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처가집에 갔더니 새로운 식구 하나가 늘어 있었다.
마당 한쪽에 임시 울타리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우리에 잉글리쉬 코카 스페니얼 한마리가 겅중겅중 뛰어 다니고 있었다.
X오줌을 못가려서 잠시 집밖으로 유배상태라는 장모님의 설명을 들었다. 숫컷이고 1년이 겨우 넘은 놈이라고 하신다.털을 안깍아 주었지만, 잉글리쉬 코카의 특유의 매력인 오동통한 앞발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내가 다가서자 마자 장난이 아니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문제는 마님의 언니 그러니까 처형네 집에 마르티즈 한마리가 같이 오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워낙에 개를 좋아하는 처형네의 눈에 이 유배된 강아지가 발견되었고 다짜고짜 끌고 들어가 목욕을 시키고 단장을 시켰던 것이였다.
집안에 두마리의 개가 존재하게 되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두마리의 개가 매우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집에서 키우는 하얀 마르티즈는 자신이 개라는 사실을 망각한지 오래이며 자기보다 분명 서열이 위로정해진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처조카를 자신보다 낮은 서열로 분류해놓았을 법한 행동을 자주 취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처형이 개버릇을 잘못 들여놨다라는 처가집의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였다.
이에 반해 유배되었다가 집안으로 복귀한 잉글리쉬 코카의 경우는 조카들과 지나칠 정도로 잘 놀아주고 애교와 재롱을 한껏 뽐내고 있다 보니 집안으로 들어온지 몇시간도 안되어 처가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버린 것이다. 이 두마리의 개를 붙여 놨더니 마르티즈는 왠 개한마리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매우 귀찮아하는 표현을 하면서 까칠한 성격을 있는데로 보여주고 있는 반면에 그와 반대로 잉글리쉬 코카의 경우는 그냥 같은 개끼리 잘 놀아보자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처가집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문제는 더욱 불거졌버렸다. 처형이 이 사근사근한 코카를 데리고 집에 간다고 하는 것이다. 겸사겸사 데리고 간김에 털도 깍아주고 조금은 이쁘게 단장을 해서 다시 장모님 댁에 데리고 오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키운 마르티즈가 스트레스로 병이나 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집에 도착해 확인전화를 한 결과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최대한 살려 자기영역확보에 성공했다고 한다. 개를 무진장 좋아하는 마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원래 마르티즈라는 종이 성격이 사납고 거칠고 그에 비해 잉글리쉬 코카스페니얼의 경우는 아이들과 잘놀아주고 친화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종이라고 한다.
개도 사람처럼 종에 따라 가지고 있는 성격과 행동방식과 사고방식이 틀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 사건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