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기억은 그 당시에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보게 해준다. 무대 구석에서 작은 제스처를 하는 엑스트라에게 비추어지는 핀 라이트처럼, 기억은 우리에게 그 순간을 다시 살게 해줄 뿐 아니라 그 순간에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때로 우리가 우리의 기억이라고 믿었던 것과 모순될 수도 있다.-129p쪽
내가 마지막 말을 마쳤을때 그의 눈빛이 출렁, 했다. 출렁, 하는 그의 눈빛을 보자 내 가슴도 따라 출렁했다. 먼 계곡 양 가장자리에 서 있는 두사람을 이어주는 어떤 밧줄 같은 것이 우리 사이에 놓여지는것 같았다. 그것을 잡은 이쪽에서 파르르 떨면 저쪽에서 잡은 손도 파르르 떠는 것 같은기분..-203p쪽
모니카 수녀님 께서 지난주에 편지를 하셔서 돌이 빵이되고, 물고기가 사람이 되는건 마술이고 사람이 변하는게 기적이라고 말씀 하셨어요-209p쪽
예전 같으면 나는 어두운 뒷 골목에서 불 켜진 창문을 바라보는 방랑자처럼 그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저 창 안으로만 들어가면 행복은 식탁 위에 놓여진 은빛 수저처럼 얌전히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나 혼자만 벌판으로 쫓겨나 끝이 보이지 않는 밤길을 맨발로 걷는 것 같은 서러움으로 밤마다 뒤척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즈음 나는 어떤 사람도 행복의 나라나 불행의 나라 국경선 안쪽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모두들 얼마간 행복하고 모두들 얼마간 불행했다. 아니, 이 말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사람들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면 얼마간 불행 한 사람과 전적으로 불행한 사람 이렇게 나눌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218p쪽
조용히 기다려라 . 그리고 희망 없이 기다려라. 왜냐하면 희망은 그릇된 것에 대한 희망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없이 기다려라. 왜냐하면 사랑도 그릇된 사랑에 대한 사랑일 것이기 때문이다. T.S. 엘리어트 (네개의 사중주)
누구에게나 슬픔은 있다. 이것은 자신이 남에게 줄수 없는 재산이다. 모든것을 남에게 줄 수는 있지만 자신만은 남에게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이 소유한 비극은 있다. 그 비극은 영원히 자신이 소유해야 할 상흔이다. 눈물의강, 슬픔의강, 통곡의강, 슬픔은 재산과는 달리 모든사람들에게 공통 분배되어 있다 박삼중 스님
저는 기적을 믿지 않습니다. 다만 기적에 의지해 살아갈 뿐입니다. 칼 라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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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는 그 벌을 당하는 자들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제도이다. 정신적으로 수개월 내지 수년 동안 육체적으로 생명이 다하지 않은 제 몸뚱이가 둘로 잘리는 절망적이고도 잔인한 시간 동안 그 형벌을 당하는 사형수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른 품위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오직 진실이라는 품위라도 회복할 숭 있도록 이 형벌을 제 이름으로 불러서 그것이 본질적으로 어떤지 인정하자. 사형의 본질은 복수 라는 것을 알베르 카뮈 (단두대에 대한 성찰)-214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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