무엇인가?
그걸 찾는 과정인 것 같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얻은 자양분들이 종합적으로 차곡차곡 쌓여서 어떤 향기를 피워내지 않을까. 그래서 매 작품마다 터닝 포인트이고, 한 단계 올라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내 색깔을 찾는다는, 그 과정이 넓게 보면 평생 갈 수도 있다고 본다. 나이 들수록 그 나이가 돼야만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지 않나. 그렇게 보자면 관록이 쌓여도 계속 그만큼의 과제가 생기는 거다. 그 과정, 좀 유식하게 말하자면 자기를 알아가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과정이 있어서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것 같다.

혹시 연출에는 관심 없나?
전혀! 관심 없다. 그 머리 아프고, 스트레스 쌓이는 작업을 왜 하나!
글 정수진 기자 | 사진 김정수 2006.07.19

출처 : http://www.movieweek.co.kr/magazine/200607/19/200607191627384670200000204000204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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