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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 [할인행사]
조 라이트 감독, 매튜 맥파든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요즘 나오는 로맨틱과 코메디를 적당히 배합시킨 수많은 영화들을 보고 있자면, 남녀간의 사랑이 참으로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만나, 만나는 순간 파지직 스파크가 일고 알콜을 섭취할 수 있는 공간에서 알콜 쫌 마셔주고 슬쩍슬쩍 바디 터치 들어가다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잡아먹을 듯한 입술접선을 시도하고 어느새 장면 바뀌었는데 침대 위....정작 중요한 이장면을 감질나게 토막내고 아침해가 떴습니다~! 후 꼭 벌거벗은 듯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여배우가 하얀 침대시트를 겨드랑이 사이에 꼭 끼우고 어깨만 드러낸 채 매우 만족스럽고 행복한 표정으로 아직 꿈나라인 어젯밤 자기를 이표정을 짓게 만든 남자를 지긋이 쳐다본다...사실 이정도면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스토리는 반이 진행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며, 이후 엎치락 뒤치락 갈등이 오고 가다 결론은 해피엔딩으로 둘이 오래오래 잘 살것이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던 영화가 정상에서 아주 잠깐 정체기를 가진 후 또다시 봅슬레이 마냥 사정없이 결말을 향하여 미끄러져 내려가는 초스피드 스토리...
한두번이면 봐주겠는데...비슷한 주제에 주연 배우들만 얼굴이 바뀐 포장으로 자주 울궈먹으면 아마도 식상이라는 두글자는 매우 가깝게 접근하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영화 `오만과 편견'은 요즘의 남녀간의 보편적인 사랑방식과는 차별되는 탁월한 즐거움을 선사하지 않았나 싶다. 배넷가의 영민한 둘째딸 엘리자베스와 무뚝뚝한 신사 다아시는 분명 첫 만남에 타인 이상의 호감과 관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밖으로 표출하거나 표현하지를 않는다. 어쩌다가 마차에 오르는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아주고 뒤돌아서 가면서 그손을 쥐락펴락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다아시의 모습에서는 짜증과 답답함보다는 신선하고 청량한 아름다움이 느껴졌었다.
점진되는 오해속에 편견이 싹트고 그로인해 그들의 유리알 같았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깨질 위기에 처하나 우리의 멋쟁이 다아시는 그동안 오해로 불러 일으킨 모든 편견을 스스로 하나하나 부시면서 당당하게 베넷가의 수장(엘리자베스 아버지)에게 다가가 딸의 사랑과 미래를 요구하는 용감함을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걷기를 워낙 좋아하는 엘리자베스를 초원에서 만나 두손을 꼭 잡고 요즘 연인들의 그 흔하디 흔한 키스조차도 나누지 않은 채, 서로의 감정을 팽팽하게 확인하면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무시하는 이 아름다운 결혼소동 스토리는 막을 내린다.

이 상태에서 얼굴만 앞으로 돌리면 앙선생님의 패션쇼 피날레 되겠다..
이 영화는 이와같이 주인공 격인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호감의 감정이 점차적으로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확인되지 않는 사실로 인해 증폭되는 오해와 편견을 극복해나가면서 해피엔딩으로 진행되어가는 기본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비단 이 두 등장인물의 캐릭터성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고 싶다. 딸을 다섯이나 둔 베넷가의 아버지는 보는 각도에 따라 능력이 대단해 보이지도 않고 그다지 자식들에 대한 애정스런 모습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딸들을 사랑하면서 아끼는 아버지의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엘리자베스의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 그녀의 편이 되어 줌으로써 그 시대로서는 누리기 힘든 선택권이라는 권한을 엘리자베스에게 쥐어 주었으며, 딸의 불행에 어느 누구보다도 분개하면서 사태수습에 앞장서는 모습또한 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차례 목격되고 고조된다.
그녀의 어머니가 제일 밉상이였으면 밉상이였으리라.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제일 문제 많은 막내딸을 가장 먼저 시집보내면서 무언가가 가슴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아픔이 든다면서 주방에서 훌쩍훌쩍 우는 모습에서 그녀에 대한 미운 감정은 눈녹듯이 사라져 버리는 묘한 양면성을 느끼게 해주는 인물이 아니였나 싶다.

제일 왼쪽 딸이 그 문제의 막내딸...그리고 역시 키이라 나이틀리라는 배우는 각도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사진..(그래도 목은 대단히 대단히 길다~~) 아버지역으로는 나름대로 꽤 유명한 대배우 도널드 서덜랜드(24의 잭 바우어로 유명하신 키퍼 서덜랜드의 아버지 되시겠다..)
이 영화의 또다른 백미는 제작진과 감독 촬영팀의 열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의 본편을 다 본후 DVD에는 언제나 들어있는 보너스 내용이 들어 있다. 대부분 주인공역을 맡은 배우들의 인터뷰 혹은 제작과정 NG장면들이 들어 있으면 제법 쏠쏠한 재미를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그 `보너스'를 보면서 본편을 압도하는 숨겨진 노력을 발견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 고풍창연하고 아름다운 배경의 영화가 세트는 거의 안쓰고 대부분 영국에 존재하고 있는 고성과 저택에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아름답고 멋있다고 감탄을 했던 배경들이 대부분 실존하는 장소이면서 명소이기도 하다. 하다못해 무도회장이나 귀족가문의 집사장의 역활로 나왔던 인물들은 실존하는 오리지날 집사들이라고 하니 제작자가 영화에 들인 공이 얼마나 대단한가에 대해서는 흡사 장인정신 그 비슷한 것의 느낌을 받았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기에.... 배경과 전경이 아름다웠기에... 제작진과 감독의 열정어린 노력을 알았기에.....그리고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아직 만나보지 않았기에..... 별 5개를 줘도 전혀 아깝지 않는 영화라고 하고 싶다.

영화 장면 하나하나가 아름답지만 이 장면이 역시 제일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