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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2 ㅣ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재미있고 유쾌한 책은 확실히 읽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빠르게 읽는만큼 남는 것 또한 극히 미미하기 나름이지만, "남쪽으로 튀어"는 책을 잡고
있는 내내 킥킥 거리면서 후다닥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뒤에 오는 그 쓴맛만큼은
꽤 오래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였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주인공인 초등학교 6학년인 "우에하라 지로"의 환경을 살펴보면
무턱대고 웃어주기에는 미안한 구석이 여기저기 발견된다.
집안의 문제를 이야기 하자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과거 과격파 학생운동의 핵심멤버였고
어머니는 수그러들었을진 몰라도 아버지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며, 피붙이가 아닐지도
모르는 나이차가 많아나는 누나는 불륜의 연애에 빠져있다. 그나마 집안에서 유일하게
자신보다 어린 막내여동생 모모코 만이 아무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집밖의 문제도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다.
평균적인 성적에 타학생들보다 약간은 발달한 운동신경, 그리고 또래 여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관심과 인기를 유지하는 평범한 초등학생 지로에게는 얽히고 물린 과정으로 중학교
불량배의 마수가 뻗어오고 있는 상황.
조금더 복잡하고 머리아픈 현실이라면 이러한 집안 내적인 문제점과 외적인 문제점이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라는 도화선에 의해 연쇄폭발의 수순을 밟은다면 어리고 심약할
초등학교 6학년생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현실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그뿐인가. 평안할꺼라 예상했던 남쪽섬으로의 이주는 혁명과 투쟁을 몸소 실천하시는
부모님으로 인해 생이별(?)의 현실까지 경험하게 되버리니 말이다.
위의 이야기대로라면 주인공 지로의 인생방향은 이미 "제대로 삐뚤어 줄테다!"를 연상하기
에는 충분하였고 2권으로 이루어진 "남쪽으로 튀어"는 상당히 우울하고 어둠의 소설이라고
예상하기에는 충분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두권의 책을 잡고 있으면서 시종일관 웃음을 놓치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모든 걸 뒤집어
버릴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바로 "오쿠다 히데오" 라는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낄낄 거리면서 웃게 만드는 유쾌함은 더 업그레이드가 되었지만 그와 반대로 이 지독한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겪었을 법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조목모목 따져가면서 한방필살의 풍자
까지 완벽하게 곁들이는 솜씨하고는.....
전작이 꽤 높은 곳에서 진자운동으로 흔들어주는 공중그네였다면 이번 작품은 360도 뺑뺑이를
돌리는 "롤러코스터" 같은 느낌이였다.
다만. 결국 "선"과 "정의"라고 생각했던 사상과 생각이 "악"과"불의"라고 생각되는 사회문제와
권력에는 여전히 나약하다는 현실이 약간의 속쓰림으로 남게 되었다.
이책은 지나치게 웃으면 안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급적 웃음을 참아가면서 작가가
교묘하면서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설치해 놓은 비판 또한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웃지만 말고...심각한 상황을 약간은 절절하게 속쓰림을 느끼면서 잡아야 할 책이 아닐까..
그나라(일본)나 우리나라나 당면해 있는 사회문제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아니아니..더 심각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