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에 강릉에 무리를 지어 고건축 답사를 갔던 적이 있다. 여러 고건축물을
접해왔던 나에게 이 객사문이라는 건축물은 즐거운 경험이 아니였나 싶다.
외롭기 그지없게 대문만 남아있는 건축물. 고려시대 지방으로 파견나가는 중앙정부
의 관아들이 묵기 위해 만들어진 객사라는 건물이 이 대문만 황량하게 남은 고건축
물의 실제 정체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대충 만든 듯한 바리케이트와 간단하게 써있
는 건축물의 메뉴얼이 대문만 남은 이 건축물의 외로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대문밖에 안남은 이 부실하기 짝이 없어 보일지 모르는 객사문은 내가 찾고 내가 생
각하는 미의 개념을 잘 나타내주는 고건축이 아닌가 싶다. 서울의 고건축에 의당 있
어야 할 화려한 단청도 없고 높은 채도가 보여주는 화사한 분위기도 없다. 그냥 원목
그 자체의 색을 묵묵히 보여주는 이 소박하지만 강렬한 아름다움은 나를 1시간 넘게
이 대문앞에 붙잡아 놓은 이유가 아닌가 싶다.
주체의 미를 강조하기 위한 어떠한 장식도 허용하지 않은 이 지나치게 소박한 대문은
아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건축이 아닐까 싶다.
소박함을 가장한 웅장함과 치밀함 그리고 정교한 모습 1시간을 넘게 대문을 중앙에
두고 맴맴 돌았던 내가 느낀 객사문의 정체가 아닌가 생각되어 진다.
뱀꼬리.
직찍을 했던 필림과 사진의 유실로 인해.... 다른분들이 찍은 사진을 올리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360도 전각도에서 보는 이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그 각이 1도씩 틀어질 때마
다 매력을 발산한다. 조만간 다시 한번 가봐야 한다는 의무감에 불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