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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새벽까지 이책을 읽고 뒤쪽에 친절하게도 작가의 생애와 문학 그리고 비교적 치밀한 리뷰까지 읽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이런~ 리뷰까지 읽고 나니 정작 내가 끄적거릴 내용이 없는 것이 아닌가.
본편의 내용을 읽고 머리속에 리뷰의 내용을 정리를 하는 순간 책의 제일 뒤에 나와있는 엡스타인
이란 사람의 글을 접했고 결국 난 머리속에 있는 리뷰나부랭이를 깨끗하게 털어내야 했다.
이 사람이 쓴 리뷰와 내가 생각한 리뷰는 거의 80%를 똑같이 적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다른 방
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책을 다읽고 더군다나 친절한 리뷰까지 다 읽어버리고 좌절의 나락에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자
니 이 영화가 생각이 났다.

큐브(CUBE) -1997년작
감독-빈센조 나탈리
극한 상황, 고립된 장소, 달라보이는 건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연령정도.
이 영화는 생각보다 유명하다. 상영때도 화제를 불러모았고 비디오 출시 후에도 꾸준하게 대여가
되었으며 아마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접했을 정도로 꽤나 인기가 있었던 영화가 아니
였나 싶다.
파리대왕에서 소년들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악마가 비교적 천천히 전이가 되는 성격을 가졌다면 이
영화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옴팡지게 심어져 있는 악마는 거의 급성에 가깝지 않나 생
각된다. 아마도 그건 소년들의 그나마 삶이 보장이 된 공간적인 상황보다 눈에 보일 정도로 조여오
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이 영화의 인물들의 전개과정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정된 시간과 한발을 옮길 때 마다 위태로워지는 생명줄을 붙잡기 위해 영화속의 그들은 서로를
불신하고 끝없이 의심을 하다 결국은 생존확률이 거의 0%에 가까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열등한
한 인물을 빼고 전부 자멸의 길을 걷는다.
파리대왕의 경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랄프와 잭의 대립각이 사이먼의 죽음으로 표면화 되고 그 후
로저의 부각 이후 브레인이였던 피기가 아이러니하게 돌에 머리가 깨져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그
둘은 돌이킬 수 없는 대립이 극한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비교적 구배가 완만한 계단으로 오르는
구성이 아니였나 싶다.
차이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파리대왕은 3명의 희생자만 내고 끝을 맺지만 이 영화는 1명의 생존
자만 남기고 끝을 맺는다.(그 1명도 살았다는 보장이 없지만...)하지만 파리대왕의 그 소년들이 구
조가 되어서 현실세상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면 결국 이소설이나 영화의 희
생자는 제로 라는 씁슬한 결론이라고 생각된다.
소설중에 결국 결말을 못맺는 두번째 희생자인 사이몬의 발언이 눈에 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
그거야 당연히 파리대왕을 읽어보고 큐브를 감상했다면 공통적으로 그건 `인간'이라고 하는 뻔한
정답이 아닌가 싶다.
뱀꼬리 :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파리대왕과 `무한의 리바이어스'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