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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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침침한 속에서 흰 것이 보여 랠프는 소라를 모리스에게서 뺏어들고 힘껏 크게 불어댔다. 모두들 찔금해 가지고 조용해졌다. 바로 곁에 있는 사이먼이 소라에 손을 얹었다. 사이먼은 무엇인가를 얘기해야겠다는 절박한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여럿 앞에서 발언을 한다는 것은 그에게 두려운 일이었다.
`아마도'하고 멈칫거리며 그가 말했다. `아마 짐승이 있는 것일지도 몰라'
모두들 사납게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랠프는 놀라워하며 일어섰다.
`사이먼, 너도, 너마저도 이 애길 곧이듣냐?'
`잘은 모르겠다' 하고 사이먼이 말했다. 숨이 막힐 듯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고함소리의 폭풍이 일었다.
`앉아!'
`닥쳐!'
`소라를 잡아!'
`제기랄!'
`닥쳐!'
랠프는 소리쳤다.
`사이먼의 말을 들어! 그가 소라를 잡고 있으니까!'
`내 말은.....짐승은 아마 우리들 자신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예끼 바보!'
이렇게 말한 것은 돼지였다. 충격으로 점잔을 잃어버린 것이였다. 사이먼이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를테면....'
사이먼은 인류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고질을 표현해 보려고 애썼으나 말이 잘 되지 않았다. 곧 영감이 떠올랐다.
`이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
이 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할지를 몰라 조용해진 속에, 거기에 대한 답변으로 잭이 야하고도 힘 있는 하나의 실러블(가장 추잡한 욕설을 말함)을 내뱉었다. 해방감은 오르가즘과 같았다. 뒤뚱거리는 통나무에 다시 올라앉았던 꼬마들은 다시 나가떨어졌으나 개의치 않았다. 사냥 부대는 좋아서 고함을 질렀다.
사이먼의 노력은 형편없게 실패하였다. 조소를 받고 참혹한 몰골이 된 그는 비실비실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130~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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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2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아쉬웠습니다..번역에 조금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민음사 도전 첫번째 책이였는데 아쉬움이 크군요...

mong 2006-03-2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선물 받으시자마자 읽으시는군요 ^^

Mephistopheles 2006-03-2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내신 분의 예의도 있고 해서...^^ 일단 읽던거 접고....먼저 읽었죠..

반딧불,, 2006-03-2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허클베리핀 읽으면서 민음사번역 욕 바가지로 했어요.

Mephistopheles 2006-03-2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만 신경쓰면 좋을텐데 말이죠...쩝

마태우스 2006-03-2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추악한 것은 숙제를 표절하는거라고 생각해요
-방금 그런 일을 겪은 마태-

Mephistopheles 2006-03-2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고 이런 마태님...맘이 아프시겠네요..혼내주세요 그런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