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두껍지 않아 만만하게 집어들고 보기 시작했다 크나큰 낭패를 경험하게 되었다.

어느 페이지에서는 잔인하고 너무하다 싶을 선혈이 낭자하기 이를데가 없었고
어느 페이지에서는 뼈에 사무치는 아픔과 분노를 느끼게 해주었다. 오히려 이
러한 내용을 웬지 읊조리면서 덤덤히 써내려 간것같은 작가의 방관자적인 문체
에 더 가슴이 에렸는지도 모른다. 디아스포라의 피해자이며, 억압을 받는 입장
의 작가는 어쩌면 세상을 달관한 혹은 포기한 듯한 이러한 덤덤한 이야기에 초반
부분에서는 변명이나 비겁함이 보이기까지 하지 않았나 싶다.
맞서 싸운 피붙이 형제에 비해 그의 자세는 너무나 소극적이고 자기중심적이였다
는 생각 때문이였으리라.

그러나 중반부를 지나 종반부를 거치면서 작가의 기행에서 보여준 그의 속내는
그 누구보다도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되었다. 후다닥 읽을
수 있는 분량과 외부적인 무게를 지닌 이책을 지겹도록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이유는 아무리봐도 작가의 속앓이가 전염병마냥 내 속에서도 기생을 하기 시작했
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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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칙칙하기까지한 책의 내용을 희석시키기 위하여 밝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어졌다. 적어도 내 세대에서 알고 있는 디아스포라적인 삶을 파괴하고
코스모폴리탄으로 거듭나기 위해 행동하고 노력하는 두 사람을 이야기 해보고 싶
어졌다.

1.양방언



제일교포 2세인 그는 어렸을 때 부터 자신의 아버지에게 줄곳 이런 의문을 던졌다고
한다.

나는 한국인입니까...일본인입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언제나 정확한 확답을 제시해주기 보단 자기 자식이 진정 어느
나라 사람인지 직접 알아갈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한다. 성장을 하면서 여러
아시아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그 나라만의 악기의 음색을 채취하던 그는 결국 아버지가
제시해주지 못한 답을 찾았다.
일본인...한국인...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아시아인임을 스스로 상기시켰다고 이야기한다.
혹자는 이도저도 못한 회색주의자라는 비관적인 판단이라고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의
음악을 즐겨 듣는 입장에서 그가 내린 결론의 해법과 앞으로의 행동은 그가 만든 모든
음악에 녹아 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음악은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꺽이지 않는 강인함이 음악을 듣는 내내
느껴지고 감지된다.

2.추성훈

난 이 청년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땅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그가 그렇게 모진 차별을 받았던 이땅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신의 못남과 그의 뜨거운 마음에 반성을 하게 만들어준다.
제일교포 3세 유도선수인 이 청년의 유도복의 양어깨에는 두개의 국기가 달려있다.



한쪽엔 태극기..그리고 한쪽엔 일장기...

이걸 보고 그의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자는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양어깨에 각각 다른 나라의 국기..그만큼 어깨가 무겁고 짊어진 것이 많다는 뜻입니다.

혹자는 이미 이종격투기 선수로 업종을 바꾼 그가 양국가의 팬을 확보하기 위한 고단수
의 쇼맨쉽이라고도 펌하히기도 하지만 일본최고의 유도선수였던 그가 보장된 삶을 포기
하면서 한국실업팀을 고집을 했었고 학연과 지연으로 곪아버린 한국 유도계에 의해
내팽개쳐져 쓸쓸히 일본으로 건너가 귀화를 택했던 사연을 안다면,과연 이런 커다란 상
처를 준 나라에게 단지 쇼맨쉽을 위해서 자신이 참가하는 경기에 양 국가의 국기를 달고
나올 순 없을 꺼라 말하고 싶다.

언제나 자신의 피가 한국인임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과 행동을 보면 이땅에 살고 있으면
서 갖은 해택을 누리면서 언제나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쳐대는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
게 느껴진다.(내가 말하는 이땅이란 나라자체를 말하는 것이지 특정 정치단체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싶다.)

위에서 언급을 했던 두 사람도 역시 본인이 원하지 않았으나 책속의 인물들 마냥 `디아스
포라' 적인 삶을 강요당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그들의 미래는 여타 다
른 디아스포라 보단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진 몰라도 일반
적인 생각이 되길 바라고 있다.

그들의 팬으로써 난 그들의 영원한 빠돌이가 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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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5-0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 알고는 있었지만 님의 리뷰보니 더 읽고싶어지는군요.

Mephistopheles 2006-05-0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덕분에 삐끼가 되는 기분이 뭔지 알것 같습니다...^^

플레져 2006-05-09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힘겹게(?) 피하고 있었는데.
디아스포라, 때문에 읽어보려고는 했었는데.
그랬다구요...^^
보관함에 있으니 넣을 필요는 없구, 추천만...

Mephistopheles 2006-05-0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ㅁ님 덕분에 맞닥트렸습니다...^^ 읽고 나서 데미지가..꽤 쎄더라구요..

2006-05-09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5-09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감사합니다..~~

로드무비 2006-05-1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또 어느 구석에서 울고 있당가?!ㅎㅎ
양방언 씨 참 매력적이더군요.
음반도 한 장 샀는데......
요즘은 어떻게 틀린 글자도 별로 안 보여유?^^

Mephistopheles 2006-05-1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로드무비님 덕분입니다...ㅋㅋㅋ ^^

mong 2006-05-12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저를 만만히 보심 안돼죠~ 풉 ( '')

Mephistopheles 2006-05-1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제가 언제 상콤발랄한 몽님을 만만하게 봤다고요..??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