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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오카모토 카노코 지음, 박영선 옮김 / 뜨인돌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짤막한 3편의 단편과 약간 길은 1편의 중단편으로 엮여있는 이 소설의 원작가는 이미 1939년에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50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는 생을 마감한 인물이라고 한다.
70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한글을 통해 접해본 오카모토 카노코의 소설
은 책표지만큼이나 아름다운 글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음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오고 진행시키는 여러 장르의 창조물들을 익히 접해 왔
었으나, 이번만큼 그림이 배제된 글로써만 접해보기는 처음이 아니였나 싶다. 어쩌면 그림에 너무
익숙해져서 글로만 되어 있는 걸 애써 외면해왔을지도 모를 나만의 무사안일 편협한 책고르기의
꾸짖음이 아니였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에서 나오는 미꾸라지를 조금조금 씹어 넘기는 어느 장인
처럼 이 얇디 얇은 책을 특정 항목에서는 조근조근 읽고 또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꼭 음식이 아니어도 단편 하나 하나에 녹아드는 작가의 어휘력을 마주치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 가면서도 수많은 단어를 가지고 천상의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에 감탄을
하게 만들어 주는데 모자란감이 전혀 없었다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기는 의구심 하나....
이 아름다운 책속의 표현은 이미 70여년 전에 명을 달리한 작가의 힘인지...아니면 박영선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옮긴이의 힘인지...그것이 궁금할 따름....원문을 구해서 읽어 봐야 판단이
서겠으나, 이러한 능력이 무지한 나 자신의 외국어 능력의 한계에 땅을 치고 싶을 뿐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