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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I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쥐'라는 책은 언제나 주문시 넣어야지 넣어야지 하면서 결국 최종 주문시에는 안타깝게 빠져 나가는 책들 중에 하나였다. 어설프게 이유를 들자면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반유태인적인 사고방식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책속에서 보여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베니스의 상인)영화를 볼때 종종 튀어 나오는 `이 더러운 유태인놈 같으니라구..'류의 욕지거리 등등....
분명 그들은 자기들 땅을 되찾고, 숫적으로나 물량적으로나 밀리던 중동과의 전쟁에서 한차례도 패하지 않은 저력을 가지고 있을 지라도 특정적인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에서 그들과 그들나라의 존재는 언제나 부정적이고 저속한 평가를 받아 오고 있다.
오죽하면 얼마전에 읽었던 `on the road' 라는 배낭여행 관련 책에서도 이스라엘 여행자들을 가장 꺼리고
싫어한다고 표현했을까? 아마도 그건 그들의 집단적인 행동과 그로 야기되는 집단 이기주의 성향때문일꺼라 추측된다.
이러한 선입견으로 포장된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생각이 이책을 돈을 내고 사야 하는가 하는 계속적인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고 싶었다. 벼르고 별러서 결국은 구매를 했고 우여곡절 끝에 긴 택배시간을 거쳐 내 손아귀에 들어온 후 심드렁하게 1권을 보고 2권을 보고 나서 내 자신이 유태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사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쥐'라는 책에 대한 생각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태인 박멸 운동을 중심 줄거리로 가지고 있는 이 암담하고 음침한 만화는 단지 쥐로 표현된 유태인들의 억울한 희생과 동정, 연민만을 보여주진 않고 있었다. 살기 위해 비열해지는 건 기본이였고, 동포를 밀고하는 `쥐'들의 모습부터 빵 한쪽을 위해 뇌물과 뒷거래를 거리낌 없이 행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번식력이 뛰어나고 적응력이 뛰어난 부정적인 모습의 생물학적인 `쥐'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게 되었다. 또한 차별을 받고 배척을 당했던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흑인을 멸시하고 차별하는 묘사에서 과연 이 그림과 글을 쓴 작가가 유태인이 맞나 하는 의심을 하기까지 했었다. 유태인의 피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이렇게 자기민족에 대해서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하는 생각에서....
아울러 유태인이기 앞서 인간으로써 심연의 바닥까지 떨어지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모습에서 흡사 쥐덫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살려고 하는 본능으로 몸무림치던 `쥐'의 연민적이고 동정적인 모습도 느끼게 해주었다. 적어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가급적 사실적인 모습만을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객관적이고 여과없이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이 돋보였다고나 할까....
몇번의 기회를 그냥 보내버리고 마침내 수중에 들어온 `쥐'는 나의 추측과는 동떨어지게 비교적 공정한 유태인에 대한 시각을 보여줬던 매우 음침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작품이라고 판단하고 싶다.
뱀꼬리 : 책 중간에 작가로 표현된 `쥐'가 책상에서 열심히 만화를 그리면서 `쥐 1편'으로 출세해버린 그가 바쁘게 여러 매체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점점 확대되는 모습에서 만화를 그리는 책상밑에 수북히 쌓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처참하게 죽었다고 추정되는 쥐들의 시신의 정점에 위치한 모습에서 이 만화의 심각성을 인상적인 모습으로 각인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