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블랙홀 - [할인행사]
해롤드 래미스 감독, 빌 머레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닌 일 때문에 오게 된 낯선 지역에서 아침 6시부터 시작하는 하루의 일상이 6개월이 넘도록 24시간마다 반복된다면....??

미쳐버리거나 돌아버리는 건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Groundhog Day는 이 영화의 배경인 펑수토니라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성촉절 행사(경칩)를 말한다. 펑수토니는 실제로 존재하는 동네이름..

이 영화의 주인공 필은 앞에 말한 현실에서는 이루어 질리가 절대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잘 나가는 기상 통보관이며 지 잘난 맛에 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쥐뿔도 없는 인간이 그랬으니 그 자괴감은 평범한 사람보다 더 대단했을 것이다.

아니면 또다른 기회가 온 것일지도.....하루의 일상이 반복이 되지만 다른사람들은 필이 24시간동안 벌이는 일상을 다음날에는 기억을 못한다. 반복되는 비디오 테잎의 내용처럼 오직 필만이 그 전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할 뿐이다. 우연히 만난 고교동창인 진드기 보험외판원에게 펀치를 날려도 그 친구는 다음날 그 시간에 어김없이 밝은 낯짝으로 아는 척을 하면서 다가오니까. 더군다나 처음 만난 매력적인 여자의 신변잡기를 알아내고 다음날 마치 옛 친구마냥 접근하여 원색적인 밤을 보내도 다음날 아침 6시에 그녀는 귀신같이 사라져 버리니까.. 죄를 짓고 유치장에 쳐박혀도 아침 6시에는 어김없이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객실의 침대 위에서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똑같은 음악을 듣게 되니까...죄를 짓고 여자를 유혹해도 내일이 없는 필에게는 죄책감이 생길리도 없는 건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이런 일탈행위도 갈때까지 가면 권태와 우울이 동반한 자살충동으로 이어지나 보다.이젠 차를 타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빌딩에서 떨어지거나 달리는 화물트럭에 몸을 날려도 그는 어김없이 아침 6시 알람과 함께 똑같은 장소에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이 작은 마을에서 요상한 저주에 걸린 필은 반복되는 긴 시간동안 마을의 하루 일상을 속속들이 꿰뚫어 보는 경지에 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나 그에게도 절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있었으니...취재를 위해 같이 온 여자 프로듀서 리타만큼은 오랜 시간 노력을 하고 학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그녀를 유혹하는 건 실패하게 된다.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진실되게 고백하고 그녀의 이해를 구해도 어김없이 아침 6시엔 사라져 버린다. 그녀가 점차적으로 가지게 되는 자신에 대한 호감도 같이 날라간다. 미치고 돌아버리기 앞서 사랑하게된 사람을 매일 아침 6시에 잃어버려야 한다는 심정은 가슴을 후벼 팔 것이다.



작업의 대상이 사랑의 대상으로 다가왔지만 그에게 내일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하루동안만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추억을 간직해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필에게 이 반복되어지는 수많은 2월2일로 인해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어느 노인의 죽음을 계기로 변화가 찾아온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남들보다 수 많은 시간을 벌었다 라는 개념으로 말이다. 피아노도 배우고 15세기 프랑스 시와 문학을 배우고 사고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을 구해주거나 곤경에 빠진 마을 할머니들까지 도와주는 이 마을의 슈퍼맨같은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빌 머레이라는 배우의 매력과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영화.  피아노를 몰랐던 그는 이 영화를 통해 피아노를 익혔다고 한다. 천재일지도 모르고 배우의 근성이 대단한 걸지도....

아침마다 반복되는 성촉절 취재 역시 처음의 그 시니컬하고 삐딱한 시선이 아닌 안톤 체호프의 글까지 인용하면서 지적이면서 따뜻한 취재로 시작되는 그의 따뜻한 일상은 결국 작업의 대상이 아닌 진실한 사랑의 대상으로 리타와의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어김없이 아침 6시에 똑같은 일상이 일어날꺼라는 체념과 달리 알람을 꺼버리는 리타의 모습이 보이면서 그의 기나긴 저주가 끝났음을 알게 된다.



하나도 유치하지 않았던 해피엔딩..
왠지 모르게 앤디 맥도웰이라는 배우의 키스씬과 포옹씬은 언제봐도 따뜻하다.
그린 티켓에서도 그랬고, 4번의 결혼식 한번의 장례식에서도 그러했다.

그의 팔에 애교스럽게 매달리면서 졸린 목소리로 오늘이 무슨날이냐고 묻는 리타에서 필이 던진 한마디..

`오늘은 내일이야..!!'

다시 봐도 역시 즐겁고 유쾌한 로맨틱 코메디라고 생각된다. 이 기발한 스토리와 냉소적이지만 웃음을 끊이지 않게 하는 빌 머레이의 연기와 잇몸을 드러내고 웃어도 여전히 매력적인 앤디 맥도웰의 모습까지 13년이 지났지만  `사랑의 블랙홀'의 위력은 여전했다.

저주라고 생각되어지는 반복되는 일상이 한사람의 행동방식을 바꾸고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되었으니...
이건 저주가 아닌 축복이 아닐까? 비록 미치고 환장하게 만드는 도돌이표가 동반되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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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9-1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맨틱코미디의 달콤함이 질투나는 아침이군요...
주말쯤 행복한 그들을 훔쳐봐겠네요...^^

비로그인 2006-09-1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정말 압권이었죠. 빌 머레이가 가장 멋있게 나온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비자림 2006-09-1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찜해 둬야겠네요^^

moonnight 2006-09-1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너무 재미있죠. >.< 빌 머레이도, 앤디 맥도웰도 참 멋지게 잘 어울렸던 작품. ^^

Mephistopheles 2006-09-1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쓴다고 속삭이신 분 // 그런데 사재낀 물건이 다음날이면 다 없어지는 걸요..??
건우와 연우님 // 안훔쳐보셔도 됩니다..그냥 봐도 뭐라 안그럴껍니다..^^
사야님 // 예 제가 생각해도 비교적 젊었을 때 빌 머레이의 최고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비자림님 // 재미있습니다..^^ 찜만 하지 마시고 한번 보시길...^^
달밤님 // 예 둘이 잘 어울렸었죠..마지막에 앤디 맥도웰이 알람 끄면서 둘이 나누는 대화는 참 정겹더군요...^^

클리오 2006-09-1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댓글 남기려다 타이밍을 못맞췄는데, 이 영화 정말 좋았어요.. 분위기도 좋구요, 남자가 진지해져서 변화되어가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Mephistopheles 2006-09-12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먹겠다고 속삭이신 분 // 그래도..위장의 영역이 있는데...푸드 파이터처럼 내 위장은 우주다~! 가 아니면 힘들지 않을까요..^^
클리오님 // 예 그 천천히 변화하는 모습을 빌 머레이라는 배우가 아주 기가막히게
연기를 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