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선 어느 게 더 좋은지...

어제 받은 질문입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간단한 것일껄요.. 좋은 의사..의료계에 적을 두지 않고
있는 나에게 좋은 의사라면 당연히 환자 혹은 진료자의 입장에서를 생각하게
된다. 잘 치료해주고 친절하고 환자나 병원을 찾아 온 사람을 위해주는....
그러면 두 책 다 해당되네요..라면 끝....이겠지만..

왠지 이렇게 쉽게 말하면 재미가 없을 듯.. 단순히 환자, 진료자의 입장이
아닌 한번이라도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되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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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이 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 주변에
의사는 정말 많습니다. 나 역시 친하게 지내는 놈이 강북S병원 레지턴트를
거쳤고 지금쯤 전문의가 되어 있을 껍니다. 여러해 전  어느날 우연히 휴일날
S병원을 지나다가 그 녀석이 생각이 났고 예고 없이 병원을 방문해서 친구를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안내 데스크에서 박XX씨 계신가요 했더니 직원이 아 박선생님이요...잠시만요
호출해 드릴께요 누구시라고 전할까요.. 하더군요.. 동갑인 나는 직장에서 대리
달고 온갖 눈치 받는 입장에서 벌써 선생이란 호칭을 받다니..의사는 다르군..
이란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곧이어 나타난 박선생...날 보고 엄청 놀라면서 무지 반가워 하더라는.. 병원
지나가다 니가 여기 근무한다길래 뭐하나 와봤다고 하니 이녀석 표정이 정말
고맙다라는 표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병원을 떠날 수 없는 신분이기에 그 녀석과 나는 병원 매점에서 우유 하나 빵
한쪽씩을 사가지고 매점 밖 계단에 앉아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허연 얼굴에
응급실 당직이여서 집에 몇칠 못 들어갔다는 이야기..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힘들고 지친 표정이 역력했고.. 녀석은 내게 하지 않아도 될 말도 서슴치 않고
말했습니다. 나름대로 사람이 무지 고팟었나 봅니다..

출신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를 못하는 사연부터.. 같은 과 여자에게 차인 이야기.
너무 힘들어 때려치고 싶다는 이야기 등등..

호출이 울려대는 바람에 그녀석하고는 차가운 계단에서 20분 정도 밖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우유와 빵을 게걸스럽게 씹으면서 떠든 수다였고 녀석은 바쁘다 미안
하다 간만에 왔는데..다음에 꼭 다시 오라는 소릴 하면서 부리나케 계단을 뛰어
올라가더군요.


그 후 난 그 병원에 특별한 일이 없어도 몇번을 더 찾아가 말동무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내 기억에서 의사..혹은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이 안됐다..측은하다고 느낀 첫 경험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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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이 좋을까 라는 생각에 일단은 헬로우 블랙잭을 8권까지 빠르게 읽었습니다.

기합이 잔뜩 들어간 신입인턴...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진리를 상당히 빠르게
알아 차려 버리더니..그 빠른 눈치에 비해 십자가는 혼자 짊어지는 불쌍한
주인공의 활약이 8권 내내 안스러웠습니다.

이런 주인공에게 딴지를 걸거나 행동의 제약을 거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명망있고 권위있는 의사들입니다. 이들의 행동은 권위와 명예가 있는지 의심
스러울 정도로 졸렬하고 비열하기 그지 없더군요. 상위 5%의 지도층이 썩은물을
밑으로 흘려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는 이런 주류에 살랄하게
메스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초반에는...

초반을 읽고 중반쯤부터 작가가 이런 주류들에 대한 비판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도 주인공 같은 혈기왕성한 과거가 있었으며, 욕을 먹고
뺨을 맞을 지언정 의사의 본분은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거의 혈기와 근성이 세월이 되면서 둥그래지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들도 역시 의사는 의사였습니다.

작가는 현재 일본 의료계의 문제점을 지적을 해주고 있습니다. 행정 뿐만이
아닌 의료 교육쪽의 문제 역시 건드리고 있는 듯 합니다. 씁슬하기 그지
없더군요 우리나라 의료계 역시 잘은 모르지만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을지도
모른다는 현실이..

8권까지 읽고나서 그때 그 친구녀석이 생각났습니다 없는 시간에 친구 왔다고
매점 계단에서 빵 씹어먹었던 녀석.. 이 책을 보면서 그때와 같은 연민이
느껴집니다.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넌 왜 의사가 되려고 하냐고..
결국은 너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냐고..

그들도 역시 인간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뱀꼬리. 닥터 코토보다는 헬로우 블랙잭이 나을 것 같군요.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헬로우 블랙잭에 나오는 배경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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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2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사샘은 친절한 분이 제일입니다^^

mong 2006-02-2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말씀에 한표!

Mephistopheles 2006-02-21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거기다가 정직까지 하신 분이면 더할나위 없겠어요..
너무 많은 걸 바라나요..^^

마태우스 2006-02-2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헬로우 블랙잭으로 결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경 많이 써주셔서요

Mephistopheles 2006-02-2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말씀을요..^^